http://cafe.daum.net/Europa/LPSd/5931 2편 트럼펫 솔로의 게임
http://cafe.daum.net/Europa/LPSd/5945 3편 리즈와 파랑새, 파랑새와 리즈
http://cafe.daum.net/Europa/LPSd/5952 4편 담판
우선 유포니엄 애니를 본 지는 석 달 정도 됐고, 책은 이번달 초에 국내에 정발된 3권까지 사서 봤습니다. 일본에선 얼마 전에 쿠미코 3학년 분량까지 완결인데 국내는 애니로 나온 3권까지 나오고 뚝 끊겼네요.
유포니엄 애니를 보기 전후로 궁금했던 건 "스토리란 무엇인가?"와 "캐릭터의 역할은 무엇인가?"였습니다. 줄거리 자체만 놓고 보면 취주악부 서클에서 지역 단위부터 시작해서 전국대회까지를 목표로 매년 연습에 전념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군상극이고, 캐릭터도 특출나게 음악적 재능이 있거나 음악 쪽으로 진로를 잡고 그럴 계획이 있는 학생은 레이나와 미조레뿐이며 나머지는 일반대 쪽으로 진로를 잡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정주행 후기를 써야 할지 고민했고, 머릿속으로 정리하니 글 하나로 정리하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아서 먼저 주인공인 쿠미코와 베프 레이나를 중점에 두었습니다.
만남
쿠미코와 레이나는 중학교 때 같은 서클이었지만 처음부터 친한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때 콩쿠르에서 허당 금을 받았을 때 레이나는 전국대회에 가지 못해서 울었고, 그걸 몰랐던 쿠미코는 정말로 전국대회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묻지만 레이나에게 분해서 죽을 기분이란 말을 듣습니다. 쿠미코는 그 때 일을 계속 기억하고 있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다시 만나게 됩니다.
고등학생이 된 김에 지인이 적은 학교에서 새출발하기로 다짐했고, 친구 둘도 새로 만들었지만 레이나도 따라 입학할 줄은 몰랐던 것입니다. 레이나가 신경쓰였던 쿠미코는 계속 말을 붙이려고 시도하다가 용기를 내어 대화를 시도하고, 1기 4화와 5화에서는 서로 간단한 말을 붙일 사이는 됩니다.
등산
그리고 8화에서 쿠미코는 레이나와 함께 마츠리에 가는 대신에 우지 시에 있는 다이키치 산 전망대에 오릅니다. 등산 자체는 예정에 없고 쿠미코 소꿉친구인 슈이치에게 같이 갈지 질문받자 얼떨결에 옆에 지나가던 레이나를 붙잡고 쟤랑 가겠다고 한 것이 계기였는데 이 때 레이나의 속내를 알 수 있었습니다.
레이나는 친구 보는 눈이 높아서 친해질 흥미가 없다면 먼저 다가가진 않는 성격이고, 자기주장이 강합니다. 그리고 그 나이 또래답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했고 그럴 재능도 있습니다. 쿠미코는 온순하지만 자기 주관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고, 분위기에 휩쓸리기 좋은 성격입니다. 악기를 시작한 것도 언니(입시 준비 때문에 나중에 그만둔)의 영향이었습니다.
소설과 애니메이션 진행에 따라 쿠미코도 자기 의지에 따라 결정하게 될 일이 늘고 그만큼 성장하게 되지만, 이 때는 나중 일이었습니다. 레이나는 중학교 때 그 날 이후 쿠미코에게 흥미를 가졌는데, 마침 쿠미코가 축제 때 같이 가자고 하니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겸 쿠미코를 불렀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감명받은 쿠미코는 레이나와 함께 미리 가져온 악기를 서로 연주하고 이 때부터 확실히 친해집니다. 쿠미코는 고등학생 때 이미 하즈키, 사파이어(당사자는 미도리로 불러달라고 부탁함)와 친했지만 그 중에서도 레이나와 특별히 친한 친구가 됩니다. 애니에서는 이 부분을 특히 강조했고요.
함께
얼마 후 취주악부는 타키 선생의 방침에 따라 오디션을 봤는데 쿠미코가 입학하기 전만 해도 타키 선생이 부임하기 전이라 연공서열로 콩쿠르 선발 인원인 A군과 대기조인 B군을 뽑았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로 쿠미코가 입학하기 1년 전에 1학년과 3학년이 다투었는데 유코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나츠키, 노조미, 미조레)도 얽힌 사건이라서 여기선 분량 문제 때문에 자세히 다루진 않겠습니다.
쿠미코와 레이나는 모두 A군에 뽑혔지만, 레이나가 트럼펫 솔로 오디션에 뽑히고 같은 A군인 3학년 카오리가 뽑히지 못하자 그 동안 연공서열에 익숙하던 선배들이 뒷담을 했습니다. 선배들이 특별히 악역은 아니지만, 작년까지 연공서열에 밀린 보상심리가 작용했던 겁니다. 유코는 작년 다툼의 피해자였지만 카오리 팬이었기에 2년 동안 A군에 뽑히지 못했다가 3학년 때야 A군이 됐는데 트럼펫 솔로를 맡지 못해서 아쉬웠던 마음이 앞서서 레이나가 타키 인맥빨로 뽑힌 건지 의심했습니다.
(레이나 부모님과 타키 부모님은 아는 사이입니다)
취주악부는 레이나와 카오리 중에서 누가 나은지 논쟁이 있었는데 쿠미코는 레이나를 지지했습니다. 레이나도 이를 알았기에 1기 11화에서 쿠미코를 찾아와 함께할 건지 물어봤습니다. 당연히 쿠미코는 그러겠다고 답하며 다시 오디션을 봤을 때 박수를 치며 응원했습니다. 레이나도 오디션에 합격했고요.
쿠미코는 중학교 1학년 때 레이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콩쿠르 인원으로 뽑혔는데 쿠미코에게 밀려난 3학년이 심술을 부렸던 것이죠. 심술부리던 선배는 '카오리 선배가 떨어져서 아쉽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하는 애가 부는 게 낫다'며 재오디션 결과를 받아들이고 레이나와도 그럭저럭 지내는 유코와 달리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쿠미코에게 심술을 부리다가 졸업했습니다. 다행히 고등학교 때는 오디션에서 떨어진 2학년 선배 나츠키가 중학교 선배처럼 굴지 않았는데 나츠키가 그런 행동을 보인 이유는 2기에서 밝혀집니다.
아무튼 그런 경험이 있던 쿠미코가 애니 11화에서 선배들도 있는 자리에서 레이나에게 박수치며 응원한 건 용기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오해와 해결, 말하는 시점의 중요성
소설과 애니에서 쿠미코와 레이나가 싸우지 않거나 서먹해진 때가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애니에서 다룬 사건은 타키 선생 관련 문제였는데 레이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타키를 좋아했는데, Like가 아니라 Love였습니다. 하지만 타키가 대학 동기와 결혼했다가 사별한 건 모르고 있었는데 쿠미코는 여름방학 합숙 때 취주악부 연습을 도우러 온 강사가 타키 선생의 지인이어서 그를 통해 알게 됩니다. 쿠미코는 이걸 레이나에게 말해 줘야 할지 고민했지만 알면 충격받을까 봐 비밀로 하려했습니다.
하지만 레이나가 반드시 자신을 통해 물어보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걸 생각하진 못했고, 소설과 애니에서 알게 된 시점은 다르지만 레이나는 타키에게 직접 물어보고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알았으면 나한테 진작 얘기해 주지"란 생각에 삐쳤다가 쿠미코가 사정을 설명하자 오해를 풉니다.
유포니엄 애니 각본은 러브라이브 시리즈 각본을 맡은 하나다 줏키가 썼는데, 그래서 러브라이브 때가 생각났습니다. 러브라이브 시리즈에서도 언젠가 하거나 알게 될 일을 속으로 썩이다가 문제가 커진 에피소드가 몇 번 나왔습니다.
(쿠미코가 레이나에게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고 푸는 과정은 소설에서도 나옵니다)
1) 러브라이브 1기에서 코토리는 후반에 어머니 지인에게 외국 유학을 제안받았는데 중간에 여러 사정이 있어서 호노카와 우미에게 제 때 말하지 못했습니다. 호노카는 한동안 방황하다가 우미와 만나 이야기한 뒤 공항에서 코토리를 설득해서 코토리는 유학을 포기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때는 뮤즈가 처음 목표였던 학교 신입생 늘리기에는 성공해서 폐교 걱정은 덜었지만 호노카가 감기몸살로 앓아서 러브라이브 대회 출전은 포기한 때였는데, 12화(?)에서 에리가 말한 것처럼 '1차 목표는 달성했으니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할 시점에 터진 일이라 뮤즈의 방향성 문제로 코토리 일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겪을 홍역이었습니다.
하지만 호노카 말을 원래 잘 듣던 코토리가 일방적으로 호노카에게 양보하는 결말로 끝났고, 잘못하면 뮤즈가 그대로 와해될 상황을 2화만에 수습했다고 방영 전후로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2)러브라이브 선샤인 1기에선 카난, 마리, 다이아의 과거가 나옵니다. 아쿠아는 처음에 셋이서 뮤즈를 참고해서 시작한 스쿨 아이돌 그룹이었는데 도쿄에서 초대받아 온 라이브 직전에 마리가 발목을 삐어서 그 날은 라이브를 열지 못했습니다. 셋은 다시 라이브를 준비하지만, 하필이면 마리가 외국 유학을 다녀와야 해서 한동안 일본을 뜰 예정이었는데 카난은 마리의 장래를 위해서 스쿨 아이돌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이아도 그 상황에서 계속할 수는 없어서 그만뒀고, 2년 뒤 마리는 귀국했지만 카난은 마리에게 그만두는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진 않아서 서먹했습니다. 다행히 다이아로부터 카난의 사연을 들은 마리는 학교로 찾아가서 "진작 말하지 그랬냐"고 묻고 서로 오해를 풀고 화해한 뒤 셋이서 2학년과 1학년이 다시 만든 아쿠아에 돌아옵니다.
3)다시 선샤인 1기에서 치카와 요우는 우치우라 토박이 소꿉친구라서 친한 사이지만 1화 때 도쿄에서 전학온 리코와 치카가 친해지면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속만 썩이고 있던 중에 비슷한 경험이 있는 마리에게 치카에게 터놓고 말할 것을 권유받고 이야기할 시간을 낸 뒤 오해(?)를 풉니다.
같은 각본가가 참여한 에피소드지만 언젠가 알고 말하게 될 일을 제때 말했는지/말하지 않았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러브라이브 시리즈는 만화와 게임,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진행해서 어느 쪽이 정사인지 특정하기 애매하지만 유포니엄은 원작이 소설이라서 특정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요.
즉 쿠미코는 레이나가 걱정돼서 말하지 않았지만 레이나는 비밀을 알았는데 알려주지 않은 것을 서운하게 여겼던 것이었습니다. 소설과 애니에서 레이나는 취향 맞춰주기 어려운 성격이고 확실히 친한 친구도 쿠미코뿐인데 그런 쿠미코가 제때 말하지 않았으니 오해했던 겁니다. 다행히 쿠미코가 사정을 설명하면서 오해를 푼 레이나는 2기 11화에서 타키 부인 무덤에 성묘도 다녀오며 계속 친하게 지냅니다.
정리
쿠미코와 레이나는 특별히 친한 친구지만 처음부터 친하진 않고 간신히 이름만 아는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서로 부족한 점이 있었기에 계기가 마련되자 친해질 수 있었고, 고민도 털어놓을 만한 사이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주제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