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무 살 무렵쯤이었을 것이다. 가리봉동에서 공돌이 생활을 할 때 공장 사무실 경리 아가씨가 참 마음에 들었다.
사장 누나의 딸이라고 했다. 서너 살 위의 경리에게 사귀자고 할 때마다 엄마 젖을 더 먹고 오라는 핀잔을 들었다.
귀찮은 나를 떼어 놓을 계산이었던지 어느 날 그 누나가 아주 참한 아가씨 하나를 소개했다.
가리봉동 다방에서 만나 호감을 느낀 나는 바로 다음 주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그때 광화문에 국제 극장이 있었던가? 그 부근 새문안 교회 건너편 골목에 경양식집이 여러 곳 있었다.
광화문과 종로는 와 봤어도 그곳은 처음이었다. 지인이 거기를 알려줘서 경양식집엘 들어갔다.
웨이터가 와서 주문을 받았다. 그녀가 뭐를 시켰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그녀가 먼저 주문을 했다.
나는 생선까스를 시켰다. 웨이터가 묻는다. 밥으로 할까요 빵으로 할까요?
네? 이런 곳을 생전 처음 와 본 나는 그녀를 쳐다봤고 그녀가 자기는 빵으로 달라고 했다.
웨이터가 내게 원하는 것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배가 고팠기에 "두 개 다 주세요." 했다. 진짜로 그랬다.
웨이터도 그녀도 풋하고 웃었다. 그녀가 내것도 빵으로 달라면서 상황을 수습했다. 웨이터가 돌아가고 나는 이런 곳이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이왕 주는 것이라면 빵도 밥도 다 먹으면 좋지 않냐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편이다.
잠시 후 내 접시에는 밥과 빵이 같이 나왔다. 숟가락 젓가락이 아닌 칼과 포크로 밥을 먹는 것이 신기했다.
촌닭인 나는 그녀가 하는 대로 따라서 했다. 처음 먹어본 생선까스보다 사라다가 아주 맛이 있었다.
당시 경양식집에서 비프까스나 돈까스 등을 주문하면 접시 한 쪽에 꼭 사라다가 나왔다.
사라다는 샐러드의 일본식 발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라다와 샐러드는 분명 다른 음식이다.
언제부터인지 사라다는 우리 음식처럼 각종 잔치상에 꼭 오르는 음식이 되었다.
결혼식 피로연에도 칠순 잔치에도 사라다는 꼭 나왔다. 심지어 제사상에도 올리는 집이 있다고 했다.
나는 지금도 식당에서 사라다 반찬이 나오면 반가움에 꼭 먹어 본다.
사라다는 젓가락이 아니라 숟가락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서양 음식이면서 나에게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사라다다.
*80년대 사라다 레시피 - 사과, 감, 오이, 당근, 귤(깐 것, 작은 것일수록 좋다) 땅콩, 건포도, 마요네즈, 그리고 약간의 뉴슈가를 넣는다.
설탕을 넣으면 끈적거리고 물이 금방 생겨 뉴슈가를 넣어야 한다.
마카로니 삶은 것을 넣어도 된다. 재료가 섞일 정도로만 살살 저어야지 마구 저으면 마요네즈가 기름과 분리되어 볼품 없는 사라다가 된다.
이 사라다 한 접시만으로도 요기가 될 때가 있다.
공작새 님의 댓글은 항상 활기가 차서 좋습니다.
이러니 어디 늙을 새가 있겠어요.^^
예전에 경양식 집은 지하에 있기도 했는데
활짝 트인 넓은 경양식집 가면 더욱 데이트 기분이 나곤 했지요.
어디든 제가 간 경양식집에서는 대부분 사라다가 나왔답니다.ㅎ
맛있는 채소 과일 견과류 모음집,
좋은데요...
얘네들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당분을 품고 있어요...
입이 좋아하는 것보다는, 몸이 좋아하는
쪽을 선택함이 건강에 도움이 되어요.
더하여 뉴슈가를 추가하는 것은
비추천합니다...
피케티 님 말씀이 옳습니다.
입이 좋아하는 것보다 몸이 좋아하는 쪽을 선택해야 하건만,,
뉴슈거를 쬐끔 넣으면 마요네즈의 비린 맛을 잡아 주기도 하네요.ㅎ
얇은 고기에
밀가루 빵가루만 두텁던
명동돈까스
동성로의 추억소환입니다 ㅎ
그 아가씨랑은 데이트 많이했나요? 고거시 궁금하네요 ㅋㅋ
요즘은 양배추 채칼로 가늘게 슥슥
요거트 꿀로 만든 드레싱으로 쭈릅~다욧과 건강을 위하여~~!!!
사라다는 주욱~~사랑받으라^^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낯익은 얼굴이다 했더니
동성로에서 봤구만예~ㅎㅎ
저는 밀가루 두꺼워도 크기만 하면 좋아라 했네요.^^
그녀와의 데이트 후기는 나중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삶방에 쓸 글거리가 앞으로도 21년 7개월 27일치가 남아 있답니다.ㅎㅎ
@모렌도 좁은 대구 동서로
어딘가에선 마주쳤을지도요
놀곳이 동성로뿐이었으니요 ㅋ
@유현덕
손꾸락 힘빠지지 않는 날까정은 삶방서 놀꺼니까
그 많은 보따리 풀어놓기를 기다립니다 꼭~!!!
나도 21년은 더 살아야쥐~~~ㅋㅋ
경앙식 사라다 생각이 아는걸요 ㅎㅎ
예전엔 경양식 레스토랑이 참 번성해서 데이트 족들이 자주찾던 장소구오
지존 형은 인기가 많아 경양식집 문턱이 닳았을 듯합니다.^^
요즘엔 그런 운치 있는 경양식집이 많지 않더라구요.
그저 추억 속에서 그런 분위기 맛을 보네요.ㅎ
사진으로 보는
음식과 사라다~
아주 맛있어 보이는군요 ㅎ
실제로 맛있어요.
저는 음식을 가리지 않아 순대국부터 경양식까지 없어서 못 먹는 사람이네요.
가끔 돈까스도 먹어 줘야 살아가는 힘이 납니다.ㅎ
저희는 지금도 가족행사때는
과일 사라다를 합니다
감, 사과, 밤, 땅콩, 건포도, 마요네즈
설탕이나 슈가는 넣지않고
재료 준비만 해놨다가
바로바로 비벼서 상에 올립니다
절대 추억으로 보내기 싫습니다
지영님은 아주 현명하신 알뜰한 살림꾼이세요.^^
가정에서는 단맛을 내지 않고 순수 재료로만으로도 맛있겠지만
경양식집 사라다는 단맛이 아예 없으면 손님들도 먹지를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모쪼록 이 맛있는 사라다 추억으로 보내지 말고 오래 즐기시기를,,ㅎ
출석합니다.
사라다 좋아하는데,
만들어 먹지는 않아요.
넵! 미주 선배님 잘 오셨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한식 뷔페집은 가격이 8천 원인데 먹을 만합니다.
한식 뷔페 식당에는 사라다가 가끔 나오더군요.ㅎ
경양식 집에서 세프밑에 일하면서 매일 서너 다라이 만들어 내던 사라다 진절머리 나서 지금도 안먹어요 ㅎㅎ내 안 먹으니 아이들도 안 만들어 주고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너무 예쁘네요 현덕님 출석부 오랜만에 출석해봅니다 고맙습니다.
운선님이 걸어온 길은 참으로 고단했을 듯하네요.
거기에 비하면 저는 새발의 피,,
열심히 살아온 운선님은 사라다 없어도 즐길 일이 많으실 겁니다.
늘 좋은 날 되세요.ㅎ
오잉! 하테스도 가리봉동 벌집에 주거한 적이 있었는데요.
다른 기억 보다...도둑이 오늘 들어오고 그 담날 또 방문 해서.
정강이를 분질러 놓으려고 집에서 며칠 잠복 근문한 적이 있었죠.
여튼, 가리봉동 모임 가지면 참석해 보겠습니다. 혹여 동진가 하고...^^
가리봉동 벌집 방을 아시는 걸 보니 하테스 형도 가리봉파 맞습니다.^^
XX-OO 간이 주택 23호.
한동안 펜팔을 했던 여성에게 편지를 받았던 주소입니다.
가리봉동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이 세상을 돌고 돌다 여기에 당도했으니
언젠가는 그 멤버들 모일 날도 있지 않을까요.
우선 건강하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