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넘] 김의경 단편 '물건들'에서 보는 사회 양극화의 진 단면
민병식
김의경(1978 -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성균관대 국문과를 졸업하였고, 2014년 한국 경제 신춘문예에서 ‘청춘 파산’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다. 장편소설로 ‘콜센터’가 있으며 소설집으로 ‘쇼룸’이 있고 수상경력으로는 수림문학상 수상이 있다.
사진 네이버
작품은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작가의 소설집 ‘쇼룸’의 제일 처음에 수록된 소설로 8편의 단편 중 6편이 ‘이케아’를 배경으로 하고 2편만 배경이 다른데 이 작품은 ‘다이소’가 배경인 것이 특징이다.
종로 다이소에서 쇼핑을 하던 ‘나’는 대학동창 영완과 재회를 하게 되고 둘다 근처에 살고 있으며 다이소에 자주 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와 ‘영완’ 데이트를 즐기게 되고 결국 동거를 하게 되는데 둘 다 형편이 좋지 못하다. 가난한 커플인 ‘나’와 ‘영완’은 비싸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사는 대신 부담 없이 사고 쓰고 버릴 수 있는 생활용품들을 사들이는 것으로 소비 욕구를 채우고 서로 배려하며 원하는 걸 사주는 정도로 가난한 직장인의 삶이 주는 스트레스를 그 때 그 때 해소하려고 한다.
그 것은 유리창의 균열 같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나’는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아 키우는 삶을 꿈꾸지만 영완은 아이를 원하지 않고 낮은 임금과 부모 부양의 책임은 꿈조차 꾸지 못하도록 만든다. 결국 ‘나’는 억눌림과 스트레스로 인해 쓸모도 없는 아이 용품을 계속해서 사는 것으로 풀려고 한다.
‘내키는 대로 장바구니에 담으면 많아야 2만원, 어차피 사야할 물건들이니 낭비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쇼핑의 재미가 주는 행복감은 생각보다 컸다. 초라한 옷차림으로 백화점 매장에 들어가기도 뭣했지만 다이소에서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하나씩, 천천히 물건들을 들여봤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은 다이소에 들렀는데 물건을 사지 않고 나올 때도 많았다. 아이쇼핑을 하다보면 원일을 알 수 없는 만성적인 엷은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로션이 떨어졌다는 ‘나’에게 영완이 다이소에서 2.000원짜리 로션을 사다주는데 ‘나’는 로션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나는 피부가 예민하므로 기초 화장품만은 좋은 걸 쓰고 싶다고 소리를 지른다.
주인공은 번듯한 직장에 집도 갖고 싶을 테고 연인과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취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주인공의 마음은 암울하기만 하다. 싸구려 물건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 재벌은 아니어도 부족하나마 풍요롭고 싶은 욕구, 중산층의 삶, 부모, 친지, 동료 등에게 용돈, 부조 등 사람 노릇을 하고 싶은 그런 욕구다. 어떤 이에게 삶을 가볍고 심플하게 살아가게 한다는 미니멀의 삶은 소확행의 의미일 수 있지만 주인공에게는 그냥 사치일 뿐이다. 버릴 것이 없는 사람에게 어찌 ‘미니멀’이 있을 수 있을까.
사회 양극화가 점점 심화 되고 있는 이 시대, 백화점은 중산층 이상을 의미하고 다이소는 서민층을 의미하는 이 시대, 다이소의 물건 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쇼핑의 기쁨을 누리며 금방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런 묘한 곳, 그러나 그 물건들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다. 결국 내 집 마련도 결혼도 아이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N포 세대의 설움이 어찌 20,30세대에만 있을 것인가. 청년들이 왜 결혼을 안하는지, 왜 인구가 줄고 있는지, 왜 이리 경제는 망가져가는지 입으로 떠들면서도 정작 내 일이 아니라고 나는 먹고 살만하다고 따로 놀고 있는 사람 들에 대해 작품은 경종을 울린다. 좀 더 따뜻한 시각 함께 살고자 하는 시각으로 서로를 바라봐야한다. 위로부터 아래까지 똘똘 뭉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다시 시작해야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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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만족과 불만족
우리는 그곳에서
사는 존재일 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