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https://www.youtube.com/watch?v=H5dpBWlRANE
작성자: 대사8회 석암(石庵) 서완수 논픽션 작가
바나나(Banana)
학명: Musa Acuminata
내가 승선했던 선박들 중 냉동(冷凍)·냉장(冷藏) 화물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것들이 내 전공분야였다. 그래서 일본에서 신조선(新造船)을 두 차례나 인수하여 운항한 경험이 있어 일본 업계에서 제법 명성이 알려진 셈이었다. 이들 선박들이 운송하는 것은 식품 중 주로 야채나 과일류로 사과, 포도, 키위, 바나나, 밀감류 등, 육류(肉類)로는 소고기를 비롯하여 양, 닭 등 다양하다. 이들은 장기간의 운송과 보관 때문에 화물(貨物)의 변질 등으로 국제간의 교류가 이루어지지 못 하고 있다가 과학의 발달로 이에 적합한 시설을 갖춘 전용선(專用船)들이 탄생함으로 주요한 수출·수입 화물이 된 것이다. 즉 선속(船速)이 빠르고 필요한 저장 온도(溫度)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대형 선박들이 세계 곳곳의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 선박은 소기의 목적을 위해서 최대 1만톤 이상의 크기로 조선(造船) 할 수가 없었고, 선창(船倉)의 보온(保溫) 때문에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였기에 일찍이 조선기술이 발달했던 일본에서도 비교적 늦게 만들었다. 그 후에 냉동컨테이너 설비의 발달로 사양길에 접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최신 냉동/냉장선의 예 육류(肉類)나 어류(魚類)는 일반적으로 영하 20~30도로 냉동(冷凍)시켜 운반하면 되는 것으로 알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예를 들면 같은 쇠고기도 목적에 따라 사육할 때부터 산지(山地)와 평지(平地)에서 지정된 기간 동안 키우고, 육류로 운송할 때도 절대 영하(零下)로 냉동시켜서는 안 되며 수화주(受貨主)가 요구하는 일정 온도로 냉장하여 운송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 최고급 호텔이나 최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 한다. 특히 이 분야에서는 북구의 스웨덴, 덴마크 등이 우수한 기술을 축척하고 있었다. 고위도의 지형적인 원인으로 일찍부터 야채나 과일 등 식품의 운송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측이 된다. 여기서는 과일류 중에서 가장 까다롭고 어렵다는 바나나(Banana) 운송에 대한 것을 얘기해 볼 참이다. 바나나는 학명이 영어로 ‘Musa Acuminata’라 하며 파초(芭蕉)과의 열매로 종류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어느 나라에서나 그냥 ‘Banana’로 통용되고 있다. 이것을 ‘낙원(樂園)의 열매’로 부르는 것은, 에덴동산에서 뱀이 이브를 유혹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그것을 숨어 본 나무가 바나나 나무라는 전설에서 그런 이름을 얻고 있다고 한다. 바나나는 열대작물이기에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과실이지만 일찍부터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다. 바나나 나무인 파초(芭蕉)만은 관상수목으로 역사가 유구하다. 조선조 성종(成宗) 때 학자 강희안(姜希顏)의 『양화소록(養花小錄)』에 당시 한국 사람이 즐기던 화목(花木)을 품격에 따라 구품(九品)으로 가려놓고 있는데 파초는 모란(牡丹)·작약(芍藥)과 더불어 2품에 랭크 되고 있다 했다. 또한 파초는 불경(佛經)에서 인생의 무상을 빗대는 초목으로 나온다고 한다. “파초는 열매를 맺으면 이듬해에 시든다. 열매를 맺으면 죽으니 새끼를 낳기 위해 살아 있는지 죽기 위해 새끼를 낳는지 모를 일이다. 인생도 그 굴레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고 ―. 선조(宣祖) 25년에 유구국(流球國) 사신이 바나나 잎의 섬유로 짠 파초포(芭蕉布) 20필을 진상하고 있는데, 18세기의 실학자 이규경(李圭景)이 이 사실을 적으면서 바나나에 대한 견문을 적고 있다. '파초 열매는 3~4치에서 6~7치쯤 되는 길이로 서로 껴안 듯한 형상인데 겉이 노랗고 속의 희어 맛이 마치 포도 같다'고 했다 한다. 아무튼 일찍부터 사람들에게 식품으로 제공되었기에 친숙한 것만은 분명하다. 먹지 못하는 바나나도 있으며 섬유채취를 위한 것도 있다고 한다. 바나나는 과육 속에 고혈압을 유발하는 나트륨(鹽分) 중화시키는 칼륨 성분이 두드러지게 많아 성인병에는 좋은 과일로 각광 받고 있다. 유럽의 각 가정 식탁 위에는 늘 바나나 바구니가 있는 것을 보았다. 또 바나나는 썩으면 껍질 이외는 모두 물로 변해 없어지는 현상도 많이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바나나 시장이 자유화되어 수입 바나나가 시장에 나오게 된 것은 1991년경으로 알고 있다. 그 전에는 요즈음처럼 한 송이가 아닌 낱개씩 비싼 값에 팔았다. 애들이 너무 좋하했기에 귀국 할 때 대만 등 생산국에서 사 올 때는 송이 단위로는 국내반입이 되지 않아 낱개로 갈라 겨우 몇 개씩 가지고 올 수 있었다. 즉 국내에 들어와서는 상품화될까 우려해서 였다. 바나나는 주로 중남미 혹은 아프리카의 열대지방에서 생산된 것을 유럽 제국(諸國)으로 운송했다. 특히 바나나는 다른 과물류(果物類)와 달리 운송기간 중에 계속 탄산가스가 발생하므로 적정 온도·습도·가스 등의 유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적 시설과 관리가 따라야 하므로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었다. 주로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 열대지방에서 유럽으로 가는 것이 많은데, 이는 크고 길죽하여 미남처럼 잘 생긴 것이며, 필리핀에서 한국이나 일본, 미국쪽으로 가는 것은 작아 소위 ‘몽키바나나’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들은 식용보다는 동물의 사료로 많이 사용된다고 했다. 이 바나나는 농장에서 채취하여 그 자리에서 비닐봉지에 넣고 다시 종이박스에 1~2송이씩(20kg) 넣어 당일 선적(船積)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가스가 발생함으로 24시간 저장온도를 낮추면서도 환기(換氣)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창(船倉)내에서 작업중인 인부들이나 선원들이 질식(窒息)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막 농장에서 채취한 것은 우리의 생감 이상으로 떫은 맛(타닌산)이 나며 이 상태로 먹으면 바로 변비가 생긴다. 중남미(中南美)에서 유럽까지 가는 10~15일 동안에 유지해야 하는 온도는 바나나의 종류, 수입국의 요청 등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섭씨 ‘13도±0.3도’ 즉 섭씨 12.7~13.3도가 대부분이었다. 채취 전의 바나나 이런 과일이나 야채운송에 관한 국제적 온도 규정은 일반적으로 미농무성(USDA: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의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데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만약 운송기간이 15일이면 그 기간 동안 이 규정온도범위가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 시점에서부터 다시 15일을 유지해야 양하가 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이러한 규정은 자국의 농업정책에 따라 외국에서 해충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가급적 다른 나라의 과일수입을 억제하려는 정치적 조치에서 나온 것이라 운송을 담당하는 선박의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지로 한 선창 내에 5~8m 길이의 온도계가 8~10개 달려있다. 이것을 선적항에서 관계자가 임의대로 과육(果肉)이나 박스 등 곳곳에 꽂아둔다. 그리고는 출항 이후 3일 혹은 4일 등 정해진 기간내에 모든 센스가 똑같이 ‘13도±0.3도’까지의 범위로 내리게 하고, 도착 항구까지 계속 유지하게 되어 있다. 이를테면 선창이 8개이면 64개의 센스가 같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물론 이 온도의 기록은 선교(船橋)에서 자동으로 쉴새 없이 기록이 되고 볼 수 있다. 양하항에서는 검사관(檢査官)이 이 기록지로 온도변화의 이상유무를 확인하게 되어 있었다. 깨알보다 작은 무수한 기록들을 검사할 때는 등줄기에 땀이 났다. 일단 목적항에 도착, 바나나를 양하할 때는 산지(産地)에서와 같이 파랗게 유지돼 있어야 하며 간혹 노랗게 변색된 것은 불량품으로 선별되어 버려야 한다. 이를 육상 보관창고에서 다시 적정시간을 숙성시킨 다음 시장(市場)에 출하하기 직전에 질소 가스실에서 노랗게 처리하게 되어 있다. 즉 산지에서부터 정한 만큼의 온도에서 일정 기간의 숙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며 그 전까지는 파란색이 변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선적완료부터 양하까지가 선박의 온도유지 책임기간이다. 이태리에서의 일이었다. 검사자가 바나나가 든 박스를 무작위 추출 검사하여 변색된 것은 아예 양륙을 불허하며, 선창(船倉)에 그대로 두고는 선박측에 비용을 지불할 테니 먼 바다에서 버려달라고 했다. 이미 바나나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선원들의 입장에서는 ‘이게 웬 떡이냐’이다. 잘 익은 바나나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겠다 돈까지 받으니까. 이와 비슷한 것이 양파의 경우다. 양육 전에 검사관이 칼로 양파를 잘라 속에 싹이 났는지의 여부를 판단하여 조금이라도 싹이 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양파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모두 폐기처분 해 달란다. 야채나 과일이 가진 특성을 고려한 선진국다운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이와는 정반대의 현상도 있다.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아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바나나의 저장, 숙성을 위한 육상창고 시설 자체가 없다. 그것이 자국내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알 바 아니지만 양하를 위해 선창에 들어간 인부들이 무조건 상자를 헤집고 노랑게 변색된 것만 찾아 우선 몇 개 까서 자기의 입에 넣고는 작업을 시작한다. 너나 없이 잘 익은 바나나를 보면 시쳇말로 ‘환장’을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핑계만 있으면 배에 올라와 바나나를 달란다. 저네들은 ‘찾아 먹는데 환장’을 하지만 선박측으로서는 상자의 파손 때문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바나나 수입자체가 사회주의 국가간의 구상무역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화주(貨主)가 개인이 아니고 국가임으로 화물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다르다. 결국 피해는 본선의 선원들이다. 찢어놓은 박스의 뒤처리는 본선의 몫이기 때문이다. 손상된 바나나 생산지에서의 품질의 불량으로 아무리 운송선박에서 온도 유지를 잘 해도 변색되는 수가 많다. 즉, 불량바나나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인해 정상적 상품이 손상되는 경우이다. 본선으로서는 온도 유지 기록만 정확하면 책임은 면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수출· 수입자 사이에는 각종 법적 문제가 발생하는 수도 있다. 아프리카 코트디아브르의 아비잔항에서 바나나를 적재, 프랑스의 마르세이유항에서 양하하기로 되었는데 양하항에 도착하고 보니 약 20~30%의 바나나가 노랗게 변색되어 있었다. 이런 경우 운송 당사자인 선박을 일차적으로 범인(?)으로 지목한다. 운송온도의 이행 여부부터 따진다. 수하주 측에서 수취거부을 할 태세였다. 부득이 용선자(傭船者)와 선주(船主)측에서도 보험회사에서 의뢰, 검사관을 수배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온도 기록상으로 봐서 이럴 수는 없는데…. 식은 땀이 난다. 기분도 상한 김에 검은 아가씨 옆에서 술이라 한잔 해야겠다 싶어 담당자인 일등항해사를 데리고 나가는데, 저쪽 부두에 적재항에서 함께 있었던 배가 양하 중인 것을 보고 얼핏 떠오르는 것이 있어 같이 가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배는 더 난리였다. 59% 즉 절반 이상이 변색되었고 그 때문에 하역이 중단되고, 송· 수화주(貨主) 사이에 법적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바로 귀선하여 선주측와 용선자측 보험 서베어(감독관)에게 전화, 적하항에서 적재 전의 화물 상태를 확인해 보라며 설명을 했다. 이들도 깜짝 놀라며 “캡틴! 좋은 생각이요” 했다. 화살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 셈이다. 이제 문제는 운송(運送)자를 떠나 원산지(原産地)의 화주(貨主)와 수화주(受貨主) 사이의 문제로 옮겨갔다. 그리곤 적중했다. 뒤에 들은 바로는 아비잔산(産) 바나나는 적재(積載) 전부터 품질이 불량하기로 그 업계에서는 소문이 나 있었다는 것이다. 후일담: 이 바나나가 중남미에서 유럽까지 운송하는데 당시는 1상자(통상 20kg: 최근 시중에서 보는 큰 송이가 10kg) 당, 운송비를 포함하여 9~10달러의 가격이라고 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선 한 송이가 아닌 낱개로 1개에 1달러 가까운 가격이었다. 엄청난 차이였다. 이것을 수입하면? 하는 생각으로 수소문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의 수입처는 정부가 지정한 업체이며 다른 곳은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엄청난 수익금에 어디로 갔는지 짐작이 갔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얘기다. |
옮겨온 글 편집
첫댓글 석암(石庵) 서완수 논픽션 작가님, 석암님의 글을 청산 노승렬 카페, 대구사범9회 카페, 대구사범동문회 카페, 재경대구사범.대구교육대학교동창회 카페에 올렸고, 재경사구회 단톡방, 재경구구회 단톡방에 올리고, 카톡이 되는 제 남녀동기들에게 카톡으로 공유하겠습니다.
청산님, 성의는 감사합니다만 그럴만한 입장이 못됩니다. 왜만하시면 그냥 두시면 합니다. 부끄럽네요. 부산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