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공원 나들이
개천절 공휴일, 고교동창생 네 명이 서울대공원 나들이에 나섰다.
가을 햇살 따스하고 높고 푸른 하늘아래 펼쳐진 대공원의 풍경은 마치 세월이 잠시 멎은 듯 우리에게 평온을 선물했다.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 건너온 고교 동창생 친구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마치 청춘으로 돌아간 듯 옛 추억을 회상했다.
걸음걸이는 예전 같지 않았고, 한때 힘차게 오르던 언덕길도 조금 더디게 올랐지만, 친구들 마음은 여전히 젊고 가벼워 보인다.
학창시절의 장난기 가득한 웃음, 설렘 가득했던 꿈과 열정이 대화 속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서로의 삶을 돌아보며, 젊었을 때는 미처 몰랐던 인생의 굴곡과 삶의 뒤안길 추억을 함께 나누었다.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그리고 각자의 가족 이야기가 교차한다.
세월은 우리들을 변화 시켰지만, 변치 않은 것은 우정이었다.
긴 시간을 걸으며 웃고, 이야기는 그치지 않는다.
노년의 친구들은 자연스레 인생의 마지막 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건 건강, 그리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였다. 돈이나 명예는 시간이 지나며 의미가 바랬지만, 함께 웃고 추억을 나눌 친구들은 세상 무엇보다 소중해졌다.
이제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구동성(異口同聲)에 웃음이 나왔다.
자주 만나 보자는 약속도 시간이 흘러가며 그마저 쉽지 않다는 현실에 모두가 한숨을 쉰다,
공원 근처의 한 식당에 들려 자리를 잡았다.
서울막걸리 두 병에 녹두 빈대떡, 콩나물 국밥으로 식사를 하며 친구들은 술잔을 부딪친다.
오늘 이 시간이 너무나 값지고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 이었다. 친구들은 나이가 들수록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 생겨난다.
누군가와 함께 라는 것,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말이다.
삶이 우리에 준 가장 큰 선물은 이렇게 긴 세월을 함께 한 친구들, 그리고 그들과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웃음 이었다.
이제는 미래보다 지나온 시간이 더 많지만, 그 시간 속에 우정이 있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커다란 위안인 셈이다.
함께 한 친구들이 있어 외롭지 않고, 이 우정이 삶의 마지막까지 이어질 것 이라는 믿음이 와 닿는다.
막걸리 잔을 계속 부딪치며 우리는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이제는 젊은 시절처럼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 보다, 지금 이 순간의 평온과
즐거움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나이가 들면서 삶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법을 알게 된 친구들, 모두가 삶의 지혜를 터득한 것 같다. 우리들 노년의 우정은 무엇보다 단단했고 인생의 황혼 속에서도 이 우정은 변치 않을 것임을 모두가 느꼈다.
팔십대 노년의 우정은 청춘의 우정보다 깊고 믿음직스럽다.
인생의 여러 굴곡을 함께 넘어 오며 얻은 신뢰와 사랑은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함께 할 우정이 있다는 건 커다란 위로와 행복이다.
서울 대공원의 아름다운 가을 하늘아래, 우리들은 청춘의 한 페이지를 다시 펼쳐든 하루였다. 젊은 시절처럼 기운차게 내달리지는 못했지만, 그 어는 때보다도 낭만적이고 깊은 우정을 함께 나누었다.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누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맞는 노년의 삶이다.
가을하늘 공기만큼 맑고 따뜻한 우정을 나눈 친구들 모두가 행복한 하루였다.
첫댓글 누군가와 함께 라는 것,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말이다.
삶이 우리에 준 가장 큰 선물은 이렇게 긴 세월을 함께 한 친구들, 그리고 그들과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웃음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