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23일 농협안성교육원에서 개최한 ‘산지유통 전문인력 육성 방안 수립을 위한 워크숍’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농협이 20년 가까이 유지해왔던 산지유통 전문인력 육성체계의 틀을 새롭게 짜기로 해 주목된다. 농협중앙회는 23일 농협안성교육원에서 ‘산지유통 전문인력 육성 방안 수립을 위한 워크숍’을 열고 현재 내부 검토 중인 ‘산지유통 육성계획안’을 공개했다. 워크숍에는 조영조 농협중앙회 상무와 오흥석 농협 농산물품질관리사협의회장(경남 하동 지리산청학농협 조합장) 등을 비롯해 농협연합사업단과 조합공동사업법인 관계자, 지역농협 품질관리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산지유통 전문가’ 신설=육성계획안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전국의 모든 지역농협에 1명 이상의 산지유통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산지유통 전문인력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칭)산지유통 전문가’라는 직명을 신설하고 해당 직원의 직급에 상관없이 직명별 업무를 부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농협은 이들에게 품종 결정과 기술 보급 등 생산단계에서부터 농가조직화·농산물상품화·마케팅 활동 등 산지유통 전반을 담당케 할 방침이다.
산지유통 전문인력 선발과정도 개편한다. 관련 내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꾸려 산지유통 전문가 선발업무 등을 맡길 계획이다. 산지유통 전문가는 2020년까지 시·군 단위에 500명, 도 단위에 30명, 전국 단위에 10명 등 모두 540명을 육성하고 해당 그룹별로 별도의 명칭을 부여해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가기로 했다. 여성복지 분야의 업무에 경험이 많은 직원들과 농업경제 부문 신규 전입 직원들을 중심으로 ‘(가칭)산지유통전문가육성과정’ 등의 단기 기초교육을 이수하도록 해 산지유통 전문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평가 관리도 강화해 우수한 활동을 펼친 산지유통 전문가에게 인사상의 우대를 부여하고 해당 소속 지역농협에는 자금 지원 등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농협 품질관리사 성과 주목해야”=이번 육성계획안 추진으로 과거 1980년대 영농지도사제를 시작으로 한 농협의 산지유통 전문인력 육성체계는 또 한번의 변화를 맞게 됐다. 30여년 전 농협은 영농지도를 전담하는 인력을 특별 채용해 운용해오다 현재는 신규 채용 없이 교육지원 분야로 관련 업무를 이관해 지도사업 중심으로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이후 산지유통 전문인력이 대거 육성된 것은 1997년 농산물품질관리사제를 도입하면서부터. 산지농협의 실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일정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한 후 해당 자격을 부여하고 각종 정부지원 사업에 활발히 참여토록 하면서 농협 산지유통 전문인력은 양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농협의 농산물품질관리사제는 2004년 국가 공인제도가 탄생하면서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국가 공인제도를 탄생시킨 주역이면서도 현업에 종사하는 많은 농협 품질관리사들이 제도권 편입에 실패하면서 자격증 소지자와 이원화돼 운영되는 상황이 초래된 것. 공인 품질관리사제 역시 학생·주부 등 취업 희망자의 자격증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구나 농림축산식품부가 앞서 4월 자격증 소지자를 주축으로 한 (사)한국농산물품질관리사협회를 집중 육성키로 한 데 이어 최근엔 농협 품질관리사에 대한 지원을 올해 말로 종료키로 하면서 농협 산지유통 전문인력들의 불만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날 워크숍에선 농협 품질관리사 1세대격인 지역농협 관계자들의 아쉬움이 적지 않게 표출됐다. 장문철 경남 합천 율곡농협 상무 등은 “우리나라 산지유통 수준이 이만큼 성장한 데는 농협 품질관리사들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으며 산지유통 업무는 사실상 ‘3D업종’이라고 할 만큼 개인적인 희생이 많이 요구되는 일”이라면서 “이참에 농협 품질관리사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문인력 육성계획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농협은 이날 나온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