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1999년에 이런 글이 올라와 있군요.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났으니 쉽게 바뀌었는지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행주산성에는 권율 장군의 동상이 서 있고 그 밑에는 장군의 행적을 적은 안내문이 적혀 있다. 그런데 이 안내문 또한 문제투성이이다.
권 율
중종 32년(1537)생, 자 언신, 호 만취당, 본관 안동, 영상 철의 아들. 46세에 문과에 급제,승문원 정자 예조 정랑등을 거쳐 의주목사로 있을 때 임란이 일어나자 특별 천거로 광주목사를 맡아 남하하였다. 충청, 전라, 경상 삼도대군의 용인 적영공격에 참가 북진하려고 하였으나 패전으로 끝나자, 돌아가 민병을 소모, 이치로 나아가 영남에서 호남으로 넘어들려는 왜병을 꺾어 전라도를 임란 회복의 근기로 확보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7월 나주목사, 전라도 순찰사로 승임되어 9월에 군을 다시 이끌고 북상, 수원 독산산성에 진치고 적후방을 견제교란하였다. 익년 2월에는 평양성 수복 후 남하하는 조명 연합군과 호응, 고군을 이끌고 바로 행주산성에 진주하여 밀려오는 적을 격전선투로 대파함으로써 결정적으로 전세를 역전시키고 적이 서울에서 물러가지 않을 수 없게 하였으며 공으로 도원수로 승임되었다.(이하 줄임)
이 안내문을 읽고 한눈에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처음부터 끝까지 한 문단으로 되어 있어 어지간히 참을성을 가지지 않으면 끝까지 읽기 어렵게 되어 있다. 마땅히 문단을 나누어 간결하게 적었어야 한다. 거기에다 첫 문장은 문장의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상태이다. ‘중종 32년(1537)생, 자 언신, 호 만취당, 본관 안동, 영상 철의 아들.’ 이것을 문장으로 보아야 하는지 몇 개의 정보를 나열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낯선 용어와 한자어는 왜 그렇게 많이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 두 번째 문장에 적힌 ‘승문원 정자 예조 정랑등을 거쳐’란 무슨 뜻일까. 모르는 사람이 무식한 것인가, 글 쓴 사람이 무례한 것인가.
‘승문원’과 ‘예조’는 당시의 행정 기관 이름이고 ‘정자’나 ‘정랑’은 벼슬 이름인 것 같은데 이런 용어를 이 짧은 글에 모조리 적어야 했을까. 세 번째 문장의 ‘적영공격’‘소모’ ‘근기’, 네 번째 문장의 ‘승임’ ‘조명’ ‘고군’ ‘격전선투’ 등은 또 무슨 뜻일까.
글 쓴 공무원들이 국민을 조금만 생각하였다면 자기도 잘 모르는 이런 한자어와 역사 용어를 함부로 쓰지 않았을 것이다.
‘적영공격(敵營攻擊)’은 ‘적진 공격’ 또는 ‘왜병 공격’으로, ‘소모(召募)’는 ‘불러모아’로, ‘근기(根基)’는 ‘근거지’로, ‘승임(陞任)’은 ‘승진’으로, ‘조명(朝明)’은 ‘조선과 명’으로, ‘고군(孤軍)’은 ‘적은 군사’ 또는 ‘고립된 군사’로, ‘격전선투(激戰善鬪)’는 ‘격렬하게 잘 싸워’로 바꾼다면 훨씬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 글은 단순히 단어를 쉽게 바꾸는 것보다 문장을 완전히 바꾸어 현대문으로 다시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제보자:서울 강서구 가양동 대아아파트 노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