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거리가 흔치 않았던 시절의 겨울밤은 너무도 길었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도 재탕으로 듣고 나면 싫증이 나고 일찍 먹은 저녁밥은 어디로 갔는지
속이 허전해 진다. 뻔한 줄 알지만 찬장을 열어 봐도 보기 싫은 보리밥뿐이니… 고작해야 저장해둔 둔 무를 깎아 먹거나 언 땅에서 배추뿌리를 캐와 먹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논농사를 짓는 집들이야 쌀을 이용한 간식거리는 넉넉하지 않았는가!
어릴 적 기억에 가장 부러웠던 것은 쌀밥과 떡 이였던 것 같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기다려지는 것은 명절과 겨울에 있는 3번의 기제사였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쌀밥이 있고 떡이 있었기에 내복차림에 추운 줄도 모르고 제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었다. 또한, 이웃의 잔치를 다녀오는 할머니를 기다리며 한복소매 끝 부피를 짐작해보는 습관도 유달리 떡을 좋아했던 버릇에서 비롯된 것이다. 필자의 떡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어 지금도 식을 줄 모른다. 요즘이야 어딜 가도 떡을 팔지만 신혼 초, 모든 방앗간이 쉬는 1월1일에 갑자기 떡이 먹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아내는 떡쌀을 머리에 이고 시내를 누볐던 일은 두고두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도 필자의 떡 사랑을 알게 된 주민께서 엄청난 양의 송편을 손수 만들어 갖다 준 그 고마움과 정성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올해는 경작면적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쌀 생산량이 491만6천 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당연히 기쁜 일이지만 농민들과 정부는 쌀 가격과 소비에 대한 고민에 빠졌고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쌀을 말하는 지경이 된 것이다.
쌀 소비량을 30년 전인 1979년과 비교해보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통일벼가 개발되면서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136kg이였던 것이 현재는 75kg으로 떨어진 것이다. 식습관의 변화를 주원인으로 볼 수 있지만 쌀 시장의 개방으로 쌀 수매가는 갈수록 떨어져 농민들의 주름살은 늘어나고 정부 또한, 쌀 시장 격리물량과 대북 지원의 중단으로 공공비축 물량이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쌀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자급자족 곡물로써 식량 안보를 위해 생산을 줄일 수도 없는 것으로 결국 소비를 촉진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포항시는 지역 쌀 소비를 위하여 직원들의 생일에 상품권대신 쌀을 지급하고 구내식당은 월 1회 쌀 국수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박승호 시장의 아이디어로 시에서 주관하는 각종행사에는 소주, 맥주대신 쌀 막걸리가 등장했고 쌀 막걸리 홍보를 위하여 다른 술을 먹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최근에는 AFC 축구 결승전이 열렸던 일본에 까지 쌀 막걸리를 가져가 우승축하주로 사용한바 있으며 심지어 조찬 간담회에 막걸리를 올려 참석자들의 호응과 함께 아침부터 얼굴을 붉히게(?)만들었다는 일화도 있을 만큼 쌀 사랑은 남다르다.
포스코도 스틸러스의 아시아 제패를 기념해 지역 쌀 15억 원어치를 구매한바 있으며 교육기관에서도 아침 먹고 오기 운동을 비롯하여 구내식당에서 쌀을 주제로 한 음식을 내 놓도록 하고 있다. 쌀 소비운동은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대량 소비처를 지속적으로 찾아 나서야 하고 쌀 막걸리, 쌀 화환, 쌀 자장면과 국수에 이어 쌀 아이스크림, 쌀 스파게티 등 젊은 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의 개발과 함께 필요하다면 지자체의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쌀 한 톨을 생산하는데 농민의 손길이 88번이나 간다지만 정작, 쌀 가격은 애완견 사료의 1/6밖에 되지 않는다는 기막힌 사연을 아는 사람은 흔치않다, 그만큼 쌀 시장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에 봉착해 있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쌀밥과 떡이 먹고 싶어 명절과 제사를 기다렸고, 손님이라도 오면 바가지를 숨겨 쌀을 꾸러 나가는 어머니의 슬픈 모습이 눈에 밟혔는데 이제는 쌀 소비를 고민해야 한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동참을 한다면 소비자는 분명 쌀 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고, 농민들 또한, 땀 흘린 보람과 함께 살맛이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싶다.
| |
첫댓글 운영 위원장이셨던 위원장님! 이글을 송도초등학교 학생들이 읽어야 하는데,유감 입니다. 풋내기인 운영위원이랍시고 최선을 다하려니 힘이 듭니다.교육청에서 있었던 운영위원회연수회를 다녀 와서야 조금 느낍니다. 활동을 많이해서 학교를 위해서 학부모님을 비롯해서 여러 선생님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용솟음칩니다.정말 좋으신말씀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많이 읽게 해 주시며 건강하시고 하시는 의원활동 철저하게 해 주십시오.
송도중학교운영위원장님이시네요! 새해에도 변함없는 후원 주십시오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