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금)】 드디어 남수단에도 한몸평화의 씨가 뿌려지다 1
전주고백교회 담임목사 이강실
오늘 아침 우간다에서 맞춘 빨간 옷을 입고 학교에 갔습니다. 아침에 조를 나누어 비폭력대화 카드로 실습을 하고 난 다음 우리의 전체 수업에 대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에게 모든 과정을 기억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준 다음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들의 소감을 들으면서 8일간의 수업이 이들에게 한몸평화의 의미를 깊이 각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이들은 한몸평화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고 하면서 너무나 좋고 너무나 절실한 주제라고 하면서 한결같이 나의 강의를 매우 의미있게 생각했습니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들어야 할 강의라고 격찬해주었습니다. 특히 이론적인 내용이 아니라 실질적인 것을 배웠고 자신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 가슴이 벅찼습니다. 상황과 다른 사람을 바꾸어야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먼저 평화의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그럴 때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깨달았습니다. 분단의 아픔에서 시작된 한몸평화이기에 분쟁과 전쟁이 있는 어느 곳에서나 모두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더 이상 나이 들기 전에 분쟁지역에 가서 이런 강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실해졌습니다. 그러나 나만 강의를 하고 다닌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강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배출해서 남수단에서는 남수단강사들이 곳곳마다 다니면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활발하게 한몸평화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주체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무한한 일들이 우리 앞에 활짝 펼쳐졌습니다. 이 학생들이 바로 이런 주체가 되어서 가는 곳마다 한몸평화선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11월11일 한몸평화의 날에도 모두 발기인으로 참여해주었습니다.
모든 과정이 끝난 다음 여러 사람들이 마련해준 선물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넥타이와 머플러 그리고 학용품이었습니다. 작은 선물이지만 학생들이 즐거워했습니다. 교회 신부 두 명이 와서 함께 종강예배도 드렸습니다. 종강예배를 마치고 식당으로 가서 종강파티를 했습니다. 이것 또한 여러 사람들의 후원금으로 마련된 식탁이었습니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어제 약속한 대로 초등학교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초등학교선생인 그 학생뿐만 아니라 4명의 학생이 함께 간다고 따라 나섰습니다. 우리는 가게에서 사탕을 사가지고 갔습니다. 학교가는 길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골목길이었습니다. 이곳은 전쟁 때 북수단의 기지로 쓰이던 곳이라서 그들이 남기고 간 탱크가 망가진 채로 그대로 놓여져 있었습니다. 거의 덤불로 덮여져 있는 공동묘지도 지났습니다. 이 지역은 종글리주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주로 살고 있는 곳으로 거의 함석으로 이어진 집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학교도 무척 허름한 곳이지만 이름은 “천사들의 궁전”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 200명의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우리가 다니던 학교의 풍경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당연히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 것처럼 이 아이들도 그러리라고 생각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사실 부담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뙤약볕에 서서 기다리게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손님이 왔다고 우리에게만 음료를 주니 뜨거운 햇살 아래에 앉아 있는 이 아이들이 얼마나 먹고 싶었겠습니까? 이런 모든 것들이 부담스럽지만 여기 문화가 옛날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것을 전혀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의 소개를 모두 마치고 데이비드 마티옵에 이어 제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닭의 우리에서 길러진 독수리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 어린이들이 닭이 아니고 독수리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비록 짧은 만남이지만, 나로서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루한 옷을 입고 함석을 이은 허름한 학교를 다니지만 이들 속에 들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다양성과 잠재력 등이 앞으로 어떤 삶을 펼쳐 나갈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찼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다음 오늘 저녁에는 루벤과 데이비드와 존 가랑이랑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가. 그것은 11월 11일 한몸평화의 날을 상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수업을 정리하면서 학생들에게 한몸평화의 날을 제안했는데 종글레이 지역의 비숍인 루벤이 자기 지역에서 하겠다고 즉각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너무 잘된 일입니다. 코디네이터인 데이비드가 속한 지역이요, 한몸평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지도자들로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 행사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루벤은 이 지역의 비솝으로 20개의 교회를 관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생들도 이 종글레이 지역에서 왔고 앞으로 학교도 이곳에 세울 예정입니다. 우리는 만나서 세부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두 한몸평화의 날이 매우 좋은 계획이라고 말하면서 이 날을 통해 그 지역의 사람들에게 한몸평화의 의미를 확산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주바에서도 성베드로교회와 상의해서 그 날을 기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곳보다 오랫동안 전쟁을 겪은 남수단이기 때문에 평화라는 주제가 그들에게는 매우 강렬하고 절박한 것이며 한몸평화의 날이 그만큼 뜻깊은 날로 여겨질 것입니다. 이들이 단순히 한몸평화의 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넘어서 한몸평화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주체적으로 활발하게 전개하면서 한몸평화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이제 한몸평화가 남수단에도 뿌리를 내리는 뜻깊은 날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우간다의 엔테베로 떠납니다. 내일 저녁 데이비드의 동생이 결혼을 하는데 참여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언제 종글레이 지역도 방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존가랑의 생일이 11월11이라는 것이 반가웠습니다. 한몸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운명이라고 우리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평화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좋은 벗들이 많이 생겨서 더욱 더 정이 드는 남수단을 내일이면 떠나게 되는 남수단의 이강실통신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