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옳지 않나요? 당신, 내 인생을 맛본 뒤로
나 때문에 인생이 온통 쓴맛이 되어버린 아버지,
내가 자라나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만들어낸
텁텁한 첫 국물 맛을 계속해서 맛보면서,
알 수 없는 장래의 뒷맛 생각에 골치를 썩히면서
당신은 나의 흐릿한 눈빛을 살펴보셨습니다.
나의 아버지, 당신은 돌아가신 뒤로도 내 마음 속에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늘 걱정하셨고,
사자(死者)들이 누리는 평온함을, 평온함의 왕국을
보잘것없는 저의 운명을 위해 포기하셨습니다.
제가 옳지 않나요? 그리고 당신들, 내가 옳지 않은가,
당신들에 대한 나의 사랑의 조그만 시작의 대가로
나를 사랑했던 당신들, 나는 그것을 자꾸만 잊었다,
내가 비록 사랑하기는 했지만 당신들 얼굴에 어린 공간이
내게 우주 공간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공간으로… : 인형극 무대 앞에서
연극을 기다리고 싶은 생각이 들면, 아니, 차라리
무대를 뚫어지라고 응시하여 결국엔 내 응시에
보상을 해주기 위해 그곳에 천사 하나가 배우로
등장하여 인형들의 몸통을 위로 치켜들 때면.
천사와 인형 : 그러면 마침내 연극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존재 그 자체로 인해 우리가 언제나
둘로 나누었던 것이 합쳐진다. 그러면 비로소 변화의
전체 원이 우리 인생의 계절들 속에서 그 첫 기운을
찾게 되리라. 이윽고 우리 머리 바로 위에서는
천사가 연기를 한다. 보라, 죽어가는 자들, 그들은
분명히 짐작하리라, 우리가 이곳에서 행하는
모든 것이 얼마나 구실로 가득 차 있는지를. 이 세상
어느 것도 그 자체인 것은 없다. 오 어린 시절의 시간들이여,
그땐 형상들 뒤편에는 과거 이상의 것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땐 우리들 앞에 놓인 것이 미래가 아니었던 그 시절이여.
우리는 물론 자라났고, 그리고 우리는 더 빨리 자라나려고
가끔 서두르기도 했다, 그 이유의 반쯤은, 다 컸다는 것밖에
내세울 것이 없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고독한 연극에서
영원한 것에 만족하며, 세계와 장난감 사이의
틈새에 서 있었다.
처음부터 순수한 사건을 위해 마련되어 있던
어느 한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