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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望鄕)
선우 휘
내가 삼팔선을 넘어 월남한 것이 해방된 다음해 봄이니까 타향살이 어느새 십구 년에 접어든 셈이다.
나는 요즘 자주 고향에 돌아간 꿈을―― 아니 고향에 있는 꿈을 꾸는데 웬일인지 모르겠다. 갓 넘어오자 좌우 투쟁이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비틀거리다가 6·25를 만나 전열에 뛰어들어 정신없이 돌아가야 했고, 그 뒤는 줄곧 생활에 허덕이다 보니 그런 꿈조차 꿀 여유가 없었던가 본데 올봄에 자그마한 후생주택 하나를 마련할 수 있어 이제 가장 구실을 하게 된 까닭인지…….
나는 삼사 년 전까지 돈이 생긴다 해도 내 집이란 것을 마련할 생각이 없었다. 고향을 떠나서부터는 어딜 가 살아도 생소한 남의 고장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은데다가 언젠가는 돌아갈 텐데 집은 무슨 집이랴 싶었다. 그러던 것이 어쩌다 몫돈이 생기고 보니 길면 이 년, 짧게는 육 개월에 한 번쯤은 이사 다녀야 하는 전셋집 살림이 새삼스럽 게 구차스레 여겨져서 교외도 교외, 고양군에 인접한 변두리에 납작한 후생주택 하나를 마련한 것이었다.
친구들은 이제야 사람이 되어가나 보다고 익살 섞은 말로 축하해주지만 아직까지 내 집이면서도 도무지 제 집같이 느껴지지 않고 언젠가 나는 내 고향에 두고 온 옛집으로 돌아가리라는 생각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대지 사십 평에 건평 십이 평인 손바닥만 한 집이 그토록 제 집으로 실감되지 않는 것은 역시 이북에 두고 온 고향집을 그리워하는 탓이라고 하겠는데 그렇게 제 집이라는 것이 생겨서 더 고향집 생각이 간절해진 까닭인지 요즘 자주 내 고향 옛집에 돌아가 있는 꿈을 꾼다.
그런데 나는 며칠 전, 그 아버지가 충북의 충주 가까운 곳에 내려가 살고 있는 친구 이장환을 만나 그 아버지가 두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삼스럽게 두고 온 옛집을 생각했다.
새삼스러운 나의 향수는 가슴이 저리도록 간절한 것이었다. 아니 눈앞에 드리운 보이지 않는 장막 같은 것을 예리한 칼로 섬벅 끊어버리고 싶은데 그것이 꽉 나의 얼굴 앞에 드리워 있어서 숨조차 드내쉴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우면서 가슴이 답답하기만 한 그런 그리움이라고 할까.
어젯밤만 해도 자리에 누워 어둠 속에서 내 고향 옛집을 그리다가는 가슴을 조이는 갑갑증에 못 이겨 벌떡 일어나 전등을 켜고 한참동안이나 앉아 있어야 했다. 나는 그렇게 멀거니 앉아서 몇 번 크게 숨을 내어쉬고 막혔던 가슴을 튼 뒤 이장환의 부친이 그렇게 죽은 마음씨를 바로 나의 그것인 양 너무나 절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 앉아서 작년 봄 이장환의 초대를 받고 이장환의 부친이 지은 집을 찾았던 때의 일을 뇌리에 되새겼던 것이다.
친구 이장환이 그 아버지가 영주(永住)를 결심하고 충주 가까운 시골에 지었다는 집으로 나더러 함께 내려가자고 달랜 데는 까닭이 있었다.
“아버지가 자네를 꼭 데려와야 한다는 거야.”
“꼭이라니, 그건 왜?”
“자네가 이북에서 우리 집을 드나들던 때처럼 거기 새로 지은 집의 마당을 자네가 들어서는 것이라든가 이북의 그 집에서 그러했듯이 건넌방에서 한밤새 화투 등속을 치면서 노는 것을 보고 싶다는 거야.”
“거 또 뭐지?”
“음, 아버지가 거기 집을 지으신 데는 남다른 까닭이 있었어.”
하고 이장환은 그 부친이 거기 집을 짓고 내려가게 된 까닭을 들려주었다.
작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는 재작년 봄, 그의 부친은 까닭없이 한 달가량이나 지방을 두루 돌고 돌아오시더니 아담한 데가 있으니 거기 집을 한 채 지어야겠다고 말하더 라는 것이었다.
해방 다음해 봄에 월남하자 시작한 서비스 공장이 순조롭게 커져서 이제는 명륜동에 천여 만 원짜리 집을 사서 살게 되었는데 갑자기 시골에 집은 무슨 집이냐 싶었지만 그 아버지는 꼭 거기 집을 짓고 거기 가 살아야겠다는 것이었다.
“거기 산형이나 들의 생김새가 이북 고향의 그것과 비슷해. 앞을 흐르는 개천이 없는 것이 옥의 티라면 티지만 해가 뜨는 동녘 산봉우리나 그것이 지는 서녘 산봉우리가 모두 닮았어. 뒷산에는 거무스레한 소나무가 무성하구 거기 군데군데 밤나무가 끼여 있는 것마저 비슷해.”
이장환이,
“그러시면?”
하고 조심성 있게 묻자 아버지는,
“음, 거기 집 한 채를 지어볼련다.”
그제야 이장환은 아버지가 그동안 얼굴이 까매지도록 시골을 돌아보고 오신 까닭을 헤아릴 수 있었다. 아버지는 늘 고향 생각을 하시고 거기 두고 온 집을 그리신 끝에 이제 그와 흡사한 지형을 찾아 그와 흡사한 모양의 집으로 지으실 생각이고나―― 여겨졌다.
이장환으로서는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되 었지만, 아버지의 성미를 아는 만큼 그것을 만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이장환은 해방 후 고향을 뜨기 훨씬 전부터 백 년 가까이 사대를 살아왔다는 그 집의 너무 낡아 누추한 것이 싫어서 기회 있을 때마다 개축하기를 여 러 번 아버지에게 제안했었다.
삼 년이 모자란 백 년이나 되는 그 디귿 자 형의 기와집은 석가래도 썩고 기둥도 기울어서 바람만 불면 미식미식 주저앉을 듯싶은 소리를 내었다.
언젠가 이장환이 밤이면 밤마다 설치는 쥐가 역겨워 쥐틀을 놓으러 천장으로 올라가 보았더니 곰팡이 냄새가 쿡 코를 찌르는데 부걱부걱 발이 빠지도록 먼지가 앉아 있었고 조심스레 걸어가도 미식미식 소리를 내는 판자는 가끔 그의 체중에 못 이겨 버석버석 떨어져나가는 소리를 냈다. 모양 없이 기다랗기만 하고 덩그레 큰 부엌 밑바닥에는 검은 흙이 자〔尺〕 이상 굳게 깔려 있었는데 동리 사람들 가운데는 그것이 무슨 약에 쓰인다고 조금씩 얻어가는 일이 있었다.
아버지가 그것을 알면 복을 떠 간다고 질색할 것이 뻔한 까닭에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가 어디 간 틈을 타서 도둑처럼 몰래 찾아와 어머니더러 말하고 조금씩 파 갖고 가는 것이 일쑤였다.
댓돌도 백 년래의 그대로여서 거무스레하게 변색해 있었고 군데군데 이끼가 끼여 있었는데 추녀에서 떨어지는 낙수가 오랜 세월을 삭여서 깊숙한 것은 거의 어른의 약손가락이 닿고도 남을 깊이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개방적인 시골이라 담은 없고 따라서 대문도 없었는데 바로 집 앞을 흐르는 내에는 언제나 송사리 떼가 노닐고 있었고 그보다 좀더 앞에 나 있는 넓은 늪에는 붕어니 메기 등속이 우굴대었다.
집 둘레는 풍수학의 좌청룡 우백호(左靑龍 右白虎)랄 수 있듯이 뒷산에서 뻗어내린 그렇게 높지 않은 능선이 멀찍이 감싸둘렀고 그것이 들로 빠져드는 한쪽에서도 다른 한쪽까지의 들을 마치 싸리담인 양 미루나무 숲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속에 담아진 논밭이 꼭 삼 정보―― 웬만한 가족이면 능히 자급자족할 수 있는 낟알이 생산되었다.
해방 전 유명한 광산가가 그 집 자리를 탐내 사자고 나섰다가 이장환의 부친으로부터 봉변에 가까운 욕을 먹고 놀라 물러난 일이 있었다.
“대를 이어온 선영을 모시고 있는 땅을 사자니…… 이놈, 돈이면 그만인 줄 아느냐.”
하고 호통하는 바람에 흥정에 나섰던 사람이 쥐구멍을 찾았다. 좌청룡으로 여겨지는 능선의 질펀한 언덕에 이장환네 할아버지로부터 거슬러 올라간 오 대의 선영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장환도 어렸을 적에는 미처 몰랐지만 철이 들면서 차차 자기 집 자리가 보통 명당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북녘이, 뒷산에서 감싸듯이 양쪽으로 흘러내린 능선으로 말미암아 가려진 탓으로 겨울의 웬만한 하늬바람도 분지처럼 파진 집 자리 위를 하늘 높이 스쳐갈 뿐이었고 봄이 돌아오면 남녘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분지인 집터 안에서 머무는 듯이 느껴졌으니까.
그리고 향나무 밑에서 솟는 우물물은 겨울에 뜨스하고 여름에 차가왔다.
그러나 지은 지 백 년 가까운 집인지라 워낙 헐어서 마치 쇠잔한 노추(老醜) 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장환이 부친에게 개축하자고 제언 했던 것 인데 부친은
“왜? 건너 마을 이 집사의 집 같은 양옥이 부러우냐?”
하더니,
“그거 유리창만 잔뜩 끼우고 어디 아늑한 맛이 있더냐?”
하고는,
“네가 정녕 이 집을 헐고 새 집을 지을 생각이 있다면 그건 내가 죽은 다음에 가서 맘대로 하려므나.”
아버지의 마지막 그 한마디에는 다시는 내 앞에서 그런 말을 끄집어내지 말라는 언외의 꾸지람이 깃들어 있었다.
해방 이듬 이듬해 봄 그렇게 아껴온 집에서 축출되어 가재를 소달구지에 싣고 떠나던 날, 이장환의 아버지는 무엇 하나 거들지 않고 당신이 삼십여 년간이나 차지해온―― 그 집에서 할아버지가 또 그 전에는 증조할아버지가 수십 년씩 차지해오다가 바로 거기서 운명하신 그 방에 앉아서 말없이 뻑뻑 담배만 빨다가 마지막 남은 짐꾸러미 하나를 짊어진 이장환이,
“아버지 이젠 떠나시지요?”
하고 말씀드리자,
“알았다.”
하고 담뱃재로 재떨이를 때려 담뱃재를 털어낸 뒤 큰기침을 한번 키더니 천천히 일어서서 길다란 칡덩굴 지팡이를 집어들어 집 밖으로 나와 한참동안 우두커니 서서 집을 쳐다보고 있다가 한 바퀴 집 둘레를 돌아보고 나서
“이젠 됐다·… ¨ 가자.”
하고 집 앞 개천의 징검다리를 건너 늪 앞에 이르러 또 한 번 걸음을 멈추어 한참동안 굽어본 뒤에는 다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훨훨 걸어서 숲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로부터 십오 년 만에 이장환의 아버지는 고향의 옛집 자리와 비슷한 환경을 갖추었다고 여겨지는 충북의 시골에다 이북에 두고 온 옛집과 비슷한 디귿 자 집을 짓고 어려서부터 고향집을 드나든 아들 이장환의 죽마고우인 나더러 한번 내려와달라는 것이었다.
나에겐 그러한 분부를 마다할 까닭이 전혀 없었다. 나는 이장환을 따라 이튿날 조치원과 충주를 거쳐 이장환의 아버지가 지은 집을 찾아갔다.
버스에서 내려서 삼십 리가량은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는데 커다란 고개를 넷 인가 넘어서자 이장환은,
“보고 놀라지 말게.”
하고 나에게 일렀다.
“놀라다니, 왜?”
“글쎄 놀라지 말라니까.”
이장환은 그저 그렇게 대꾸하기만 했다.
다시 조그마한 야트막한 고개 하나를 넘어서자 저 멀리 마주서는 높다란 산까지 트인 들을 건너보는 순간 니누 ‘하하하’ 하고 마음속으로 수긍의 고개를 주억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장환의 이야기를 듣고부터 그러리라고 미리 마음먹었던 탓인지 옛날 이북의 이장환의 집을 찾아들어 갈 때면 눈앞에 전개되던 지형과 어딘지 모르게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주 보이는 높다란 산이며 거기서부터 양쪽으로 흘러내린 능선이며 그 능선이 들로 빠져드는 지점과 지점을 가로막고 있는 숲이며가 하나하나 따져보면 같을 것이 없었지만 그것을 모두 합친 전체적인 인상이 퍽 낯익었다.
“흐흠, 처음 보는 느낌이 아닌걸.”
“비슷해 보여?”
“흠, 헨둥해.”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게 고향 사투리로 대꾸했다.
헨둥하다는 말은 근사하다는 뜻의 평안도 사투리였으니까.
그런데 걸음을 재어 아카시아 숲을 지나 차차 다가들어 갈수록 웬일인지 이장환네가 이북에 두고 온 집터와 비슷하다고 느낀 전체적인 인상은 자꾸 흐릿해만 갔다.
그러나 저만치에 자리한 디귿자 집을 건너다보았을 때 나는
“아.”
하고 짧게 목을 울리고 그 자리에 서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분명히 그 옛날 이북에서 자주 보아온 이장환의 집임에 틀림없었다.
집 모양이 같다는 것뿐만 아니라 지은 지 한 달이 넘지 않은 신축이면서 그것이 몹시도 낡아 보여 너절하게 느껴지는 것조차 비슷하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디귿 자 집의 서쪽 한 끝에 달아 붙어있는 시골식 뒷간의 짚으로 둘러싼 울타리 밑의 한 귀퉁이에 나 있을 개구녁을…….
그것마저…….
집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의 감회는 전신을 스치는 파상적인 소름으로 나타났다.
늪을 끼고 도는 좁다란 길이라든가, 개천에 놓인 나뭇조각을 새끼로 묵은 징검다리라든가, 그 조금 더 밑에 가서 웬만큼 물이 고인 웅덩이라든가, 아아, 그리고 기울어진 외양간의 기둥…….
그 속에는 송아지 한 마리가 고삐로 말뚝에 매어져 있었다.
마당에 들어서자 나는 한가운데 버티고 서서 둘레를 한번 휘둘러보았다.
지붕을 얹은 기와는 새 기와가 아니었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추녀도 낡은 양철이었다.
벽이란 벽은 모두 흙으로 발라 있었고 집 한 모퉁이에 굵다랗게 올라간 굴뚝도 돌과 흙으로 빚어져 있는데 그 꼭대기는 무슨 상자를 올려놓은 양 나뭇조각으로 엮어져 있었다. 대청이란 것은 없고 댓돌 위 높다란 장소에 나무 평상이 놓여 있고 문이란 문에는 모두 우악즈러운 쇠고리가 달려 있었다.
“어떤가?”
이장환이 나한테로 다가서며 나직 한 목소리로 물었다.
“음.”
하고 나는 잔뜩 고개를 젖혀 하늘을 우러러보고는,
“이렇게 마당에 들어서니까 정말 이북의 자네 집에 간 착각이 드는걸…….”
“놀랐지?”
“음, 놀랐어.”
“그런데…….”
하고 이장환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난 이상하게두 이북의 집하구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아니 비슷하게 본땄다고 보이면 보일수록 되려 생소한 느낌이 드니 웬일인지 모르겠어,”
하고 곤혹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비슷해 보일수록 생소하게 느껴진다…….”
“응.”
그때,
“이거 누구디? 농하 아니와?”
하는 귀익은 음성이 등 뒤에서 들렸다. 내가 휙 그리로 몸을 돌리자 기와집과 외양간 사이에서 이장환의 아버지가 불쑥 마당으로 들어선다.
두툼한 무명옷 아래위에 대님을 매고 자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아 아부님, 그동안 안녕 하셨습니까?”
하고 내가 손을 모으며 머리를 굽히자 안면에 잔뜩 희색을 띤 이장환의 아버지는,
“잘 왔구만, 잘 왔어…….”
하고 다가서더니 나의 오른 어깨 위에다 한 손을 얹고는 한참동안 물끄러미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임자두 이제 얼굴에 잔주름이 생기구?”
하더니,
“가만있어.”
하고 나의 어깨에 놓았던 손을 펴서 밀어젖히듯이 내어 뻗으면서 마당을 가로질러 훌쩍 댓돌 위 평상에 올라가 앉더니,
“자, 장환이허구 둘이서 한번 다시 나갔다가 들어와봐 주게.”
하고 일렀다.
나는 어리둥절했으나 이장환이 눈짓을 하기에 그를 따라 징검다리까지 되 돌아갔다.
“아버진 자네허구 내가 옛날 이북에서처럼 나란히 서서 마당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거야.”
하고 조금 미안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 그야 어려울 것 없지.”
그래서 그와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겨 좁다란 길을 따라 나란히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그와 내가 마당으로 들어서는 것을 평상에서 실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던 이장환의 아버지는,
“좋아, 됐어.”
하고 소리치다시피 하면서 고개를 아래위로 주억거려 보였다.
그렇게 내가 이장환이와 함께 마당 한가운데 가서 어쩔 줄을 모르고 서 있자 이장환의 아버지는 훌쩍 평상에서 마당으로 내려서더니 나더러,
“농하 어떤가, 고향 간 생각이 안 들어?”
하고 물었다.
“예.”
하고 대꾸한 나는,
“정말…… 두고 온 댁과 어쩌면 이렇게도…….”
하고 슬며시 이장환의 얼굴을 홈쳐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아까 엿보였던 곤혹의 빛은 사라져 있었으나 그래도 어딘지 그늘져 보였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그 주름진 얼굴에 하염없는 그리움의 빛을 띠우며,
“꼭 같이 만드느라구는 했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전혀 본 일이 없느니 만큼 여간 애를 먹지 않았구만.”
하고, 자족한 듯이 고개를 좌우로 돌려 한번 주욱 둘레를 훑어보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자, 시장할 텐데 이제 안으로 들어가 봄세.”
하고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면서 또 흘짝 평상으로 올라섰다.
평상을 거쳐 안으로 들어선 나는 방 안에 깐 삿자리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이거 어서 구하셨습니까?”
오랜만에 삿자리를 본 나는 꿇어앉아 매끈하면서도 꺼칠꺼칠한 삿자리를 손으로 쓸어보았다.
“자 편안히 앉으라구.”
하고 이장환의 아버지는 아랫목의 나무 재떨이에 기대놓았던 장죽을 끌어당겨 찬찬히 싸래기를 담아 물더니,
“구하는 데 좀 힘은 들었어.”
하면서 한 손으로 소중한 듯이 조심성 있게 삿자리를 쓸고 나서,
“떠난 지 십오 년이나 지났디만 고향에 돌아간다는 건 이제 틀레버랬구, 더 기다레보재니 내 나이가 있어. 그렇다구 무슨 재간으로 거기 있는 산을 옮겨 올 수도 없는 노릇이구 해서 이렇게 지어본 거디. 꼭 같을 수야 없지만 제 고향 제 집을 찾아간 기분이 들어서 한결 마음이 좋구만.”
하고 잠깐 뜸을 들이더니,
“그런데 사람이 욕심이란 게 한이 없어. 이만큼 흉내를 내보니까, 자질구레한 데 더 마음이 써져서 탈이야. 모난 댓돌 하나두…… 그놈이 거기 있었던 것 같아 거기 꽂아보면 어쩐지 또 거기가 아니었었던 것 같구…… 그래서 이리 꽂았다가 저리 꽃았다가 대여섯 번이나 이리 뒤지고 저리 뒤지다가 도루 처음에 꽂았던 자리에 집어넣은 일두 있었어…….”
하고 감개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날 저녁 나는 이장환과 겸상으로 그의 아버지와 한방에서 저녁을 먹었다.
밥 바리가 놋그릇인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밑반찬 외의 별식은 되비지였다.
비지라면 이남에서는 두부를 앗은 뒤의 찌꺼기를 두고 말하지만 고향의 그것은 콩을 갈아 거기 돼지 뼈다귀와 살을 넣어 끓여내는 것으로서 보통 ‘되비지’라고 일컫는 것이었다. 월남한 이북사람들도 구미는 느끼면서 품이 들어서 그렇게 흔히 만들어 먹지 못하는 음식이다.
나는 그 되비지에서 만문해진 돼지 뼈다귀를 골라내어 빨면서 이장환의 아버지가 고향을 그리는 마음씨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이장환의 아버지는 되비지에서조차 고향의 냄새를 맡으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향수라는 표현 따위로는 어림도 없는 집념 (執念)이라고 일컬어야 할 그렇게 세찬 그리움―― 아니 살을 저미는 아픔을 자아내는 호곡이라고 할까.
그런데 나는 처음 이장환이 그러한 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까닭이 모처럼 궤도에 올라선 사업에 어쩌면 응어리가 질까 하는 데 있는 줄 생각했지만 그 뒤에 알고 보니 그의 걱정은 그런데 있지 않았다.
나는 그날 밤 이장환과 더불어 밤늦게까지 화투 놀이를 하다가 안방에서 이장환의 아버지가 코를 고는 소리를 듣자 석유 등불을 끄고 자리에 들었다.
그 석유등도 이장환네가 해방 전 고향의 그 옛집에서 쓰던 ‘방등’을 본따서 만든 것이었다.
이튿날 나는 이장환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던 것인데…… 그로부터 일 년쯤 지난 그곳의 집 앞에 판 늪에 빠져서 돌아가셨다는 부보를 들은 것이다.
이장환은 나와 만나 어느 어두컴컴한 목로집으로 찾아가 술을 나누면서 그 아버지가 그렇게 돌아가실 때까지에 있은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난가을 이장환의 아버지는 그 생신날에 이제 몇 남지 않은 서울에 사는 옛 친구들을 그리로 불러내려다가 잔치를 베풀었다고 한다.
거기서 영감님들은 술을 나누며 고향 이야기를 주고받다가는 서로 수심가를 밤늦게까지 한없이 부르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얼싸안고 웃다가는 울고 울다가 웃고 하는 품이 꼭 철들기 전의 어린애들 같아 보이더군. 나는 시중을 들면서 영감님들의 주고받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저 그렇고 그러한 씨없는 이야기들이야. 한 가지 느낄 수 있는 것은 그저 고향을 다시 못 볼 것이라는―― 한이더군.”
“한?”
“음, 서러운 한이지.”
“한이라…….”
“그리고 영감들은 거기서 이삼 일씩 묵고 나흘 뒤에야 모두 떠나버렸는데 그렇게 보내놓고 난 뒤의 아버지는 마치 얼빠진 사람 같아 보였어.”
“그럴 법도 하지…….”
“그것이 아버지로서는 친구들과 어울린 마지막 향연이었어, 그런데…….”
이장환은 한 번 한숨을 내어숴고 나서,
“그뒤부터는 짜증을 잘 내시구…… 그래서 따라 내려간 사촌 내외나 시중을 드는 사람들이 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거야. 심지어…….”
언젠가는 아닌 밤중에 일어나 모두들 깨워놓더니, 어째서 이 집에는 쥐도 없느냐고 야단을 하는 바람에 모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 되신 겁니까?”
하고 조심성 있게 묻자, 그제야 ‘아버지’는 마음을 가다듬는 품이더니,
“음, 누워 있는데 너무 조용해서…… 외양간의 송아지 고삐를 잡아맨 고토리가 달가락거리는 소리는 들리는데…… 문득 천장에서 쥐가 설레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지, 왜 쥐가 없을까, 쥐가…….”
그래서 이튿날 사촌은 거기서 웬만큼 떨어진 마을로 가서 한 마리에 오십 원씩을 주고 산 쥐를 다섯 마리나 사다가 천장 위에 풀어놓아 주었다고 한다. 혹시 다른 데로 흩어질까 싶어 쌀 두 되와 보리 서 되를 여기저기 뿌려놓은 뒤에…….
그리고 오늘 밤인가 내일 밤인가 하고 기다렸지만 나흘이 지나도 ‘아버지’가 천장에서 쥐가 설레는 소리를 들은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사촌이 공연스레 이백오십 원이나 들였다고 후회하게 된 닷새째 되는 날 초저녁, 뒷간에 갔다 돌아오는 마당에서 사촌은 비명에 가까운 ‘아버지’ 의 째진 목소리를 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싶어 기겁을 하고 안방으로 뛰어든 사촌은 부엌으로 나 있는 장지문 틈에 바싹 머리를 갖다대고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사촌이 황급히,
“무슨 일이십니까?”
하고 다가 묻자, ‘아버지’는 그리움에 가득 찬 실눈으로 사촌을 올려다보며 속삭이듯이 ,
“조용히.”
한마디 타이르고는,
“여보게, 이리 와서 좀 들어보게.”
하며 가까이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으면서 사촌은 분부대로 다가가 주저앉으면서 장지문 틈에다 귀를 갖다대야 했다.
“어 때, 쥐 소리가 들리지?”
“예?”
“가만히 들어보게·…… 방금 쥐 우는 소리가 들렸어.”
사촌은 ‘아버지’와 바싹 마주 앉아 똑바로 그 얼굴을 쳐다보기가 몹시 겸연쩍어서 눈을 깔았다.
잠시 후 견디기 어려운 정적을 깨뜨리고―― 사촌에게는 그야말로 ‘깨뜨리고’ 부엌의 어느 구석에서 짹짹 하고 두 번 쥐 우는 소리가 문틈으로 새어들어 왔다. 그러자 ‘아버지’는 두 눈에 회심의 빛을 띠며,
“어때? 들리지?”
“예, 두 번 울었어요.”
사촌은 소학생처럼 그렇게 대꾸했다.
“아버지는 쥐 소리마저 그리웠던 모양이야. 그 쥐는 옛집에서 울던 쥐가 아닌데두 말일세.”
이장환은 쓸쓸히 웃고 나서,
“석 달 전 거기서 증조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게 돼서 가까운 친척 들은 대개 내려갔는데 아버지는 이북에서두 이렇게들 모였었다고 하시면서 여간 기뻐하시질 않았어. 그리고 제사를 끝낸 뒤 음복을 하셨는데 아버지는 오랜만에 과음을 하셨던가 봐. 갑자기 술상을 물리시더니 통곡을 하시지 않겠나……. 모두 놀라서 왜 이러십니까고 물었지 .”
이장환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아버지는 이북에 두고 온 누님을 생각하시고 우신 거야…… 우셔도 여보게……그저 우시는 게 아니라 가슴을 쥐어뜯으면서 우셨으니…….”
“알 만하네.”
“그 뒤부터…… 나는 이틀 후 서울에 올라와버렸는데…… 사촌 이야기를 들으면 무언가 혼잣말을 하시는 버릇이 생기셨다는 거야. 그런데 바싹 다가서서 귀를 기울여도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대…….”
“전혀?”
“음, 가끔 칡덩굴 지팡이로 어딘가를 가리키시면서 ‘아니야, 이렇지가 않았어’ 라고 중얼거리시는 것만은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는 거야.”
“흐음.”
“돌아가시는 날 아침 갑자기 늪에서 고기를 잡으신다고 하시더라는 거야. 그래서 사촌이 읍으로 가서 낚시를 사 올까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그런 고기잡이가 아니구 하시면서…… 농하, 자네 왜, 우리들 어렸을 적에 한 일이 있잖아……. 거…… 저……석 자 사방쯤 되는 모기장의 네 귀에 버드나무 가지 같은 것을 잡아매서 그것을 한군데에서 엮어 가지구 거기 장대를 꿰어서 말일세.”
“음, 거기 호박꽃 같은 것도 늘이구.”
“그렇지.”
“그걸 깊숙이 늪 속에 드리우고 거기 된장 덩어리를 뿌리면 송사리나 붕어 새끼들이 모여들지. 그리고 한참 있다가 홀쩍 들어내면 그 모기장 속에 고기 새끼들이 오골오골…….”
“바루 그거야, 아버지는 그 고기잡이를 하신 거야.”
“그러시다가?”
“음, 사촌이 한나절이나 옆에 앉아서 거들었다는데 잠깐 자리를 떠서 집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더니 아버지는 상반신을 물속에 들이밀고 계시더래.”
“넘어지셨나?”
“글쎄, 일으켰을 때는 이미 숨져 있더라는 거야.”
“어떻게 그렇게 돌아가셨을까.”
“정말 맥없이 돌아가셨어.”
나는 술의 힘을 빌어,
“일부러 그렇게 물속에 머리를 넣으시고 돌아가신 건 아니시겠지.”
하고 물었으나 이장환은,
“그러실 리는 없어. 아니 그러신 흔적이 전혀 없어……. 다만 내가 전보를 받고 뛰어내려가서 아버지가 쓰시던 책상의 서랍을 정리하는데 남겨주신 글월을 발견했어 .”
“거기 뭐라구?”
“음, 당신이 묻힐 데를 일러주신 거야.”
“어디라구?”
“음, 그 집 뒤에서 좌측으로 흘러내린 소위 좌청룡의 능선이 질펀히 언덕진 양지바른 곳인데, 이북의 선영과 비슷한 솔밭 사이야.”
그리고 그는 아버지를 거기다 묻어드리고 올라왔다고 했다.
그 목로집에서 나와 그와 헤어진 뒤 나는 밤 늦게였으나 일부러 서대문까지 걸어서 거기서 거의 마지막 합승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왠지 혼자 걷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혼자 밤길을 걸으면서 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이장환의 아버지는 늪가에 앉아 무엇인가를 본 것이 아닐까……. 눈앞의 논밭과 숲을 건너다보다가 고개를 좌우로 돌려 집과 집을 둘러싼 산을 휘둘러보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그리고 다시 고개를 거두어 늪을 들여다보고…….
거기…… 그 잔잔히 머문 거울 같은 물속에 비친 흰 구름과 푸른 하늘……, 그리고 거기 비친 자기의 얼굴을 본 것이 아닐까.
나는 알고 있다. 어렸을 적에 본 이장환의 할아버지의 얼굴을……. 그리고 이장환의 아버지가 나이를 잡수실수록 그 얼굴이 그 아버지인―― 이장환의 할아버지의 얼굴을 닮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
그래서…….
-끝-
2016년 5월 26일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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