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자신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언제나 대중매체에 노출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보를 얻기 위함도 있을 것이고,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이렇게 우리 생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중매체이기에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대중매체와 관련하여 한국인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것들을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 한국인의 냄비근성
흔히들 한국인은 냄비 근성이 있다고 말한다. 양철 냄비처럼 빨리 끓고 빨리 식는다는 말이다. 한 예로 얼마 전 있었던 성우 장정진 씨의 일도 그러하다. 시청률을 모으기 위한 위험한 TV쇼 프로그램이 한 성우의 목숨을 앗아가자, 당시 네티즌들과 많은 사람들은 시청률을 의식한 자극적이고 위험한 오락 프로그램들을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로 인해 그 사건이 일어난 프로그램은 종영되었고, 그 외에 또 다른 움직임들도 보이는 듯하였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떠하고, 그 당시의 상황과 무엇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오락 프로그램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목소리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그를 수습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얼마 가지 못하는 한국인의 냄비근성이라는 속성. 이제는 벗어버려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 우르르 속성
내가 생각해 본 또 다른 한국인의 자화상은 정확한 명칭은 없지만 ‘우르르 속성’ 이라 하면 적당할 것이다. 어느 음식이 몸에 좋다하면 우르르 가서 그 음식을 먹고, 어느 음식에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들었다 하면 발길이 뚝 끊기게 되는 현상 말이다. 어느 나라든지 한 번 대중매체를 타면, 그 서비스나 상품은 이목을 끌게 되고 많이 나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유독 그 현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얼마 전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라는 프로그램에서 ‘산세베리아’ 라는 식물이 공기 정화에 좋다는 내용의 방송이 나가자 주부들이 산세베리아를 찾는 통에 중국에서 수입을 해 와도 모자란 형편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역시 ‘우르르 속성’의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우르르 속성은 패션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대중매체가 인간이 몸담고 살아가는 사회 내에서 고립되지 않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게 하며, 그 사회 구성원들과 공통의 문화를 갖게 하여 인간을 사회화시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일정한 가치관을 가지게 하여 획일적인 인간들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지난 여름,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김정은이 볼레로를 선보이자 대부분의 여성들이 볼레로를 입게 되었고, 올 겨울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임수정이 신고 나온 어그 부츠는 길거리로 나온 대부분의 여성들의 발을 장식하게 되었다. 유행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같은 획일적인 모습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할 수 있는 모습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 신데렐라 신드롬
한국은 ‘드라마 강국’이라고 명명될 정도로 드라마가 많이 방영된다. ‘금쪽같은 내새끼’가 사람들의 퇴근길을 재촉하고, ‘미안하다 사랑하다’가 가족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을 만큼 드라마에 열광한다. 드라마의 종류에도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부터 해서 그 종류는 여러 가지이지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 내용은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모습이다. 요즘 들어서 소위 인기를 끈다 싶은 드라마의 주요 모티브는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한 여성과 그런 그녀와의 사랑을 만들어 가는 부잣집 남자, 그리고 그런 그를 노리는 완벽한 여성의 대립구조이다. 근 몇 년간 수많은 드라마들은 ‘신데렐라’ 라는 동화에서 중심 내용을 따내어 계속해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한국인의 자화상이라기보다 한국인들 특히, 여성들의 이상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극적인 장치를 이용해 그려주는 드라마야말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좀 더 새롭고 혁신적인 내용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드라마가 필요하다.
대중매체는 이제 우리의 삶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음악, 영화 TV, 광고, 인터넷 등의 이런 매체가 우리의 생활에 들어 온 지는 불과 얼마 되지 않지만, 그만큼 빠르게 우리의 삶 속에 자리 잡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여러 대중매체들이 수용자에게 어떠한 왜곡된 이미지를 반복해 심어주며 잘못된 것을 본질인 양 굳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포장된 화면들의 홍수에서 우린 과연 얼마만큼의 가치판단을 하고 있을까? 자신이 접한 상황에 대해 막연하게 ‘그럴 수도 있어’라고 생각하기보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 ‘이건 왜 그렇지?’라고 물을 수 있는 비판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태도로 긍정적인 한국인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부정적인 면들을 수정해 간다면 우리의 사회의 미래가 좀 더 밝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