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변하는 LED 불빛이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지하 공간. 빨간 재킷과 선글라스 차림의 집주인 이용규 씨와 형 이승규 씨는 1988년도 음악그룹 ‘코리아나’로 활동하던 그 시절의 무대를 떠올리며 장난스러운 몸짓을 보여준다. 이 독특한 공간에 놓인 가구는 세계 최고 부호들의 저택과 특급 호텔에서 볼 수 있는 크리스토퍼 가이 제품이다.
인왕산과 북악산을 병풍 삼아 자리한 넉넉하고 조화로운 동네, 종로구 신교동.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고층 빌딩과 요란한 네온사인이 즐비한 강남 일대와는 사뭇 다른 차분함과 여유로움이 흐른다. 청와대 뒷길을 따라 찬찬히 걸으면 새소리도 들리고 향긋한 풀 향기도 난다. 부산함이라고는 전혀찾아 볼 수 없는 고요한 동네. 단독주택과 저층 빌라가 나란히 늘어서 있는 이곳에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한 비밀스러운 집이 자리하고 있다. 햇빛 잘 드는 주택가에 자리한 호화로운 복층형 빌라의 대문을 들어서면 집 앞뒤로 자리한 두 개의 정원과 산책길이 있고, 그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뾰족 지붕을 한 정겨운 오두막을 만나게 된다. 비치 파라솔과 야외 수영장이 있는 집, 소나무와 동백나무를 키우는 집. 이곳에서는 서울의 한 중심에서 좀처럼 기대하기 힘든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이 평범치 않은 집에는 예상대로 평범치 않은 왕년의 최고 스타가 산다. 20대 중반 이상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88올림픽 공식 주제곡이었던 ‘손에 손잡고’를 불렀던 코리아나의 멤버 이용규 씨가 사랑하는 아내, 하나뿐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이들 부부는 1991년 결혼한 이후 지금까지 각자의 분야에서 사업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시절을 떠올리면 뜨거운 감동과 환희가 밀려온다고 한다.
“지금은 배 나온 중년이 되어버렸지만 당시 남편은 정말 대단했어요. 일찍부터 유럽에서 활동을 시작한 덕에 국내에서보다는 유럽 시장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었죠. 비틀스의 음반 판매량을 따라잡았고, 유럽 음반 차트 1위를 두 번이나 차지했으니 동양인 가수로서 최고의 영예를 얻은 것이죠.”
1 1층 현관에서 내려다본 풍경. 복층 구조의 장점인 높은 천장고를 활용, 압도적인 크기의 커튼을 드리웠다. 2 블랙&화이트의 대리석, 벨벳 커튼, 호랑이 박제, 황금빛 벽 거울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만드는 지하 공간. 3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크리스토퍼 가이 가구는 가구이기 이전에 하나의 오브제가 된다.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보니 로큰록을 열창하던 그룹 사운드 코리아나의 이용규 씨도 이제 천명을 알게 된다는 쉰의 나이를 넘겼다. 록가수로 활동하던 시절 못지 않은 열정으로 살아가는 이들 부부는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이 집을 ‘코리아나빌’이라 이름을 붙였다. 음악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단란한 세 가족의 꿈을 엮어 그들만의 독특한 공간을 완성했다.
이 집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파란 불빛이 번쩍이는 현관문. 마치 공상과학 만화의 주인공이 우연히 발견하게 된 미래의 도시로 통하는 비밀통로를 보는 듯한 신비로운 기운이 감돈다. 이 불빛의 정체는 바로 파워 글라스. 파워 글라스는 유리 사이에 양면 발광 LED를 삽입하여 만든 특수 유리로 마치 불빛이 스스로 허공에 떠 있는 듯 드라마틱한 광경을 만들어준다. 바닥부터 벽에 이르는 대리석 마감이 여기저기서 번쩍이는 파워 글라스 불빛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벽에서 바닥, 다시 벽으로 굴절되는 불빛은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낸다. 거실은 화이트를 주조색으로 사용한 모던 공간으로 블랙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했으며 클래식 스타일 가구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조명등으로 꾸몄다. 거실의 통창에는 모던 스타일의 실내와 묘하게 중첩되는 그림 같은 자연 풍경이 담겨 있다. 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은 마을 뒷동산처럼 커다란 소나무며 동백나무가 우거져 있는 모습이 도심을 떠나왔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장관이다.
1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꾸민 1층 거실. 이곳 인테리어는 (주)디브이씨(02-334-4589)의 성정아 대표가 스타일링은 박송 디자인(02-3478-1021)에서 담당했다. 베이지 계열의 클래식한 소파와 화이트 대리석이 공간을 우아하게 만들어 준다. 창문 너머로 잘 정돈된 정원과 야외 수영장이 자리하고 있다. 2 클래식한 골드 프레임이 돋보이는 대형 거울이 놓인 부부 침실. 보통 집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파스텔 톤 그린 컬러 침구와 커튼으로 신비롭고 이국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3 침실과 서재 사이의 코너 공간에 마련한 화장대. 독특한 프레임의 거울로 포인트를 주었다. 크리스토퍼 가이 제품. 4 지하에서 올려다본 1층 다이닝룸. LED 조명등이 은은하게 비추는 파워 글라스를 시공해 허공에 은하수가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이러한 자연경관은 침실, 서재, 주방 등 집 안 어느 곳에서도 유리창을 통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침실, 서재, 욕실은 저마다의 컬러 매치와 스타일에 집중한 공간이다. 공간마다 독특한 개성을 살려 각기 다른 콘셉트를 부여했다. 먼저 부부 침실은 클래식 스타일 벽지와 장식적인 느낌이 강한 골드 가구를 매치해 한결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서재는 브라운 컬러 의 중후함이 매력적인 공간으로 고급스러운 가죽 소재를 주로 사용했다. 욕실은 파워 글라스의 매력을 고스란히 대입, 은하수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히노키 욕조의 경우 해파리 어항을 함께 매치한 점이 눈길을 끈다.
LED 불빛이 번쩍이는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오면 이 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인 게스트 룸에 들어서게 된다.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파티와 사교 모임을 즐기는 이용규·주세량 씨 부부에게 손님을 초대하는 일은 즐거운 일상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 온 샴페인 한 병에 가족들을 죄다 불러 모으기도 하고, 기분이 나면 비디오 영상이나 음향 기기들을 꺼내놓고 깜짝 공연을 열기도 한다. 그럴 때면 리듬을 타는 듯 반짝거리는 LED 조명은 이곳을 온전히 그때 그 시절 추억의 무대로 만들어준다.
1 지하에 위치한 바에 옹기종기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용규·주세량 씨 부부와 이승규·이경애 씨 부부. 왼쪽부터 이승규, 이용규, 주세량, 이경애 씨. 2 1층 정원에 자리잡은 야외 수영장. 3 수영장을 지나면 산책길이 있고 그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정겨운 오두막이 자리 잡고 있다. 오두막 역시 간단한 차나 음료를 마실 수 휴게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지하 공간은 온전히 손님맞이와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조명을 겸한 아일랜드 식탁을 놓아 바를 만들고, 생김새 자체가 하나의 오브제가 되는 ‘크리스토피 가이’ 가구로 공간을 구성했죠. 세계 부호들의 저택에 들어간다는 ‘크리스토퍼 가이’ 가구는 전 과정을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가구로 정형화되지 않은 독특한 디자인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지하부터 1층 천장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창문에 블랙 컬러의 벨벳 커튼을 드리우니 최고급 특급 호텔 부럽지 않은 특별한 파티 공간이 탄생했어요.”
차가운 대리석의 질감, 절제된 색감, 번쩍거리는 LED조명…. 코리아나빌은 그저 마음이 편안해지는 집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담아 설계한 만큼 신선하고 이색적인 멋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군더더기 없는 모더니즘의 진수를 표현한 공간 안에 마치 리듬을 타는 듯한 LED 불빛이 어우러져 금방이라도 흥겨운 공연이 시작될 것 같은 곳.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이 호사스러운 집은 이들 부부에게 가장 멋진 무대가 된다.
집 안 곳곳에 활용된 파워 글라스 이 집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파워 글라스.별빛이 쏟아지는 듯한 섬세하고 부드러운 불빛은 집 안 곳곳에 묘한 신비로움 부여해준다.
1 대리석과 유리는 차갑고 미니멀한 공간을 연출해주는 소재. 미래적인 느낌을 주는 안방 화장실문은 파워 글라스를 활용하여 제작했다. 파워 글라스는 독일 글라스 플라츠사 제품으로 주세량 이사가 운영하는 엘리드(02-521-1918)에서 주문 제작 판매. 부드러운 유선형 디자인이 매력적인 욕조와 세면대는 빌레로이앤보흐 제품. 엘리드에서 판매. 2 파워 글라스를 적용된 현관문. 3 대리석에 비춰진 파워 글라스의 환상적인 빛.
4 1층 다이닝 룸에서 파워 글라스를 통해 내려다본 풍경. 5 황금빛 오브제와 함께 묘한 분위기를 내는 벽면 조명등. 6 거실장 위에 놓여있는 시계 역시 파워 글라스로 제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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