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자루 |
살아계시면 금년 112세의 아버지
새삼 아버지가 그립다.
당시 여러 형편과 사정으로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회갑 전에 천국으로 가셨다.
초등학교졸업 후
부모님 품을 떠나 객지로-
한을 풀지 못한 그리움
어버이주일을 맞아 더욱 그리운 아버지
어린 시절이라
무엇인가 해드리지 못했던 나
도리를 다하지 못해 후회뿐이다.
보릿고개 시절
초등학교동창들이 거의 진학을 못하고
농촌에서 일해야 하는 시대적 상황
“망아지는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초년고생은 금을 주고 산다.”는
속담을 말씀하시며
어린 나를 객지로 보낸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초등학교 졸업당시 성숙하여
새끼머슴으로 보낼 수도 있었고,
집에서 상머슴처럼 일할 수도 있었는데
교육을 위하여 도시로 보내려고
얼마나 소설 같은 일을 하셨는지-
야간학교에라도 입학할 수 있도록
장정도 일하기 힘든 연돌공장에
애원하여 일할 수 있게 하시고
기도하며 백방으로 노력하신 아버지
대동아전쟁 시 일본징병으로 끌려가
남양군도에서 전사통보를 받았으나,
얼마 후 포로교환으로 돌아오시고
친척집 행랑에서 새 가정을 이루시고
노동으로 시작하여 손수 흙담집을 짓고
외삼촌이 주신 다랭이논
일곱 되지기(1되지기=20평) 농사지으며 |
야산을 개발하여 밭을 만드시고
식구는 늘어나고 빚은 쌓이고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든지
막내가 젖을 떼기 전 가셨다.
장맛비에 곡식이 물에 잠겨도
주일예배 한번 범한 적 없으시고
추수한 곡식 일년양식 반도 안 되지만
가장 먼저 깨끗한 자루에 십일조를 담아서
방앗간에서 교회로 곧장 지고가시고
텃밭에 가지 호박 오이 등 첫 열매
반드시 교역자에게 먼저 드리고
계란이나 농산물을 팔아 주일헌금마련,
고무신 한 켤레라도 새것은
반드시 주일에 먼저 신으시고
아무리 고단한 농사철에도
새벽가정예배 한번 거르지 않고,
선교사를 도와 지역교회 보살피신
둔덕교회 초대 장로님
방학이나 휴일에 집에 가면
밖에서 인사 드렸어도
방에 들어가서 큰 절을 받으시며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신세진 어르신들
고구마자루 짊어지고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오게 하셨던 아버지
“연돌공장을 물려주겠다.”는 말도
들을 수 있도록 길러주셨다.
중학생시절 지게질 알바로
몇 푼을 드린 것 외에 전혀 없지만
고구마자루 수없이 주셨고
하늘같은 동생들 다섯이나 주셨고
목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고
신앙과 효와 예와 부지런을 물려주신
아버지 같은 아버지가 되어야 할 텐데,
한국의 아버지들 우리 아버지 같았으면!
어버이주일에 말씀을묵상하며(다니엘5장)
김윤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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