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수기라지만 유명관광지에나 해당사항이 있을 뿐 대개의 지방도시는 오히려 주민들이 피서를 떠나서 평소보다 더 한산합니다. 8월초의 마산도 그랬습니다. 마산이 코앞인 진해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전화 한 통화로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침대에 편히 누워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호텔방에서 갑판장네 셋이 하룻밤 묵는 비용은 10만원입니다. 호텔에서 어시장, 복요리거리, 오동동아구찜거리는 10분 이내에, 창동예술촌과 부림시장은 20분 이내에 걸어 갈 수 있습니다.

숙소에서 보이는 풍경/마산만, 마산
'냐아앙 냐앙 냐아앙~'
괭이갈매기의 울음소리가 고양이를 닮아서 괭이갈매기라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고양인지 괭이갈매긴지 하여간 새벽부터 창밖에서 울어대는 통에 잠을 깼습니다. 현재시각 오전 4시 반, 평소라면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장을 보러 나설 시각입니다만 지금은 휴가중입니다. 게다가 여기는 마산,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습니다.


남성식당/복요리거리, 마산
이리저리 뒤척이다 이불을 박차고...는 아니고 아내와 딸아이가 잠을 깰새라 도둑괭이 마냥 살금살금 호텔을 나섰습니다. 현재시각 오전 6시, 평소라면 아침식사를 하고 있을 시각입니다. 복요리거리까지 꼼질꼼질 걸어 가면서 혹시 남성식당이 문을 안 열었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괜한 기우였습니다. 그 시각에도 갑판장보다 먼저 온 손님들이 여럿 있습니다. 전날 저녁 때 오동동아구찜거리로 찾아가면서 복요리거리를 살펴봤을 땐 분위기가 썰렁했었습니다. 현지 택시기사의 말씀에 의하면 마산은 저녁 8시면 한밤중이나 마찬가지라 상가가 대부분 철시를 한답니다.

메뉴판(2014년 8월)/남성식당, 마산
서울에선 까치국이나 졸복국을 즐겨 먹었지만 마산에 왔으니 호기롭게 가장 비싼 참복국을 주문했습니다. 아내와 딸아이가 동행했다면 까치국과 졸복국도 한 그릇씩 주문했을텐데 아쉽습니다. 원산지 표시를 보니 은복만 수입산이고 다른 복은 모두 국내산이랍니다.

참복국/남성식당, 마산
갑판장이 받은 참복국엔 참복 다섯 토막이 들었습니다. 남성식당에선 복으로 맛을 내고 마늘과 파로 향을 돋군다는데 입맛이 미개한 갑판장은 그런다니 그러려니 합니다. 조리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지 않고는 진상을 알 수 없습니다.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다시 그 딸에게서 며느리에게로 3대째 대물림을 하는 식당이라니 진실은 그 분들이 아시겠지요. 남성식당은 1945년에 개업을 했다니 우리나라가 광복을 한 해와 같습니다. 광복절이 올해로 69주년이니 남성식당도 딱 그만치 된 식당입니다.

참복국/남성식당, 마산
국그릇을 뒤적이니 참복에 가려져 있던 미나리와 콩나물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동물성과 식물성이 한데 어우러진 푸짐한 건데기와 국물이 있는 음식을 선호하기에 복국을 앞에 두고 보기만 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남성식당/복요리거리, 마산
서울에서라면 복국에 들은 복엇살은 그냥 먹든지 폰즈나 와사비간장소스에 찍어 먹었을 겁니다. 마산에 왔으니 마산식으로 초장에도 찍어 먹었습니다. 도톰한 껍질이 살근살근 씹히는 맛이 기똥찹니다. 속살은 좀 단단하지만 그렇다고 냉동은 아닙니다. 국물도 깔금하고 포실포실 씹히는 탄력있는 살맛도 좋습니다. 마산에서 참복국을 먹는다는 도취감에 빠져 플라시보효과가 발현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지금 느끼는 이 맛, 이 기분에 흠뻑 취할랍니다.

남성식당/복요리거리, 마산
물 좋은 마산에 왔으니 소주도 기왕이면 마산의 소주인 화이트를 마십니다. 기분이 좋으니 화이트소주도 어젯것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현재시각이 오전 6시 55분이면 어떻고, 동창이 환하게 밝았으면 또 어떻습니까? 갑판장은 휴가중이고 여기는 마산입니다. 잠꾸러기 아내와 딸아이는 호텔 체크아웃시각에나 맞춰 일어날텐데 무슨 근심이 있겠습니까? 취기가 오른다 싶으면 도로 잠자리에 들면 됩니다. 옆 자리에선 부자지간에 소줏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만정을 쌓고 있습니다. 갑판장도 딸아이와 키득거리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날을 꿈꿉니다. 어여 졸업 하시게...

남성식당/복요리거리, 마산
이미 초장에 화이트소주까지 등장을 시켰으니 이참에 확실히 마산식으로 먹어 볼렵니다. 반쯤 남은 국물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니 이내 탁해집니다.(사진 가운데 부분)

남성식당/복요리거리, 마산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아예 양념장도 조금 넣어 봅니다. 간이 모자라서 넣은 것이 절대 아닙니다. 처음에 나온 상태 그대로가 갑판장의 입맛에는 더 맞습니다.

남성식당/복요리거리, 마산
남성식당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다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기사중에서 막걸리시인으로 알려진 이소리(본명은 이종찬) 시인이 작성한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그 기사의 모두를 발췌하여 아래에 옮겼습니다. 아주 그냥 쥑입니다.
오이소
드이소
속이 썬언-하지예
너 밤새 핏발 선 눈빛으로 날 할퀴고 무너뜨려도
너 이른 아침까지 끈질기게 달라붙다 끝내 나를 마셔 버려도
복국, 너 하나만 있으면 된다.
술, 너 이제 꼼짝없이 죽었다.
<막걸리시인 이소리의 '복국사랑' 모두(冒頭)>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397413 에서 발췌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딸, 너 하나만 있으면 된다. 술, 너 이제 꼼짝없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