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주일) 사순절 첫째주일 - 사랑으로 이루는 하나
말씀제목
- 사랑으로 이루는 하나
말씀본문 - 요한복음 17장 20절
“나는 이 사람들을 위해서만 비는 것이 아니고, 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를 믿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빕니다.”(새번역)
“내가 비옵는 것은 이 사람들만 위함이 아니요 또 그들의 말로 말미암아 나를 믿는 사람들도 위함이니(개역개정)
말씀묵상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고별담화 중 마지막 부분, 고별기도의 끝부분입니다. 여기서 주님은 제자들 뿐 아니라 제자들로 인해 예수님을 믿게 될 나중의 제자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계십니다. 첫 마디는 이렇습니다.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20절)
제자들로 인하여 다른 믿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또한 그들로 인하여 세상이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보내신 것을 믿게 됩니다. 그 모든 일이 바로 ‘하나됨’이 이뤄내는 결실입니다. 하나됨이란 어떤 것일까요? 이 하나됨을 ‘평화’로 해석한 4세기의 교부가 있습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모입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으로부터 배운 평화를 그들 스스로 지킬 수 있다면, 주위 사람들이 제자들을 통해 그들의 스승에 대하여 알게 될 것이다. 그 반대로 그들 안에 다툼이 있다면 그들이 평화의 하나님의 제자라는 것을 부정하게 되고, 예수님께서 하나님으로부터 보내심을 받았다는 것도 부정하게 된다.” (요한 크리소스토모의 요한복음 주석 중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하나됨이란 다름이 존중됨으로써 이루는 평화 안에 있습니다. 서로 다름이 갈등과 대립의 이유가 되는 것은 사실 그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역사 안에서도 이 ‘하나됨’은 많이 오해되었고, 그로 인해 갈등과 분열, 폭력까지도 정당화되어 왔습니다. 그것은 하나됨을 千篇一律(천편일률), 똑같아지는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교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은 이단으로 정죄되었고, 종교개혁은 수시로 전쟁을 정당화하고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이것은 전체주의 제국주의가 말하는 하나됨입니다. 여기서는 다름과 나뉨을 악으로 규정합니다. 모두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하고, 한 마음, 한 뜻이 되며, 한 목소리를 내야 하고, 일치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사랑하는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마지막 그 때에 이르러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신 ‘하나됨’이 그런 하나됨일 리가 없습니다. 예수님의 기도 속에 언급된 ‘영광’(22,24절)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죽음의 희생을 거쳐야만 드러나고, 그 하나됨의 결과는 반드시 ‘사랑’으로, 그 실천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자기 희생적 사랑, 윤리적 책임과 실천이 담보되는 사랑, 내 주장을 거두어 들이고, 드디어 눈을 뜨는 사랑, 상대방의 존귀한 가치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랑, 그래서 둘이 하나로 회복되는 사랑, 크리소스토모가 해석한 ‘평화’를 이루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기도가 계속됨에 따라 ‘하나됨’의 본질이 분명해 지는데, 마침내 주님은 ‘그들 안에’ 있기에 이르고,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세상에 알려집니다(22~23절).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유대사람과 이방사람이, 노예와 자유인이, 남자와 여자가 갈라질 수 없습니다. 이 말은 서로 상대가 없으면 존재 할 수 없는 서로의 부족을 연약함을 인정하는 돕는 배필로서의 자각과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비방하고 헐뜯고 고개 돌리는 이유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결코 그 안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하나될 수 없습니다. 평화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보내신 것을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그런 나는 그리스도인이 아닌 것입니다.
찬송
327장 주님 주실 화평
기도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이신 사랑과 희생이 오늘 우리를 하나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으로 하나된 교회, 하일교회에 모이게 하셨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가운데, 예수님의 넉넉한 긍휼과 자비로, 내가 그 안에, 그가 내 안에 함께 할 수 있는 평화로, 더욱 하나됨을 이루어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