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며칠간 우중충한 나날을 보냈다.
마당에 우수관을 두 개 묻었지만 물 빠짐이 좋지 않아 군데군데 고여 있었다.
아직도 폐기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한군데로 모으고
교회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받이 도랑을 다듬었다.
단풍나무도 옮겨놓고 빗물이 흘러가도록 골을 만들었다.
지난해에 토담 기와를 교체할 때 수거한 기와로 빗물받이 도랑을 꾸몄다.
마당이 고르지 않아 한쪽으로 쌓아둔 자갈도 옮겼다.
빗물이 떨어지는 골을 따라 기와를 깔아 놓으니 제법 운치가 있다.
그런데 양이 모자라서 나머지는 납작한 돌로 마무리했다.
비가 많이 내리면 마당에 물이 고였는데
이참에 큰 돌은 파내고 흙은 닭장 앞으로 옮겨 수평을 맞추었다.
빗물이 잘 흘러가도록 경사 만들기는 어림짐작으로만 작업했다.
모처럼 호미며 삽으로 작업하려니 허리가 뻐근하다.
장마를 대비해서 미리 우수 도랑을 만들자니 손댈 곳이 너무 많다.
벌써 몇 주간 계속 마당과 텃밭과 꽃밭 가꾸는 일만 해왔는데 별로 표가 나지 않는다.
집 뒤에도 온갖 잡동사니 나부랭이로 가득하여 이것 치우는 일도 하루가 버겁다.
봄이 되어 좋긴 한데 정리할 것이 자꾸 눈에 거슬리니 마음이 조급하다.
부활절을 앞두고 교회 주변을 다듬어 보려고 한 계획은 완전 실패다.
부활절을 기다리며 준비한 일들이라 마무리가 되지 않아 조금 서운하다.
잘 해결되었다고 기뻐하고 미결되었다고 슬퍼할 이유는 없다.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감사할 따름이며 다음 계획을 기대할 뿐이다.
봤다고 좋아하며 믿기보다 보지 못하고 믿는 자가 복이 있음을 기억하며 살아가자.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요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