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50도, 그것도 시베리아벌판에서 아이를 키우다니
두고 두고 있혀지지않을 러시아에서의 취재 경험을 하나 소개합니다.
지난해 3월 러시아 시베리아하고도 서시베리아 그리고 다시 북쪽 땅끝마을(야말반도) 유전·가스전 취재를 갔을 때였지요. 러시아가 가스로 유럽을 위협하던 때였지요.
당시 참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현지 기온이 영하 47도였습니다. 사실 웬만한 문명화된 물품은 다 작동 불능이었습니다. 볼펜 등 기본적인 필기구는 작동불능이었구요. 서너글자를 쓰다보면 볼펜 기능도 마비됐고, 잉크펜으로 바꿔 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직 연필로만 받아적을 수 있었지요. 그러고 보니 왜 시베리아의 호텔방에는 볼펜 대신 연필이 있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지요. (시베리아 그것도 아주 추운 곳에 갈 때는 볼펜 대신 연필을 가져가세요.)
당시 계획했던 유전취재보다도 더 느낌이 확 든 것이 원주민 취재였습니다.
야말반도에서 순록을 따라다니며 유목을 하는 네네츠족들. 매일 유목하는 민족이라 처음에는 취재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용케도 유목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현지 공무원들의 안내가 결정적이었지요. 유목민들이 유목루트, 그러니 순록루트를 가서 만나는 것이지요. 그것도 시베리아 한 가운데서 말이죠.
취재를 하려면 원주민들에게 과자와 초콜릿 등을 주면 더 좋을 것이라는 공무원 말을 듣고 좀 망설였지요. 어찌보면 불쌍한 사람들을 과자 몇조각 주면서 취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충고이기도 했지요.
고민스러웠지만 취재를 위해서는 물러설 수 없는 게 기자입니다. 과자와 사탕을 사 봉지에 싸서 몇개 준비해 가 원주민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좀 어색한 행위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필요로 할 것 같기도 해 그렇게 하긴 했지민 웬지 맘에 걸리더군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좋은 선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깐 원주민들이 잠시 쉬어가는 순간에 만났는데 그들은 춤이라는 천막을 짓고 가져온 물품들을 그 안에 하나씩 그안에 집어넣더군요. 여자들은 잡은 물고기를 이용해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불을 지피고 스프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그런데 정말 깜짝 놀랐던 것은 그 추위속에서 아이들을 똑같이 데리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보따리인줄 알았는데 그 속에서 아이들이 하나씩 나오는 걸 보고 “야 이렇게도 아이들이 생존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네네츠 원주민이 극지에서도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는 지 그 모습을 보고서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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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보세요. 포대기에 담은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은 순록가죽으로 만든 것이고. 손을 보세요 순록 발바닥이 그대로 남아있는 순록의 것을 그냥 장갑으로 이용하고 있지요.
모스크바 특파원 전병선 cafe.chosun.com/moscvi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