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 가족은 ‘얼티메이트’와 ‘수퍼’, ‘스포츠’ 시리즈 등 크게 세 식구로 나눌 수 있다. 얼티메이트 시리즈엔 얼마 전 등장한 최고출력 800마력의 세나가 자리하고 있다. 수퍼 시리즈는 이름 첫 머리에 숫자 6, 7을 둔 모델들의 자리다. 스포츠 시리즈는 맥라렌 중 가장 저렴(?)하고 출력이 낮은 모델의 차지. 570S가 대표적이다.
맥라렌 570S는 2015년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처음 등장했다. 사실 가장 저렴하고 출력이 낮다고 얕볼 수 있는 차는 아니다. 570S는 맥라렌 식구 중 가장 기민한 반응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운전의 즐거움까지 챙긴 ‘엄친아’. V8 3.8L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570마력, 최대토크 61.2㎏‧m를 뿜는다. 가슴팍에 숫자 ‘570’을 깊이 새긴 이유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은 3.2초면 충분하다.
스포츠 시리즈들은 등장과 함께 맥라렌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2억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시작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한 술 더 떠 맥라렌은 스포츠 시리즈를 설명하며 ‘데일리 수퍼카’를 외쳤다. 맥라렌에 따르면 ‘유용성(Usability)’과 ‘뛰어난 조종성(Drivability)’이 무기라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7년 맥라렌의 글로벌 판매량은 3,340대. 이 가운데 스포츠 시리즈가 2,119대를 차지했다. 맥라렌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지붕을 열어젖힌 570S 스파이더는 ‘2017 굿우드 페스티발 오브 스피드(Goodwood Festival of Speed)’에서 데뷔했다. 머리 위 패널을 잘라 만드는 오픈톱 모델들은 쿠페보다 차체강성이 낮기 마련이다. 때문에 최고속도와 0→시속 100㎞ 가속 시간에서 쿠페가 조금씩 앞선다. 하지만 570S 스파이더는 쿠페와 모두 판박이다. 맥라렌에게 스파이더라고 타협은 없었다. 지붕을 열면 최고속도는 시속 315㎞으로 줄지만 닫으면 시속 328㎞로 같다.
무게는 단 4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쿠페가 워낙 뛰어난 차체 강성을 자랑해 따로 보강할 필요가 없었다. 참고로 맥라렌은 승객이 탑승하는 공간의 차체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빚는다. 이름은 ‘모노셀(MonoCell) 2’. 욕조 형태로 빚어 비틀림 강성은 높지만 무게는 75㎏에 불과하다. 시속 40㎞에서 15초 만에 머리를 들어내는 지붕의 무게를 덜기 위해 탄소 섬유 섀시와 알루미늄 보디 패널의 힘을 빌렸을 뿐이다.
리어 스포일러는 쿠페보다 12㎜ 더 높다. 뒤통수가 볼록 튀어나온 스파이더의 형상이 깎아먹은 다운포스를 보상받기 위한 처방이었다. 맥라렌의 공기역학에 대한 고집은 집요하다. 가령 570S의 사이드 미러를 떠받들고 있는 암(Arms)을 매끈하게 빚어 바람 가르는 효율을 2% 높였다.
지난 19일, 맥라렌은 570S 스파이더 디자인 에디션을 선보였다. 디자인 에디션은 지난 2016년 570S 쿠페에도 선보인 바 있다. 맥라렌 디자인팀이 차체 및 인테리어 컬러와 소재를 손수 조합한 다섯 가지 테마가 자랑이다. 맥라렌 디자인 총괄 롭 멜빌(Rob melville)은 570S 스파이더 디자인 에디션을 이렇게 설명했다. “맥라렌 디자인 팀은 ‘조화의 마술사’에요. 570S 스파이더는 비로소 가장 탐스러운 모습으로 거듭났죠.”
다섯 가지 테마는 실리카 화이트와 스톰 그레이, 버밀리온 레드, 오닉스 블랙, 베가 블루를 밑바탕 삼았다. 맥라렌 디자인 팀은 휠 마감과 브레이크 캘리퍼, 시트 가죽 색깔을 바꿔 칠해 디자인 에디션을 완성했다. 가령 오닉스 블랙은 휠과 차체를 모두 검게 칠해 강인한 인상을 전달한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테마에 주황색을 더해 활기를 불어 넣었다. 스톰 그레이는 오닉스 블랙과 캘리퍼 색깔만 다를 뿐 큰 차이가 없다.
베가 블루의 휠은 다이아몬드 컷으로 마감해 반사광을 살렸다. 속살 포인트 컬러는 화이트. 제트 블랙 나파 가죽 곳곳을 아몬드 화이트로 꾸몄다. 파랑색 차체와 뛰어난 조화를 뽐낸다. 버밀리온 레드와 실리카 화이트 테마는 서로 안팎 컬러를 주고받은 모습이다. 빨강 차체의 570S 스파이더는 흰색 가죽으로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꾸몄고, 반대로 하얀 차체엔 빨간색 가죽을 짝 지었다. 개인적으론 오닉스 블랙 테마가 가장 마음에 든다.
맥라렌은 570S 스파이더 디자인 에디션을 설명하며 “4가지 스포츠 테마와 럭셔리 테마 1가지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어떤 테마가 럭셔리를 주제 삼았다는 말은 없었다. 하나하나 살펴가며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하나를 솎아내기란 쉽지 않다. 한편, 570S 스파이더의 시작 가격은 16만4,750파운드(영국 기준 약 2억 4,800만 원)다. 디자인 에디션을 더하면 테마에 따라 8,100파운드(1,218만 원)에서 1만700파운드(1,609만 원)의 추가금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