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카주 입술 심드렁 외 1편
리호
당신의 부자연스런 보조개로 만든 미소가 오후 네 시를 가리켜
눈동자에 사람 하나가 콕 박혀 있어 도려내는 걸 포기하고 한 시간을 보냈어
사기 잘 치게 생긴 카주다리 위에서 부는 평범하고 모범적인 카주, 입술이 심드렁한 오늘이 무슨 요일이었지
여름을 소환하는 제사장을 잡아오렴
지중해에서 한 팔 접영을 하고 있을 거야
평행이론이라고 불러줘 당신의 체기를 내가 따줄게 첫 음은 -시-로 할까?
스탕달도 쓰러뜨린 미치도록 독특한 그녀가 살 오른 음 하나 잡아먹는 밤
세상의 반이 당신의 O자 다리를 닮았어 업힌 등의 성분을 밝히지 말자
엎드린 어깨에 악보가 놓여있네, 노출의 계절이야 연주를 해봐
엇박자만 골라 먹은 태양은 가끔 강물 속에 오로라를 낳는다지
당신의 보조개가 또 심드렁해 벌브샷을 위해 한 번 더 웃어볼까?
괄호를, 놓치다
1.
(나무로 만든) 뻐꾸기가 세로로 운다
최대한 목을 세워 (사람이 되고 싶었다)
냉동실에 (월계수로 만든 뻐꾸기처럼) 진통 중인 나이테를 넣었다
나무는 뚱뚱하게 자라고 그녀는 자랄수록 (통)점이 많아졌다
통증을 읽다 점 빼는 방법(으로 나무가 된 당신)을 계산했다
(바싹 말린 시각을 건너는) 월계수 이파리 몇 좀 줘봐
(차갑게 자란,)나이테를 녹인 물에 잎을 달였다 (성장통 중인 당신이 녹는다)
첫눈 온 아침 당신과 독대하는 (투명한) 석간신문을 훔쳐봤다
(또 다른 당신의) 부고란이 부풀어 올랐다
횡으로 잘린 둥근 주소에 (통증을 줄여주는) 월계수차를 부었다
편도가 부은 뻐꾸기가 벽장에서 나와 풀린 주소를 쪼아먹었다
(수취인이 없는, 소유자를 몇 날 며칠 꼭 안아 재우고 싶었다)
(나무를 닮은) 당신이 두 팔을 벌리고 웃는다
최대한 어깨에 힘을 빼고 (사람이 되고 싶었다)
2.
뻐꾸기가 세로로 운다
최대한 목을 세워
냉동실에 진통 중인 나이테를 넣었다
나무는 뚱뚱하게 자라고 그녀는 자랄수록 점이 많아졌다
통증을 읽다 점 빼는 방법을 계산했다
월계수 이파리 몇 좀 줘봐
나이테를 녹인 물에 잎을 달였다
첫눈 온 아침 당신과 독대하는 석간신문을 훔쳐봤다
부고란이 부풀어 올랐다
횡으로 잘린 둥근 주소에 월계수차를 부었다
편도가 부은 뻐꾸기가 벽장에서 나와 풀린 주소를 쪼아먹었다
당신이 두 팔을 벌리고 웃는다
최대한 어깨에 힘을 빼고
3.
나무로 만든 사람이 되고 싶었다
월계수로 만든 뻐꾸기처럼
통으로 나무가 된 당신
바싹 말린 시각을 건너는
차갑게 자란, 성장통 중인 당신이 녹는다
투명한
또 다른 당신의 통증을 줄여주는
수취인이 없는, 소유자를 몇 날 며칠 꼭 안아 재우고 싶었다
나무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4.
괄호가 사는 눈을 가진 적이 있다
■리호
1. 프로필 : 2014년 《실천문학》제3회 오장환신인문학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