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과도한 학생 인권 보호가 문제” vs “교육 현장의 복합적 문제 인지해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으로 불붙은 교권 침해 논란이 교육계를 비롯해 정치권까지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두고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교육계나 정치권 모두 공감하는 모양새지만 방법론에 대한 견해차는 뚜렷해보인다.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학생인권조례를 거론하며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을 추진할 것을 주문한 가운데 교육부는 강한 이행 의지를 밝혔다. 학생인권조례가 과도하게 학생 인권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 현장 교사들의 지도가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교육계와 시민단체 등은 교육현장의 복합적인 문제점을 뒤로 하고 학생인권조례가 문제라는 식의 특정한 제도에 집중해 개선을 주문한 것은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칫 교권과 학생인권 보호 문제가 정치적 진영 논리처럼 '갈라치기'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정부, 학생인권조례 개정 속도 낸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재하는 방안도
정부와 여당은 지난 26일 중대한 교권 침해 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교원지위향상법 개정안, 교사의 생활 지도에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및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등 교권 회복을 위한 법 통과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진보 교육감들 주도로 7개 시·도교육청에서 도입된 학생인권조례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교권 보호 및 회복 방안 관련 협의회’회의 모두발언에서 “학생생활지도 고시 등 교권 확립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고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도 조속히 개정해나가겠다”며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거듭 개정의지를 밝혔다.
이 부총리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수업 중 잠자는 학생도 깨우는게 불가능하고 학생 간 사소한 다툼 해결에도 나서기 어려워져 교사의 적극적인 생활지도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적극 개정 의지를 보이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교육청이 2010년 10월 처음으로 제정했다. 당시 진보성향의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의 공약 사항이기도 했다.
김 전 교육감은 취임 이후 13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을 구성하고 인권단체, 교원단체, 교육·학부모단체 관계자, 학생 등 수백여 명이 모여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논의하는 장을 열기도 했다.
이에 학생인권조례는 ‘ 대한민국헌법 제31조,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교육기본법 제12조 및 제13조,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에 근거해 학생의 인권이 학교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목적 조항을 시작으로 경기도의회를 통과했다.
이후 광주·서울·전북·충남·인천·제주 순으로 7곳이 시행에 들어갔다. 지역별로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 보장’, ‘휴식권 보장’ 등이 핵심이다.
세부적으로는 체벌이 금지됐다. 복장이나 두발 검사, 강제 야간 자율학습 및 보충수업도 폐지됐다. 소지품 검사는 학생의 동의하에 이뤄지고 휴대전화는 부분적으로 허용해 등교 이후 휴대전화를 제출했던 관례도 사라졌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칙 등 학교 내부에서 정한 교칙들보다 상위 법안으로 조례안을 벗어나는 학칙도 만들 수 없게 됐다.
교육계 등 “본질 흐리는 논의” 우려
조례 보완 필요하나 폐지 반대 입장
정부와 여당은 학생인권조례의 대수술을 예고하고 있지만 교육계와 시민단체 등은 본질을 흐리는 논의라며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서울특별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 서울교사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 대책의 취지를 일부 인정하나 학생인권과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대립적 시각으로 보고 학생 인권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침해되는 요인과 양상은 다양하다”며 “원인을 어느 하나로 과도하게 단순화해서 돌려선 안 된다”라고 전했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와 관련 “학생의 책무성 조항을 넣어 학생인권조례를 보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며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해선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조례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도 “(교사 사망사건이) 학생인권조례 문제로 비화하면서 정치적 공방이나 진영 논리로 흐르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교사가 죽음으로 가게 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도 학생인권과 교권보장을 상충되는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경계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및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경기지부, 청소년녹색당 등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에서 교권이 보장된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은 적이 없다”며 “이는 학생인권과 교권이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학생인권과 대결 구도로 교권을 확립하려 들지 말고 ▲교육행정 혁신 ▲교사의 학교 운영 결정권 확대 ▲수업권과 평가권 부여 ▲정치 기본권과 노동권 보장 등의 방향으로 교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