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값 상승세가 하늘을 찌른다. 요즘 서울·수도권에서 강남권과 경기 남부권 일부지역을 제외하곤 집값이 오르지 않는 곳이 없지만 의정부는 아파트값 상승세가 몹시 가파르다. 올 들어서만 17% 이상 뛰었다. 의정부 민락동 한 공인중개사는 "2006년 하반기 이후 집값이 꾸준히 오름세를 탔지만, 요즘처럼 아파트 시세가 들썩이기는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의정부시 아파트값은 연초 대비 17.49% 올랐다. 같은 기간 경기지역 전체 평균 상승률(2.96%)를 크게 웃돈다. 의정부 아파트 시세는 4월 한달 만도 7.54% 뛰었다. 경기지역에서 최고 상승률이다.
"집값이 싸기 때문에? 아니죠. 자체 호재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의정부 집값이 뛰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강남권 등 인기지역과의 가격 갭 메우기 성격이 크다고 지적한다. 의정부는 그동안 투자자의 관심에서 소외됐으나 요즘은 상대적으로 싼 주택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아파트값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의정부가 지닌 자체 경쟁력보다는 "가격이 워낙 싸다보니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분석은 그렇지 않다. 강남권 출·퇴근시간을 무려 1시간 가까이 단축시킨 교통 여건 개선과 의정부시(8160만㎡)의 4.2%(348만㎡)를 차지하고 있는 대규모 미군 공여지 개발 등 각종 호재가 의정부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업계는 의정부가 뜨는 이유 중 하나로 교통 환경 개선을 꼽는다. 그동안 의정부에서 강남권으로 출근하려면 지하철과 버스 등을 갈아타고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순환도로가 2006년 6월 29일 부분 개통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의정부IC에서 강남권으로 통하는 강일IC까지 차가 안 막힐 경우 15~20분이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무려 1시간 가량 단축된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28일 외곽순환도로가 완전 개통되면서 IC와 인접한 지역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호원동과 장암동 일대는 의정부IC를 차량으로 5~10분이면 진·출입할 수 있다. 호원동 아이파크 112㎡는 3억5000만~4억2000만원 선을 호가한다. 올 들어 4000만~5000만원 가량 올랐다.
동부간선도로 확장도 호재다. 의정부로 통하는 주요 도로 중 하나인 동부간선도로(자동차전용도로)는 출· 퇴근시 정체현상이 심한 도로다. 그런데 병목현상이 두드러진 구간(월계1교~의정부 시계)이 왕복 4차로에서 6~7차로 확장될 예정이다.
의정부 경전철 건설도 집값 상승을 동력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7월 착공한 의정부 경전철은 2011년 4월 개통 예정이다. 의정부에서 지하철 이용에 불편을 겪었던 금오·송산·덕계동 일대가 경전철 개통 수혜지로 꼽힌다.
애물단지에서 ‘꿀단지’로 바뀌는 미군 부지
의정부에는 총 8곳의 미군 부대가 있다. 면적만도 348만㎡에 달한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15만m²) 22개가 들어설 수 있는 규모다. 의정부시가 이달 초 확정한 '2020년 의정부시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캠프 레드클라우드·에세이욘·카일·시어즈 등 반환 대상 미군기지 4곳이 교육·연구와 문화·여가, 행정 중심지로 개발된다. 이같은 개발 기대감에 경기도 제2청사가 들어선 금오지구 현대아이파크 105㎡는 보름새 3000만원 가량 올라 2억8000만~3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초 가능·금오동 일대가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해당 사업지와 인접 지역 집값도 들썩인다. 이 일대는 의정부시 중심부에 있지만 인근 미군 부대와 지역 난개발로 인해 의정부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낮은 곳이었다. 뉴타운 사업은 2020년 완료 예정이다. 뉴타운 지분 시세는 소형 빌라의 경우 3.3㎡당 1000만~12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아파트값도 오름세다. 인근 신곡동 일대 중소형 아파트 시세는 올 들어 평균 2000만원 가량 올랐다. 녹양동 이지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여 거래는 뜸한 편"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시를 가로지르는 중랑천과 부용천 생태·체육공원화(2010년 완공) 조성도 호재다. 신곡동 부용아파트 69㎡는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에 1억3000만~1억4000만원 선으로 일년새 6000만원 이상 올랐다.
강북발 시세 상승 여파도 한 몫
의정부 아파트값 급등세는 서울 강북발 시세 상승 영향도 크다. 노원·도봉·중랑구 일대에 거주했던 세입자들이 전셋값이 오르자 인근 의정부시 일대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기존 의정부 거주자들 역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엔 자금 여력이 안돼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의정부 집값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나비에셋 곽창석 대표는 "개발 재료가 넘쳐나는 데다 가격 상승을 억제할 만한 정부 규제도 의정부에서는 별 다른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최근 집값 오름세를 타고 있는 의정부 일대를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자금 출처를 신고하도록 규정돼 있는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거의 없어 거래 심리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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