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봉을 오르며
박종남
봄이 오면 봄을 만끽하리라 기대해보며 설레는 맘으로 창 밖을 기웃대며 봄이
오기를 고대했다
겨울 산을 오를때의 칼 바람과 눈 꽃을 피워낸 산을 오르면서 아름다운 겨울 산
의 멋에 흠뻑 취했었다. 그리고, 봄엔 또 다른 계절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산행에
대한 욕망과 기대로 풍선처럼 가슴을 부풀리고 어서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
오늘은 그 봄의 모습을 제대로 느끼고 올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인지, 감기 때
문인지는 알 수없으나 밤을 하얗듯이 새운듯 무거운 몸으로 아침 일찍 체육관을
향해서 걸음을 옮기었다. 발 걸음을 떼어 놓으며 이른 아침의 하늘을 올려다 보
니 나의 몸의 컨디션 처럼 하늘도 온통 회색 빛의 얼굴이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비가 전국적으로 내린다고 하였으니 예상대로라면 비가 내릴것인데 산행에 어려움
이 없을 정도만 내려 주었음하는 기도 같은 간절한 마음을 갖고 다시 한번 올려다
보니 발길은 빠른 걸음 걸이로 버스에 도착 하게 한다. 자주 가는 산악회다 보니
안면이 있는 산우들이 반갑게 맞아 눈 인사를 나누고 내 자릴 찾아 의자에 깊숙히
앉는다 봄은 봄인가 보다. 일상을 떠나 하루 동안의 여정에 발길을 머물게 하려
는 사람들로 체육관 앞은 북적이는 사람들로 초 만원이다.
우리를 태운 버스가 미끄러지듯이 체육관을 빠져나와 잠시의 도심을 지나쳐 고
속도로 한켠을 차지하고 질주를 한다. 눈을 들어 창 밖을 내다보는 나의 눈은 바
쁘다 눈 처럼 하얗게 보이는 산 벚꽃의 이쁜 모습
나무의 여린 잎들의 새순들이 똑 같은 색깔이 아니어서 그대로 하나의 꽃을 피
워낸것 같은 아름다움이다 아~오늘보니 5월의 신록도 아름답지만 4월의 여린 순
한 새잎들의 합창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는 차창밖 나무들의 하모니였다 4월의
산하엔 볼거리 넘실대는 보물 창고이다 과수원엔 이화와 도화의 아름다움이 눈을
황홀케하고 산 자락엔 낮은키로 선홍색의 피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가 눈길을
끌고 나무는 저마다의 독특한 색감으로 채색을 해 나가고 있었다 이렇듯 넋을 놓
고 즐길 즈음 버스는 우리를 산 들머리에 썰물처럼 토해 놓았다. 내래서 휘 돌아
보니 발 아래엔 약각은 커다란 냇물이 흐르고 있고 그 냇물이 어찌나 맑던지 모두
가 한결 같이 아~ 참 맑다! 감탄사을 연발한다. 위로 올라가니 또랑물이 되어 우
리의 발길아래 가로 놓여 진다. 펄쩍 펄쩍 뛰어 건너니 어린시절 징검다리를 건
너 뛰기하던 시절이 다들 생각이 났던지 모두의 얼굴엔 함박 웃음이 번지며 장난
기가 발동들을 한다.
초입으로 들어서니 벌써 나무의 향내로 마음에 날개를 단다. 발걸음도 경쾌하게
내어 걷고 감기가 잔뜩 실린 나의 몸도 거뜬 한듯하나 그것은 기분 뿐인듯 발걸
음이 무거워진다. 그러나 먼저 다녀간 산꾼들의 표적인 알록 달록한 흔적을 쫓
아 그들의 땀내와 안내로 쉽게 길을 찾아 올라간다. 가는 고샅길의 양 옆으론 진
달래가 길게 열지어 따라와 주고, 키 작은 야생화의 노란 꽃 모습이 앙징맞고, 보
라색 붓꽃이 그 자태를 수줍게 내어주고 자꾸만 유혹한다. 저 꽃을 캐어다 내
집 화분에 옮겨 심으면 좋겠다는...
산 중턱을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우리가 산을 향해 왔던 길이 한 눈에 들
어오며 위에 오른 기쁨을 안겨준다. 편안한 솔잎 방석 위에 앉아 솔향을 맡으며
가져간 간식을 꺼내어 나누어 먹으니 소풍가서 간식 까먹던 기억이 마음 곁으로
다가와 쏠쏠한 재미를 더해준다. 쉼을 거두고 올라갈 방향을 살펴보니 집채만한
바위 암릉이 우릴 반길것 같다. 숨을 몰아쉬고 가까이 다가서보니 암릉 옆으로는
천길 낭떨어지이고 달랑 외줄하나가 바람에 이리흔들 저리흔들 너울대고 있다.
용기 있게 발을 한 발 한 발 힘있게 버티고 팔에 힘을 주어 아슬아슬하게 올라서
니 온 몸이 후줄근하다. 아마도 긴장한 탓이리라. 순간을 잘 넘기고 나니 이런
묘미에 산에 오르지 싶다. 인생 여정을 산행에 비유하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삶의 긴 시간을 가노라면 경험하고 싶지 않은 우여 곡절과 맞닥뜨리고
그 질곡에서 헤어나려고 버둥거리다 보면 많은 시간을 훌쩍 지나쳐 버리게도 되
고 그 순간을 지나치고 시간이 흐르면 아련한 그리움 같은 여운을 안게도 되듯이!
말이다. 이런 저런 상념에 젖고 사색을 즐기며 나무들과 꽃들과 춤추듯 오르니
정상인 장군봉에 다다랐다. 힘겹게 오른 정상의 표지치곤 아주 조그마한 석비에
장군봉735m라는 푯말과 희끄무레한 하늘과 바람이 우리 일행을 반겨준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은 인생사와 마찬가지로 산행길도 오름의 행동
뒤엔 결코 내림짓을 피할 수는 없는것 어찌보면 내려오기 위해 우린 매번 오름짓
을 하고 있지 않던가?...그러나 그 내리막 길이란 것도 결코 평탄하게 내려 올 수가
없다 힘겹게 오른 만큼 하산길이 만만치가 않다. 곡예를 해야 하듯이 외줄 하나에
의지하고 미끄러운 벼랑 위에서 대롱 거릴때는 내가 이런 고생을 왜 할까? 하는 마
음 속의 자문에 나의 대답은 그렇지! 삶은 결코 살고 싶은 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
이겠지? 위험 천만한 상황에서도 난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인가!.. 산행을 하면
서 얻는 것은 결코 만만한 산행은 없듯이 삶의 순간도 결코 쉽게 다가서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인 시켜 준다는 점이다 벼랑 바위에서 위촉 즉발의 위기 상황에서도 위
를 올려다 보면 영락없이 바람이 날라다 준 조금의 양분에 싹을 틔우고 자라나는 생
명체를 발견하곤한다 특히나 조그만 소나무에 조롱조롱 억척스럽게 열매를 맺어놓
은 솔방울을 보노라면 인간이나 식물이나 종족을 보존하고 번식하려는 것은! 본능임
이 틀림없다. 그런 놈들을 보노라면 애잔한 슬픔까지 마음 속에서 녹아내린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도 준비해간 도시락을 판판한 바위 위에 펼쳐 놓으
니 그대로 하나의 휼륭한 오찬이 널따란 바위 상에 놓여진다.
오늘의 산행의 진수는 하산 길에 만난 해골 바위이다 뒤로는 병풍처럼 거대한
바위 벼랑이 둘러쳐진 앞으로 작은 집채만한 바위 덩어리가 앞 전면이 우리가
영상으로 본 해골 그 모습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 하다. 바위 중간중간에 움푹 움
푹 패인 것이 썩어 문드러져서 사그러진 눈, 코, 잎 모습을 보는 듯해 진저리가 쳐
졌다 우리 일행들은 그 패인 곳에 웅크리고 앉아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난
차마 그럴수가 없어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니 청아한 물소리가 귀를 간지럽흰다 계곡이었다 물이 어
찌나 맑은지 손으로 바가지를 만들어 한 모금 길게 빨아들여 마시니 싸한 청명한
기운이 내 몸 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 꿈틀대는 듯 하다. 맑은 물 멋을 느끼고
우린 등산화를 벗고 물에 담그니 시려오는 발끝에 일분도 담그고 있지를 못하게
한다 몇 번을 담금질을 하고 하산길을 마무리 하니 해냈단 뿌듯함과 함께 고단
함이 일시에 몰려든다.
버스에 오르기전 오늘 오른 산 등성이를 따라서 눈으로 더듬어 보니 오늘도 많
은 발걸음을 한걸음씩 떼어 놓은 하루였다 그리고 혼자 되뇌어 본다 산은 늘 계
절의 변화된 모습에 순응하며 그 모습 그대로 있어 주고있듯이 다시 오면 언제고
품어주리라. 내 마음 이렇게 산 그림자에 서성이듯이...
2006/24집
첫댓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은 인생사와 마찬가지로 산행길도 오름의 행동
뒤엔 결코 내림짓을 피할 수는 없는것 어찌보면 내려오기 위해 우린 매번 오름짓
을 하고 있지 않던가
순간을 잘 넘기고 나니 이런
묘미에 산에 오르지 싶다. 인생 여정을 산행에 비유하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삶의 긴 시간을 가노라면 경험하고 싶지 않은 우여 곡절과 맞닥뜨리고
그 질곡에서 헤어나려고 버둥거리다 보면 많은 시간을 훌쩍 지나쳐 버리게도 되
고 그 순간을 지나치고 시간이 흐르면 아련한 그리움 같은 여운을 안게도 되듯이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