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belle Faust , violin
Rotterdam Philharmonic Orchestra
Mark Elder, cond
[Violinist Isabelle Faust and the Rotterdam Philharmonic Orchestra,
led by Mark Elder, perform Beethoven's 'Violin Concerto' in Het
Concertgebouw during The Sunday Morning Concert of Sunday
the 25th of February 2018.]
1806년 하반기에 작곡된 이 곡은 오늘날 바이올린 협주곡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곡 중
하나이다. 같은 해 12월 23일 빈에서 초연되었다. 베토벤 중기의 다른 작품들에서처럼
이 협주곡 역시 곡의 시작에 있어 혁신적인 모습을 선보이는데, 선율 없이 타악기의
두드림으로 곡의 포문을 여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 곡의 초연을 맡았던 바이올리니스트 프란츠 클레멘트(Franz Clement)와 베토벤이
처음으로 만난 것은 1794년이었다. 당시 열세 살짜리 바이올린 신동이었던 클레멘트의
책에 베토벤은 자신의 친필서명을 선물해줬다. 나중에 그는 베토벤에게 자신을 위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써달라고 요청하였고, 그때 이미 클레멘트는 유럽의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었던 시기였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이 탄생한 지 한참 지나서인 1842년, 베토벤의 제자 카를 체르니는
클레멘트가 베토벤의 신작을 “매우 훌륭하게” 연주했고, 그로부터
엄청난 갈채가 쏟아졌었다고 회상한다.
곡의 초연이 있은 뒤 30년이 넘게 지나도록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곡이 새롭게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열두 살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제프 요아힘(Joseph Joachim, 1831~1907) 덕분이었다.
그는 런던에서 1844년 멘델스존의 지휘로 이 곡을 선보였고, 이 연주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로써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다시금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즐겨 연주하는 레퍼토리 중의 한 곡이 되었고, 명곡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다른 베토벤의 중기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또한 중기의 베토벤이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었던
협주곡의 시작에서처럼,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의 시작 또한 만만치 않은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부드러운 팀파니의 다섯 번의 두드림으로 시작한다.
이전까지 어떤 곡이 아무런 선율 없이 타악기의 두드림으로 시작했었는가는 살펴본다면,
이러한 시작이 당시에 얼마나 파격적이었는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팀파니가 다섯 번째 박을 두드림과 동시에 목관악기가 평화로우면서도 목가적인 선율을
도입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팀파니의 두드림이 이 선율을 도입하기 위한 일종의
매우 ‘간단한 인트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이
등장하면서 이 팀파니의 두드림은 음고를 가진 ‘선율의 일부분’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귀를 혼란시킨다. 더욱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다섯 번의 두드림이 아니라,
네 번의 두드림으로 패턴이 바뀌기도 한다는 것이다. 제1악장 전체에 마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서 보는 것과 같은 전체에 퍼져 있는 네 음의 모티브는 제1악장에서도
주된 모티브로 작용하면서 전체를 하나로 만드는 힘으로 작용한다.
제2악장은 전체 협주곡에서 일종의 휴식을 주는 지점이다. 약음기를 단 현악기가 감동스러운
하모니를 선사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최소한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 현악기군이 악장의
주제를 연주하면 이에 대한 변주가 이루어진다. 중기의 베토벤이 가장 선호한 제2악장의
구성방식이기도 하다. 다른 변주곡 형식의 악장들처럼 이 변주곡의 주제의 아이디어도 단순한
‘코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어지는 변주들 중에서 네 번째 변주는 보다 서정적인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여기에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장식이 클라리넷과 바순에 의해 더해지고 있다.
제2악장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면 음악은 점차 새로운 변주를 들려주기를 멈추고 마치 곧 끝이
날 것처럼 고요를 향해 침잠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순간, 현악기가 단호하게 음악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선언하면서, 이 선언에 대한 화답으로 바이올린 솔로가 즐거움에 넘치는
피날레 주제를 도입하게 된다. 이 순간은 바로 지금까지의 고된 여정을 마치고 (적어도 감상자
에게는) 즐거움과 오락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 즐거움의 여정에 베토벤은 상당히 긴 코다를
배치한다. 이 코다는 길이나 내용상 전체의 내용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가지는 동시에, 듣는
이들로 하여금 훨씬 더 장대한 피날레를 기대하게 해준다. 이것이 바로 초연 당시
클레멘트가 1806년 12월 큰 갈채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엔딩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