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착한 신세계는 ‘클로젯’이다. 모든 사물이 살아나 재봉틀의 악몽을 꾸는 어두컴컴하고 커다란 ‘클로젯’의 내부. 거기엔 “명품”, “물가죽 재킷”, “에펠탑이 그려진 비닐백”, “팬티스타킹”과 같은 물건들만 있는 게 아니다. “목 없는 옷들이 왈츠를 추고”, 구멍이 숭숭 난 꽃무늬 스커트가 말을 한다. 클로젯 안쪽 모퉁이에는 패션쇼 무대도 있다. 마네킹이 쓰러지는, 황량한 바람이 부는 클로셋. 거기엔 대형 백화점과 대형 쓰레기장과 거대한 공동묘지도 있다. 나를 둘러싼 세계를 클로젯의 알레고리로 표현한다. 그곳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로 치환된다. 어쩌면 뱀의 유혹으로 아담과 이브에 의해 야기된 원죄로 인해 천국에서 추방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무질서한 세상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