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서 피어나는 꽃들
변 종 호
때때로 불행하다고 느낌은 내 안의 행복을 찾아내지 못함은 아닐 런지.
열 평 남짓한 방안이 소란스러워진다.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니 고만고만한 아
이들이 장난을 치며 큰소리로 떠들어댄다 부모들이 좀 말려주었으면 했지만 그렇
질 않았다 철없는 아이들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 내버려두는 부모들이 원망스러웠
다.
잘 참아오던 한 친구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칫하면 즐거워야할 친목 모
임에 언쟁이라도 날까봐 서둘러 친구의 입을 막았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
공장소에서는 서로가 예의를 지켜야한다 그런 면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일본사람들을 본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 갔다 더 있다 보면 필시 큰소리가 날 것 같아 못
마땅한 얼굴로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아이들의 부모를 보고는 얼
굴이 확 달아올랐다 장난을 치고 큰소리로 떠드는 아이들만 보았지 부모들을 살
피지 않았었다.
아! 그랬구나.
찬찬히 바라보니 그 아이들의 부모는 모두가 장애자인 농아들이었다 삼십대 초
로 보이는 세부부들은 모처럼 만난 듯 식사를 하며 즐겁게 수화(手話를 하고 있
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챙길 겨를이 없었을 텐데 그걸 모르고 애꿎은 부모들
만 타박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저 부모들은 마음껏 뛰놀고 큰소리로 떠드는 아이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상인이야 눈길을 돌려도 귀가 열려 대화에 참여
할 수 있지만 수화手話)를 하는 그들은 눈을 떼면 곧바로 대화가 중단이 된다.
그제야 웃고 큰소리로 떠드는 아이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장애인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답지 않게 하나같이 그늘이 없는 밝은 얼굴에 활달한 행동
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아이들의 부모들도 모두 표정이 밝아보였다 참으로 묘한 일이었다 방금전만해
도 목까지 타고 오르는 볼멘소리가 가득 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편안해지고 마
음을 긁어내던 소음이 아름다운 아카펠라의 화음으로 들려왔다.
잠시 마음을 바꿨는데, 이렇게 다른 세상이 되다니 신기하기만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눈치를 챈 아이엄마가 손가락을 입에 대며 주의를 준다. 그러면서 미안
하다는 듯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런 아이엄마를 보며 조금 전까지 못마땅해 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비록,
듣거나 말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활기차고 해맑은 아이들로 키우는 부
모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어찌 보면, 남을 해(害)하는 말이나 세상의 온갖 소음(騷音)을 들을 수 없는 그
들이야말로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말할 수없는 답답함이
야 있겠지만 거침없이 내뱉는 말로 남의 가슴에 못을 박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지천명의 삶을 뒤돌아본다 듣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가. 때늦은 후회를 하며 삼사일언
(三思一言)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산사(山寺)에 칩거하며 연중, 한두 번 법문을 하시는 어느 노 스님은 ‘아직도 너
무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라고 하셨단다 그 말씀을 가슴깊이 새겨볼 일이다.
편견으로 보면 비록, 그 아이들은 그늘에서 자라는 꽃일지는 모르지만 분명 피
어나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이리라.
2006/23집 겨울 특강
첫댓글 어찌 보면, 남을 해(害)하는 말이나 세상의 온갖 소음(騷音)을 들을 수 없는 그
들이야말로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말할 수없는 답답함이
야 있겠지만 거침없이 내뱉는 말로 남의 가슴에 못을 박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지천명의 삶을 뒤돌아본다 듣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가. 때늦은 후회를 하며 삼사일언
(三思一言)의 의미를 되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