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는 배추농사를 짓는 농부와 같습니다. 실제 소비자가 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배추를 구입한다고 농사꾼에게 가서 “씨바 배추값이 너무 비싸잖아!”라고 따진다면 농부에게서 듣는 대답은 “조까!”일 개연성이 매우 높을 것입니다. 농부에게서 대량으로 배추를 구입해 주는 곳은 이마트나 홈플러스이기 때문입니다. 잔머리를 조금 굴릴 수 있는 농부라면 소비자와 직거래를 생각해 봄직도 합니다만, 세상에는 배추농사꾼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세상일이 그렇듯이 배추농사꾼도 실제 배추를 사 먹는 소비자보다는 대형 마트에 종속되어 대형 유통상인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소비자는 홈플러스표 배추나 롯데마트표 배추를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불행히도 로지는 농사꾼으로서의 긍지나 자부심도 가질 수 없는 비루한 농부가 되어버렸습니다. 값싸고 질 좋은 배추보다는 그저 장사꾼이 원하는 배추만 생산해 내는 일종의 공모자가 된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배추를 사 먹습니다. 개중에는 벌레 먹은 것도 있고 시들은 것도 있어서 조심해서 살펴 보아야 하지만 몇 포기 남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이 사먹기도 합니다. 또는 내일을 기약하며 그냥 돌아서기도 합니다. 그냥 돌아서는 서는 것이 좋은 배추를 공급받는 길이 라는 것을 인지하지만 “오늘이 제사라서… 김치가 떨어져서…장모가 오신다는데…”등등의 이유로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지 부조화는 사실 그리 부끄러워할 일도 아닙니다. 세상일은 이러한 인지부조화로 넘쳐납니다. 자판기든 또는 고급 원두든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냥 커피는 커피 맛만 좋으면 됩니다. 이디오피아 혹은 앙골라의 지뢰밭에서 7살짜리가 하루에 천 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면서 뙤약볕에서 하루 종일 노동한 댓가라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대리업계의 소비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이러한 가격이 형성되었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기사들이 자신들에게 오는지, 이 한 밤중에 이 오지에 어떻게 기사들이 단 10분만에 자신에게 달려오는지 모릅니다.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저 저렴한 가격만이 그들을 유혹할 뿐입니다. TV나 냉장고처럼 오랫동안 곁에 두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한 번 사용하고 마는 1회용 서비스란 것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로지의 “농약배추”때문에 시끄럽습니다. 조금 상했거나 시들었어도 도려내고 먹으면 되지만 농약이 덕지덕지 묻은 배추를 먹을 수는 없겠지요. 비교적 기술력이 뛰어난 로지가 이런 배추를 생산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자신의 재능을 이렇게 허비하는 것은 것은 모두에게 불행입니다. 농약이 잔뜩 들어간 김치를 손님들에게 먹일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본격적으로 시판된다면 아마도 스스로 몰락하는 기폭제가 될 것 입니다.
도대체 우리가 얼마나 더 저렴해 질 수 있을까요. 매일 밤 거리에 서는 것이 조금 두렵습니다. 행여 내게도 농약이 든 배추가 온다면 과연 내가 거부할 수 있을까. 농약이 들어 있는 줄 알면서 내가 그 배추를 사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언제나 건강하고 저렴해지지 않을 것을 믿습니다. 그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의 삶은 결코 저렴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존글 감사요., .. ..
비유를 잘 하신...
잘 보고 갑니다..
잘 읽고갑니다
아주 멋진분이시네요^,^
머지않아 좋은일이 생기실것도 같습니다~~그냥 느낌만으로도,,,힘네세요^,_화이팅,팅
로지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시는군요..
오랫만에 잘 읽었습니다.
이런 최악의 불공정거래의 중심에 그것도 최고 말단에 있는 처지가 한스럽네요 !!
혈계님의 오랬만에 좋은글 잘 봤습니다
멋쩌브러ㅠ감
글쎄요 비유참 와닿지 않네요.
농부(농장주)는 대리방입니다. 그리고 기사는 일꾼에 해당하겠지요.
로지는 농사짓는 장비 기계 농약 비료 대는 농기계 업체에 해당하겠지요.
농장주가 어이 김씨 저짝에 있는 배추 10포기 뽑아서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기다리는 손님한테 갖다 주소 돈은 열장 받고 2장은 나한테 입금해야 하는거 알제.
아따 글고 노씨는 이번에 배추 담을 박스만들때 우리건 조그맣게 하나더 만들어어줘. 글구 박스에 요금은 말이여 이걸로 표시해줘 잘사는 동네라 좀 더 받을겨. 굴구 울 배추밭 권해주는 부녀회장한테 따로 좀 주게.
이게 핵심입니다.
배추밭에서 사용하는 농기구값을 기사가 물어야 하냐고는 저한테 묻지 말구요. 이건 저짝에서 울나라에서 젤큰 배추밭 하는 이씨한테 물어 보세요.
비유를 적절하게 하셨군요
등골이 오싹한글 즐독했습니다
농약이든 배추 농약묻은 배추인지
알면서 사먹어야하는 현구조가 슬프네요
아~~~ 잘읽고 갑니다.
부디. 자주는 아닐지라도
가끔 글을 올리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