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2012 한국의 날’이 이스트우드 파크에서 열렸습니다. 목회자들에게 가장 바쁘고도 소중한 토요일, 나는 아침부터 준비하여 이스트우드 파크를 향했습니다. 비가 조금씩 흩날리는 것을 보며 비가 오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까지 하며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꼭 1년 전에도 한국의 날에 참석을 했는데 참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평소에 한국의 날 행사에 잘 참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목회자에게 황금 같은 토요일을 그렇게 보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내가 한국의 날에 참석하는 이유는 우리 큰 딸이 오전 10시부터 2시까지 하는 1부 행사에 사회를 보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도 사회를 보았는데 올해도 한국어와 영어 동시 사회를 본 것입니다.
도착하여 보니 예년과 같이 많은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계셨습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이지만 항상 그랬듯이 모든 교민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시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젊은 사람으로서 참 부끄럽기 까지 했습니다.
10시에 시작된 행사는 11시까지 이어졌고 이제 개회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1시에 시작해야 할 개회식은 30분이 지나도 시작하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꿔가며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순서를 맡은 누군가가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누가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리까지 해 보게 되었습니다. 팜플렛을 보니 내 외빈 축사가 있었고 명단이 나와 있었습니다. 뉴사우스웰즈 주 수상인 베리 오페렐, 법무부 장관, 이민부 장관, 베네롱 연방의원, 라이드 시장 그리고 시드니 총영사관 등이었습니다. 나는 순서지를 보며 아마 수상이 아직 참석을 하지 않았나 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축사를 맡은 분들 중에 가장 직위가 높은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연되며 분위기가 가라앉자 주최측에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를 틀었으며 댄스 팀이 나와 음악에 맞추어 강남스타일 춤을 추었습니다. 순간 행사장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의 노래를 잘 알지도 모르시는 어르신들까지 박수를 치며 환호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온 외국인들까지도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었습니다. 나는 행사장의 분위기를 확 바꾼 그 모습을 보며 정말 가수 싸이가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본명이 박재상인 싸이는 2001년 엽기적인 가수라는 말을 들으며 데뷔를 했습니다. 싸이는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기도 하고 남들은 한 번도 가기 싫은 군대를 두 번이나 갔다 온 그야말로 엽기적인 가수였습니다. ‘싸이’의 이름은 원해 ‘정신 신경증 환자, 광인, 괴짜, 기인’을 의미하는 ‘Psycho(싸이코)’에서 앞의 글자 ‘PSY’를 따서 ‘싸이’ 라고 예명을 지었다고 합니다. 자신은 싸이, 음악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 음악에 미친 사람이 한국을 넘어 세계를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로 확 휘어 잡고 있습니다.
유투브에서 강남 스타일 뮤직 비디오가 7월 15일 처음 공개된 후 사람들은 점점 이 노래에 빠져 들어갔고 공개 86일 만에 조회수가 무려 4억뷰를 돌파했습니다. 할리우드의 유명 연예인들이 강남스타일에 관심을 표명하더니 인기는 상종가를 치며 미국의 유명한 쇼에 출연하며 말 춤으로 자신의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9월 27일 영국 싱글 차트에서 1위로 오르더니 미국 빌보드 핫 100의 1위 등극도 눈 앞에 있습니다. 호주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30개국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호주를 방문하여 말 춤을 선보이고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싸이는 이 모든 것이 한국 국민들이 자신을 용서해 주고 받아 준 것이라며 서울 시청에서 지난 4일 무료 공연을 열었습니다. 그곳에 10만 명의 남녀노소들이 모였고 싸이는 미친 존재감으로 한국을 들었다 났다 했습니다. 싸이, 그는 분명 음악에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싸이는 아버지의 바램으로 미국의 보스턴 대학에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그는 그것에 전혀 관심도 갖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아버지 몰래 버클리 음대로 자리를 옮겼고 이것이 들통난 싸이는 아버지에게 “네가 음악에 미쳤구나!” 라는 소리를 들으며 학비 지원이 끊기게 됩니다. 그러나 싸이는 그 음악에 자신이 정말 미치기를 원했습니다.
새로이 유대의 총독으로 부임하는 베스도를 축하하기 위해 가이사랴를 방문한 아그립바왕 앞에서 감옥에 있던 사도 바울은 자신이 예수님을 만난 사실과 그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대해 담대하게 증거했습니다. 왕 앞에서 그토록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베스도는 당황하며 바울에게 “너의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했구나,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철저한 유대교의 율법과 교리를 배워 이에 능통했고 뿐만 아니라 헬라 문화와 철학에도 능통한 바울이 예수에게 미쳐버렸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자 사도 바울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왕을 비롯하여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이 예수에 미치기를 원한다고 한 술 더 떠서 말했습니다.
“바울이 이같이 변명하매 베스도가 크게 소리하여 가로되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한다 하니, 오늘 내 말을 듣는 모든 사람도 다 이렇게 결박한 것 외에는 나와 같이 되기를 하나님께 원하노이다”(행26: 24, 29)
기독교가 한국에 처음 들어 왔을 때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향하여 세상 사람들은 예수쟁이라고 조롱했습니다. 예수쟁이, 이 말은 예수에게 미쳤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에 미친 진정한 예수쟁이들이 세상을 변화시켰습니다. 예수쟁이라고 야단치던 부모들을 예수쟁이로 만들었습니다. 예수쟁이라고 조롱하던 친구들을 예수쟁이로 변화시켰습니다. 예수쟁이라고 비난하던 세상 사람들은 도리어 자신이 비난 받는 예수쟁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 날도 세상 사람들은 우리들을 향하여 예수쟁이라고 조롱합니다. 그러나 오늘 날 이 말은 우리가 예수에 미친 척한다는 말입니다. 예수에 미친 척하는 교인들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기독교를 점점 더 멀리합니다. 예수에 미친 척 하는 그러한 사람들 때문에 기독교는 점점 더 세상에서 비난과 지탄을 받습니다. 예수에 미친 척하는 알량한 사람들 때문에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리십니다.
예수에 진정 미친 사람들은 자신의 명예 보다 예수님을 우선합니다. 자신의 권력보다 예수님의 능력을 사모합니다. 자신의 재물을 이 땅에서 쌓아두는 것보다 하나님 나라에 쌓아두는 것에 더 관심을 갖습니다.
싸이가 음악에 미친 척했다면 사람들은 그의 음악에 열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예수에 미친 척 했다면 그가 전한 복음은 생명력이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예수에 미친 척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계속 듣는다면 세상 사람들은 점점 더 예수의 복음을 접할 길이 멀어질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 “네가 나에게 미쳤구나!” 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네가 진정 예수에 미쳤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가 만일 미쳤어도 하나님을 위한 것이요 만일 정신이 온전하여도 너희를 위한 것이니”(고후5: 13) (김해찬 / 시드니하나교회목사)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