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 이수종
밤새 뒤척이다 모든 추종들이
한 곳으로 날을 세우고
돌아누운 운명을 향해
타협을 희원하며
밤을 또 하나 힘들게 지운다
벼랑 끝 극점에 서서
건널 수 없는 피안 저 너머를 향해
벌거벗고 사는 법을 터득하였으므로
시체로 뒹구는 꿈 조각들조차 아픔이 아닌
벌거벗고 제 몸 고독할 줄 알았으므로
나무는 잎새만큼 자조를 먹고
자라 가는 생의 반추
내가 그대에게 갈 수 있는 길은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다
꽃이 진 뒤 나뭇잎마저 땅바닥에 뒹굴었으니
나도 막막한 황토위에 나목으로 서
운명으로 가는 모든 구멍을 닫아 막고
묘혈을 파고 누우리라
생을 원없이 향유하다
잎새들을 내려놓고
상처 딱지 떼어내듯 몸통 기둥 박고
나목으로 거만하게 서리라
무섭고 잔혹한 생명법을 배워
헐벗듯 당당하게
사막위에 스러진 태양의 남겨진
잔상을 쫓다
목마르게 부서져라
무거운 몸짓 열사위에
제 몸 가둬놓고 마구 부서져라
그 파멸의 끝을 벌거벗고 서서
나는 보고 싶다
- 이수종 시집 <시간여행>
[출처] 이수종 시인 11|작성자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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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
나목 / 이수종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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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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