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운 비스포크데님 허정운 대표 스포츠 스타는 물론 홍콩 재벌이 찾는 청바지 “장인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평소에 오래 서 있나요, 운동화와 구두 중 무엇을 더 자주 신나요?”
얼핏 들으면 건강검진을 위한 질문처럼 들린다. 이것 저것 묻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다. 청바지를 만드는 허정운(31)대표다. 허대표는 자기 이름을 딴 ‘허정운 비스포크데님(許精云 bespokedenim)’을 운영 중이다. 맞춤제작을 뜻하는 비스포크에서 알 수 있듯이 손님 체형에 맞춰 옷을 만든다. 체형은 물론 취향, 생활 방식까지 고려한다. 손님은 35가지 원단과 버튼, 지퍼, 실 등 30가지 부자재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완성한 청바지는 한 벌에 62만원. 준비된 샘플에서 옵션으로 수정사항을 추가하는 반 맞춤은 28만5000원부터다.
한 달에 20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한 번에 7~8벌의 청바지를 맞추고 해외에서 찾아오는 단골도 있다.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한다. 서울시 용산구에 자리한 허정운 비스포크데님에서 허대표를 만났다.
허정운 대표 / jobsN
◇공부보다는 옷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했다. 공부보다는 옷장사를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자퇴를 결심했다. 고등학교 졸업장은 따라는 부모님의 회유로 자퇴 생각을 접었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 대학을 가고 싶은 계기가 생겼다.
"옷을 좋아해서 쇼핑을 많이 했습니다. 옷은 사도 사도 끝이 없더군요. 이럴 바엔 만들어 입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옷 만드는 법을 배워야 했죠. 계명대학교가 실기 위주로 교육을 하더라고요. 이 학교를 목표로 입시 준비를 했고 합격했죠. 그런데 막상 입학하니 옷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1학년 때는 교양 위주로 강의 스케줄이 나왔기 때문이죠."
그때부터 독학을 시작했다. 도서관에 있는 남성복 관련 책을 거의 다 읽고 미싱기계를 샀다. 청바지에 도전했다. 원단도 다른 옷보다 뻣뻣하고 재봉해야 하는 조각이 적어서 가장 쉬울 것 같았다. 그러나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 제대로 된 옷이 나올 리가 없었다. 처음 시작한 옷인 만큼 제대로 만들 수 있을 때까지 도전하고 싶었다.
(왼쪽부터)허정운 비스포크데님 작업실, 셀비지 원단, 각종 부자재 / jobsN
◇직접 청바지 공장 찾아가
옷이 나오려면 옷본(패턴) 만들기, 재단, 재봉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 중 옷본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처음 배울 때는 이미 있는 패턴으로 옷을 만든다. 이후 경험이 쌓이면 자신만의 패턴을 만든다. 그러나 허대표가 처음 청바지를 공부할 때 데님 패턴과 봉제 관련 자료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직접 브랜드 청바지를 뜯어보고 다시 재봉하기를 반복했다. 남성복 패턴을 데님과 접목해 만들기도 했다. 지인들에게 돈을 받고 맞춤옷을 만들어 주면서 자신만의 패턴을 만들었다. 대학생 때 만든 옷만 1000장이 넘었다.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직접 해외 공장에 찾아갔다. "친구에게 청바지를 만들거라고 말하니 ENC패션 다큐멘터리를 하나 보내주더군요. 보고 바로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습니다. 공장에서 배우면서 일하고 싶었어요. LA에 있는 지인을 통해 미국에 있는 ENC패션 배무한 회장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에게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했고 공장 견학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일할 순 없었지만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미국 말고도 일본, 태국 등 다양한 청바지 공장을 직접 찾아갔다. 무작정 찾아가서 청바지를 만들고 싶은데 공장을 볼 수 있냐고 물어봤다. 안 되는 일은 없었다. 제작 과정은 물론 직접 재봉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면 옆에서 기계 작동이나 세팅을 다른 식으로 해보라고 가르쳐줬다. 한국에 돌아와 배운 것을 토대로 원단에 적용했다.
그렇게 청바지를 만들어 입고, 만들어 주던 중 지인을 통해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녹스(Helinox) 대표를 소개받았다. 대표와 가족에게 맞춤 청바지를 만들어 줬다. 허대표의 청바지가 마음에 든 헬리녹스 대표는 그에게 패브릭 개발 부서를 맡겼다. 2014년부터 헬리녹스에서 의자, 침대, 가방 등 천이 필요한 제품의 패턴 및 샘플을 만들었다. 그해 12월 서울시 원서동에 작은 맞춤 청바지 가게를 차렸다. 허정운 비스포크데님이다.
허정운 비스포크데님에서는 일반 데님 원단보다 비싼 셀비지(selvage) 원단으로만 옷을 만든다. 셀비지 원단은 현대식이 아닌 구식 방직기로 짜내 다른 데님 원단보다 뻣뻣하고 투박하다. 직조기의 폭도 약 30인치(76.2cm)로 일반 데님 원단을 만드는 폭(약 60인치)보다 좁다. 그래서 원단 1야드(0.9144m)로 일반 청바지 한 벌을 만든다고 하면 셀비지 청바지는 3야드(2.7432m) 정도의 원단이 필요하다. 가격도 3~4배 정도 비싸다.
허대표가 셀비지 원단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기존에 있는 청바지 브랜드를 같은 전략으로는 이길 수가 없어요. 질도 좋고 공장 제조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고품질 소량생산입니다. 한 사람을 위한 ‘only one 제품’이라면 사람들이 찾을 것 같았죠. 또 어떤 물건이든 비싼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품질이 좋기 때문이에요. 비싼 것을 사서 10~20년 쓰는 것이 더 좋습니다. 환경보호는 물론 그 제품의 가치를 보존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워싱이 들어가지 않은 생지만 씁니다. 청바지에 워싱을 하려면 화학제품을 써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청바지에 주름이 지고 그 모양대로 자연스럽게 물이 빠지는 것을 추구하죠."
신념대로 청바지를 만들지만 처음엔 손님이 없었다. 홍보를 하지 않아서다. 헬리녹스 일과 병행 하다 보니 정작 본인 가게는 뒷전이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2015년 10월 헬리녹스를 나와 허정운 비스포크데님에 집중했다. 손님은 적었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에겐 최선을 다했다.
신세계에서 먼저 입점을 요청했다. 돈을 벌기보다는 데님 맞춤 제작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에 1년만 하겠다고 했다. 2016년 강남 신세계 백화점에 입점해 원서동 매장과 함께 운영했다. 백화점 입점 만으로도 큰 홍보였다. 1년 후에는 원서동 매장과 백화점 매장을 정리하고 서울 용산에 자리 잡았다.
(왼쪽부터)곽윤기 선수의 사이즈를 재는 허 대표, 곽윤기 선수와 함께, 김아랑 선수와 함께 / 허정운 비스포크데님 제공
◇연예인은 물론 홍콩 재벌이 찾는 청바지
지금은 한 달에 20여명의 고객이 허정운 비스포크데님을 찾는다.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 김아랑 선수도 고객입니다. 윤기는 허리는 얇은데 엉덩이가 커서 트레이닝 바지와 제가 만드는 청바지 아니면 못 입는다고 합니다. 홍콩 재벌 아드리안 쳉이나 이름을 말하면 모두가 알 만한 재계 인사들도 있지만 밝힐 수가 없네요. 4년째 매년 오는 영국인 부부 손님도 있습니다. 영국에 고급수제의류를 만드는 상점들이 모인 거리 세빌로우(savil row)가 있지만 그래도 청바지는 허정운 비스포크데님이라고 매년 찾아오세요. 이런 고객들이 찾아와주실 때마다 뿌듯하고 감사하죠.”
‘데님 클래스’도 운영 중이다. 패턴부터 봉제까지 허 대표가 옷을 제작하는 모든 방식을 다 배울 수 있다. 1차 산업의 발전, 장인 문화를 퍼뜨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처음엔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기 싫었다. 그러나 본인과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봉제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시작했다. 벌써 데님 클래스 3기와 함께 하고 있다.
데님 클래스 시작 이유가 허정운 대표의 목표기도 하다. “봉제 산업에서 장인이라고 하는 선생님들을 찾아가면 50~60대입니다. 그 뒤를 이을 사람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장인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초석 역할을 허정운 비스포크데님이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나중에는 협회도 만들어 더욱 단단한 생태계를 구축하고도 싶습니다.”
SELVAGE 라는 상표는 남자옷 브랜든가요 여자옷브랜드ㅇ신가요
지식처리정보
처리일시 : 2009년 04월 26일 (일요일) 09시 51분
처리유형 : 작성지식
처리자 : scaomjhia님 (지식맨, 채택된지식 23,773개)
처리내용 :
셀비지라는건 갑자기 생겨난것이 아니라 이미 옛날부터 있던 원단 처리방식 중 하나.
데님브랜드로 남자여자구분이없음.간혹리바이스셀비지를들을수있음
셀비지
데님은 전통적인 목재 셔틀 직기로 만들어 낸 데님 원단으로 직조과정에서 앞뒤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실을 사용해 데님의 가장자리가 스스로 닳아 없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셀비지 원단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촘촘하게 직조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실이 사용돼 원단 제작 비용이 높은 만큼 한정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레드 셀비지 파라수코 진'은
한정 상품임을 증명하는 증명서와 착용법과 세탁 방법 등의 설명과 함께 셀비지 데님임을 증명하는 증명서가 첨부된다
0:30 셀비지 0:55 셀비지 없는 원단 1:33 로로피아나 130수 비하인드 스토리 2:45 셀비지는 없는데 라벨은 준다? 3:04 왜 사람들은 이런 데에 현혹되는가? 3:34 그들의 논리 (1) 공장에서 빼돌린 거다 5:45 그들의 논리 (2) 기성복 원단이다 7:32 가정: 로로피아나 고위직이 뒷돈 챙기기 위해? 9:05 90년대라면 이런 이유는 있을 수 있다 11:20 족보 없는 원단
외국계 증권사 대표 출신으로 기업 투자 전문가인 김석헌(53)씨는 청바지 매니아다. 갖고 있는 청바지만 20여 개다. 대기업 임원인 김은(48)씨도 일주일에 두 번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회사가 '비즈니스 캐주얼'로 청바지를 허용하고 있어, 눈치 안 보고 입는다. 외국계 회사에서 정장만 입었던 강규연(가명·45)씨는 최근 국내 신용카드회사로 옮기면서 장롱 속에 묻어뒀던 청바지를 꺼내들었다. 그는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상 이렇게 안 입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파 출신으로 현재 홍보대행사를 운영 중인 홍순언(48)씨는 청바지에 백팩을 메고 출근한다. "잠시 국회에서 일했던 시기를 빼고는 늘상 청바지를 즐겨 입었다"며 "작년에 체중이 90kg 넘을 정도로 살이 많이 쪘는데 청바지 입으려고 엄청난 다이어트를 했다"며 웃었다.
/이광재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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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딘 vs. 스티브 잡스
청바지가 돌아왔다. 20대 꽃청춘이 아니라 40대 아재들을 파고들었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 직장에도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중년 남성들이 열에 둘셋은 된다. 기업문화가 자유롭게 바뀌어가고 있어서다. 간호섭 홍익대학교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과거 위계질서 강했던 대기업에서 격식 있는 정장 차림을 중시했다면, 창의적 사고방식이 요구되는 21세기엔 경쾌한 비즈니스 캐주얼을 권장한다"고 했다.
스티브 잡스는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간호섭 교수는 "블랙 터틀넥에 리바이스 청바지만을 고수하던 스티브 잡스는 혁신적인 기업인으로 역사에 발자취를 남김으로써 40~50대 중년들의 청바지 아이콘이 됐다"고 말했다. "반항의 아이콘이었던 제임스 딘이 젊음의 전유물로 청바지를 각인시켰던 것을 잡스가 완전히 뒤바꾸어 놓은 거죠."
1980년대 '조다쉬' 세대
청바지에 익숙한 세대가 40~50대에 접어든 것도 청바지를 입는 중년들이 늘어난 이유다. 실제로 이들은 청바지를 입는 이유로 "익숙하고 편해서"라고 답한다.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교복 자율화 세대로 학창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청바지를 입었다. 특히 1980년대 국내 첫 출시된 '조다쉬' 청바지는 당시 10~20대 연령층의 최고 패션 아이템이었다.
김석헌씨도 대학교 때 처음 청바지를 입었다. "1학년 때부터 몸에 딱 맞는 조다쉬 청바지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 게 크게 유행했죠. 청바지를 입는 것은 영화관에 가는 것과 비슷해요. 어릴 적부터 영화를 즐겨 봤던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영화관에 가잖아요. 청바지도 마찬가지예요."
89학번인 김은씨 역시 "청바지가 좋아서 입는다기보다는 집에 청바지가 있어서 입는다"고 말한다. 아재들이 청바지를 입게 된 데는 꾸준한 몸매 관리도 한몫했다. '꽃중년'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중년 남성들이 외모 관리에 힘쓰면서 젊었을 때 입었던 청바지를 그대로 입는다는 얘기다.
'할배파탈' 청바지도 인기
'아재 청바지' 못지않게 '할배 청바지'도 인기다. '할배파탈(할아버지와 팜므파탈의 합성어로 매력 넘치는 할아버지를 빗댄 말)'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자신을 가꾸는 60~70대 할아버지들이 늘면서 청바지 소비도 늘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맞춤 청바지 매장 '허정운 비스포크 데님'에서 청바지를 두 벌 맞춘 임모(60·반포동)씨는 "기성 청바지는 밑위 길이가 짧아 배가 가려지지 않는다"며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내 체형에 맞고 맵시를 내주는 청바지를 입고 싶어 맞췄다"라고 말했다. 허정운(28) 대표는 "60~70대 분들은 청바지가 대중화되기 전 세대들이라 오히려 맞춤 바지에 익숙하다"며 "아무래도 정장 바지를 더 자주 입었던 세대라 허리선이나 주머니 모양을 정장 바지 스타일로 맞추길 원하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나이를 불문하고, 정장에는 없는 경쾌한 카리스마와 소통의 이미지를 지녔다는 것도 청바지의 매력. "일단 청바지를 입고 나서면 우릴 꼰대로는 안 보니까요. 하하!"
[이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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