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菽)은 콩이고, 맥(麥)은 보리다. 크기로 보나 모양으로 보나 확연히 다른 곡식인데, 눈으로 직접 보고도 분별하지 못하니 얼마나 일인가.
이렇게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쑥맥!'이라 무시하는 욕을 하기도 한다.
숙맥들이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어찌 콩과 보리뿐이겠는가?
상식과 비정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욕과 평상어를 구별하지 못하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해를 보고 달이라 하고, 달을 보고 해라고 하면, 낮과 밤이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를 달이라 해서, 자연을 거스려 낮이 밤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손으로 해를 가린들 밝은 대낮이 사라지겠는가?
사마천의 '사기' 중 '진시황본기'에 전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가 나온 배경일 것이다.
이성이 침묵하고, 거짓이 참이 되고, 변명이 사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를 숙맥의 시대라 할텐데, 상식은 몰락하고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도술(道術)이 성행하는 이런 세대를 ''숙맥의 난(亂)"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도술을 부리며 세상 사람들을 홀리는 도사들이 숙맥의 시대에는 주류가 되고 시대의 영웅이 된다. 혹세무민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그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 능력인 양 그들을 이끄는 지도력이 되는 것이다.
숙맥교 교주들은 분별력을 잃은 숙맥들을 이끌고 허무맹랑 (虛無孟浪)한 말로 사람들을 부추겨 그들의 잇속을 챙기고, 이미 좀비가 된 숙맥들은 이리저리 몰려 다니며 교주들의 구호에 맞춰 절규하고, 혹시나 그의 눈밖에 날까봐 더 열심히 거품을 물고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욕을 해댄다.
진실은 호모사피엔스에게는 너무 과분한 이상이었기 때문일까?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숙맥의 난, 바로 그 절정에 이르고 있다.
숙(寂)과 맥(麥)을 분별해야 할 언론과 권력기관은 숙맥의 시대에 기름을 부으며 부추기고 있고, 각종 권력은 그 위에서 마음껏 난세를 즐기고 있는 형국이다. 어제 얘기한 것도 곧바로 뒤집어버리는 저 인간들의 고향은 도대체 어디일까? 말해놓고 이상한 것 같으면 내가 말한 뜻은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알아들은 니네들이 좀 이상한 것 아니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쳐댄다.
첫댓글 난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