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두 달간의 방학
방학이라
1교시 4교시 5교시
휴강이라는 카톡에 곧이어
모월 모시에 보강이라는 문자
정해진 교수님과의 상담 시간
방학 전에 마쳐야 하는 상담 일정
나는 정이 많고 정이 많으니
정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 상처들
다정도 병이어라 ~ 딱 내게 합당한 말이렸다
사랑이 정으로 인해 생성된 건지
정을 주다 보니 사랑이 움텄는지
잘생긴 40대 중반 교수님이 마음에 든다.
그냥 마음에 드니까
둥글고 큰 눈에 웃음이 철철 고인 분
좋은 체격에 부드러운 몸놀림
책상 사이를 스윽스윽 지나가며 강의 하시는데
내 곁을 지나칠 때 떨궈 주는?좋은 향수 냄새
큼큼
젊고 펄떡거리는 싱싱한 호흡과
드러난 팔과 다리의 살갗이 생고무 제질같이
빛나고 탄력 넘치는 여학생들
스윽 스윽 지나가지 않고 언제나
그녀들 곁에서 오래 머무르시는 교수님
건네는 농담 자연스레 불러주는 그녀들 이름
유진아 예진아 ~
내가 여자라는 걸
지금도 여자 행세를
눈으로라도 하려는 걸 느낄 때다
아직 좋은 건 볼 줄 알고
내 좋아하는 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남에게 가는 건 질투가 나는 건 어쩌랴,
질투, 질투 아! 얼마 만에
내 속에서 생성 작용을 시작하는지
귀엽고도 사랑스런
질투라는 철부지 아기여
70살
자연으로 보자면 고목이요
생물학적으로 보면 생산이 끝난
가시만 앙상한
한 그릇 되직한
곰탕도 안 나올 법한 물질로 변했건만
다정도 병이지 암,
왜 이놈의 가슴속은 평생 철드는
법이 없을까
존경하고 잘생긴 상대만 보면
때와 장소 없이 빠른 시간안에
달달한 물질로 변해 버리니 말이다
과거로 돌아가
여자 나이 70대라면
눈곱이 낀 질척한 시야로 사물도 흐리멍텅하게
보이고
머리칼은 늦가을 볕에 비 맞고 서리 맞느라
천대 괄시로 탈색한 하얀 수세미 행색이지
그나마 밭일 내보낸 며느리 대신 업어
키운 손자에 이어 증손자 녀석들이 등 뒤에서
죄 뜯고 뽑아대서 명주실 찌끄러미 만큼 남은 걸
손가락으로 돌돌 말아 뒤통수에 납작하니
붙여 놓으니 비녀도 필요 없소
노끈 가느다란 넘으로 챙챙 동여매 놓았으니
겉만 보자면 여자의 자취는 찾을 수 없지만
그 또한 당연하다 여기던 시대
여자로 살았으니 여자였고
시집오고 자식 낳은 흔적으로
여자였지
70은 여자도 남자도 아닌
어머니 할머니로 남은 일생이다
세월 좋다
70살에 매일 아침 옷을 고르고
화장하고 맵시에 신경 써 가며 등교하고
강의 시간에 공부는 딴전이요
잘생기고 젊은 교수에게 연정이나 품질 않나
손녀 같은 젊은 처자들에게 질투의 시선으로
앵돌아지질 않나,
아, 그래도 이런 기분 너무 좋다.
내 마음은 나만 알고 아무도 모르니 내가
무슨 짓을 한들 뉘 알랴 그래서 무모하기까지
내 안에 고인 사랑의 물질은 언제까지
남아 있을까
언제나 상대만 나타났다 하면
혼자 두레박 들고 우물가 나가던
처자 시절 그때의 나로 돌아가
두레박 물속 깊이 던져 철철 넘치며 올라오는
듣기 좋은 그 물소리
지금도 떠올리면 가슴 뛰는 당시의 발랄했던
그리고 그득한 포만감주던 두레박가에 넘치던
차가운 물, 물소리
이제 나는
언제까지 물소리 같은 설렘을 느낄 수 있으려나
내 안의 나를 철들게 한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
바싹 마른 입술에 퀭한 시선으로
언제나 늦가을 같은
언제나 깊은 겨울 같은
저 어두운 노쇠의 심연
그 깊이를 제대로 보이는 그때
비로써 나는 철들었다 할 것인지
아!! 나는 철들기 싫다
뒤따라오는 무력감 그것을 견딜 수 없고
어떻든 견뎌야 하는 게 싫다,
끝없이 심심하고 늘 아프고
종내는 망각 속으로 걸어갈 것이
카페 게시글
삶의 이야기
내 안에 고인 사랑의 물질 영원하길
운선
추천 3
조회 320
23.06.25 10:13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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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구구절절 100% 넘어 200% 공감되는 놀라운 필력에 잠시 멈추어 봅니다~~철들기 싫다 겨디는것도 싫다 그냥 이렇게 살아보렵니다~~
감성이 많이 발달한 사람들 중 울운선 님도 한 분 이신 듯 보입니다.
저도 분명 그들 중 한 명에 속하는 사람 입니다.
매우 이성적 사고를 지니고 있는 울딸내미 표현을 빌리자면 "울엄마는 언제 철이 드시려나" 랍니다. ^^♡
누나 일단은 그감성을 깨우게해준 교수님께 감사함을 전하구
아직 여자란걸 깨우쳐준
내몸속에 꿈틀 거리는 몬가를 찾아냈다는것
축하드리오나이다
그느낌 아니까 ㅎㅎㅎ
거죽만 빼고 감성도 사랑도
이팔청춘, 낭랑 십팔세이십니다.
감성에 깊이도 사랑에 길이도 표현에 넓이도 저마다 사람마다 편차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누구에게도 간섭 받지 않은 홀로만의 사랑 많이 하세요.
운선님 글속 강의실 정경이 눈앞에 선하네요~~
그안에 그들 곁에서 철들지 말고
즐기세요~~
여름 무더위 건강 조심하시고~~
여자한텐 질투 빼면 시체라구 하더만요.
여북하고
제가
.어디서 줏어들은
내안에
철없는 소녀가 살고있다.
고
대문에 붙어놓을까요.
운선님의
그
표현에
공감백배. 입니다
한수
더 떠서 저는
늘
멋진 남정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연하의 멋진넘과의
사랑을
상상합니다.
내켵은 스윽스윽.
향수만 흘리고
영,들 에게는
뭐라
뭐라
이름도 불러주고.
ㅎㅎㅎ
40대 중반 잘생긴 교수라.
딱
저의 두쩨아덜 인 데유.ㅎㅎㅎ
우리 운선님
넘 솔직하고
진짜 귀여우십니다.
남자들만
젊은 여자 좋아하는 거이
아니고
우리
여자(할매 포함 ㅋ)
들도
젊고 싱그러운 남자가
좋다는......ㅎ
멋진 그녀 운선님을
늘 응원합니다~!!!
ㅎㅎㅎㅎ..
읽으면서 웃음이
끊이지를 않았읍니다
누구든요
인간이기에 감정을 숨길수가 없지요
얼마나 좋은 것입니까
40대의 젊은교수가
운선님의 가슴에 남아 있다는 그런것이
너무 좋음입니다.
나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조켔읍니다
운선님이 순수한 생각..
그런 것들이 너무 좋으네요.
학창시절이
다시한번 저에게 왔으면 조켔어요
그시절 ..
청바지에 통기타를 매고
캠퍼스를 누비었던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시절들이
아련한 추억속에
잠시 머물다가 갑니다..ㅎ
즐휴하십시요..
운선님의 글을 읽다보면 공감 백배하며
서글프기도 하지만 이게 현실인데 하며
내려 놓기도 합니다
항시 좋은글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옛날 감정이 있으니~~부럽워요
학업 성취도를 올릴 수 있는 또 다른 동기가 될 듯 하네요. ^♡^
매력적인 이성을 보면 설레는 감정이 솟아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랑은 국경도 나이도 초월한다는 말이 다 경험자들이 증언한 진리이니 뭐~.
고 3때, 담임 선생님의 국어 수업 시간,
무심코 학생들 사이를 지나치며 발산하던 선생님의 향기가 참 신선했던 기억 등을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갖게 되는 순수한 감성은 소중히 간직하면 될 듯요.
두 달간의 긴 방학 알차게 보내세요.
운선 언니는
참 부럽기도 하여라~
여러 방면에서
좋은 유전자 선택을 받고 태어난 듯...
참 좋겠다...
아름다운 여인은
늙어가는 속도까지도
매우 느리게 천천히 진행이 되는 듯...🐦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몸도 마음도 꼬부랑 할미...🦟
감성이 살아있으니
아직도 늙지않았네요
표현도 맛깔스럽게
세월이 아깝지요
와우~
필력에 감동 백배 만배
우찌 철들수 있겠나요.
이렇게 철 안든(?) 글
계속 쓰시어
계속 감동 멕이고
그채로~~~ㅎㅎㅎ
운선님은 철들면 치매
아닐까요? ㅋㅋㅋ
운선님 같은 귀한분 들은 좀 더디게 세월을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 ^^
운선작가님
영원한 소녀로
계속 남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