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36도 기온 ,,밖에 하얗게 내린 서리가 프레이져 뷰의 뾰족 지붕 클럽하우스 문을 열고
10분내로 두 팀 , 더도 말고 모자름도 없이 깔끔하게 후레이져 뷰 클럽하우스에 8명의 멤버가 모여 앉았다.
지난 번 맥크리니에서 서리 녹기 기다려 칠 때
" 랑가라는 서리 내려도 문엽니다, " 하는 광고 문구가 생각났다.
아까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자 , 떠나자 !!
멋지고 근사한 코스 말고 , 바로 가면 라운딩 하고.,. 그린피도 만만한 그런 ..
49번도로 타고 십분거리 . 랑가리로 쳐들어간 우린..
야호 !!
두 팔 벌려 반기는 18개의 코스들을 내려다 보며 섰다..
남성 5 , 여성 3 .. ..
편을 어찌 짤까 ?
메이플님 모자에 우리의 볼들을 모으신다.
티샷 자리에 서면 나는 늘 새로운 마음 이다.
한타 한타 경건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치려고 한다.
내 페이스 대로 보기를 하며 나가려고 작전을 세웠다...
대박님, 신방에 든 새신랑의 마음으로 치시는지는 그 마음 속 알길 없다. 그러나 많이 긴장하신 듯 더불보기. 트리풀로 첫 두 홀을 시작하셨다..
흑백에 빨강으로 포인트를 준 복장으로 나온 아리수는
그 큰 키와 롱다리의 건강미로
깔끔하고 힘찬 샷이 숲 속을 뛰어 다니는 꽃사슴을 연상시킨다.
허리 선이 드러나는 점박이 무늬의 웃도리도 그랬다.
아리수 첫 티샷부터 페어웨이 중간에 내리 꽂더니 . 첫 홀 템퍼러리 그린 에서 파로 시작 , 하더니.
"에이, 여성티 너무 시시해. 우리 화이트 티에서 칩시다 "
뱁새 황새 쫒아 가려니 가랑이 찟어 지겠다. 헉헉헉
삐뚤 빼뚤 가는 공을 따라 , 더불, 트리풀을 하며 ..세홀에서 이미 나의 핸디를 다 치고 말았다..
보다 못한 대박님
"민들레님은 이제부터 레드티에서 치시지요??"
남성 멤버들의 얼굴은 약간 어둡다.
물컹물컹한 페어웨이는 아까운 대박님의 박스에서 막 꺼내는 한알에 4불짜리 타이틀리스트 프로비 원 볼을 딸꼭 딸꼭 삼켜서 대박님 김 새서그렇다고는 생각해도 ..
혹 골프에 서투른 내가 분위기를 깨고 있나 그게 좀 미안스러웠다..
특별 주문한 듯한 ,독특한 디자인의 모자부터 부티 나는 골프화
세심하게 고른 블랙 칼라의 의상으로 쫙 내리 깔은 ,
중년 남성 패션 모델 같은 대박님은 스윙도 파워풀하며 장타였다.
메이플님은 까짓 외모따윈 초월했다는 듯
내추럴한 칼라의 내추럴한 주름이 적당히 간 옷에
내추럴하게 자란 머리에
무덤덤한 표정에 수수하시면서도 참으로 과묵하신데 .
자신의 미스 샷에도 침묵 , 굿 샷에서도 침묵 .
남의 굿 샷, 미스 샷도 침묵 ..
이 침묵은 음울하지 않고 과격하지 않고 , 교만하지 않은 침묵이어서
"침묵은 금이다"라는 금언에 딱 어울리시는 분이다.
나는 좀 진지한 분위기를 깨려 말을 좀 걸어볼까 하다가 그 침묵에 압도되어 포기하였는데 ..
라운드 다 끝나자 ..
그 무거운 입 열어
"민들레 님은 글을 잘 쓰십니다."
"게시판 안 들어가던 저도 민들레님 글 읽으러 가끔 들어갑니다, "
하신다.
와, 언어의 마술사가 따로 없다.
어쩜 적절한 때에 딱 맞는 말씀을 하시나 ??
나는 너저분하게 긴 말을 간결하게 쓰는 버릇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오랜 침묵 끝에 나온 메이플의 격려에 보람을 느꼈다.
이 보람에 나는 서투른 골프 후기 쓰고 또 쓰고 , 고치고 또 고치고 ..
다음 골프 후기를 쓰기 위해 다음 라운드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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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묵한 언어의 마술사 (골프후기)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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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10 11:5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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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민들레님의 글을 읽으니 님의 골프 샷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매 샷을 진지하게 하면서도 볼 것은 다봤네요.팀원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저도 메이플님 못지않는 격려보내니 계속 쓰세요.
격려해 주어 고마와요,.. 서울에다 벼르던 안부겸 러브레터를 써놓고 , 향수에 젖어 글하나 또 올렸어요..
민들레님! 골프를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모양이군요.골프후기를 너무나 생생하게 잘 쓰십니다. 열심히,즐겁게 사시는 에너지가 이곳 부산에까지 전 해 옵니다.
옛, 골프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골프 후기 쓰는 재미로 나가서 .. 골프 후기 쓰면서 혼자 웃고 .. 그렇게 쓴글은 여기다도 올리는 거지요..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