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단오제가 어제부로 끝났다.
덥고 시끄럽고 음식 냄새 사람무리들
왕왕 울리는 각설이 타령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이다
나는 예나 시방이나 지역 축제에
가길 좋아한다.
혼자여도 좋고 둘이어도 좋은데
혼자일 때가 더 좋다.
몇 해 전에 딸내미가 시간을 내어
제 깐엔 효도하겠다고 동행해주던데
영 불편했다.
장마당 다 돌 때까지 내 눈치 살피며
“엄마 이것 좋지? 사세요
”엄마 저거 드실래요?
단오 장엔 으레 철학 관상 손금 등등
자칭 역술가들이 한 줄로 죽 늘어서 판을 펴놨는데
“엄마 우리 점쳐봐요
”재미 삼아 한번 해봐요
3만 원 복채로 십분 들은 것은 칭찬 일색
머리부터 발끝까지 듣기 좋은 소리의 은총세례
“엄마 좋지요?
”우리 엄마 기분 좋겠다~
복채를 주면서 우리 엄마꺼 봐달라 했는데
그렇게 좋은 소리를 예언했으니 기분이야
나쁠리 없지만 어느 손님이나 천편일률적으로
던져주는 말이라 생각하면 3만원이 아까웠다
나는 철칙이자 신념이 있는데
사람으로 태어나서부터 믿은 종교가 하느님이기에
어떤 미신적인 예언이나 타고난 나의 운명을
한 낫 인간에게 물어보고 알아보고 결정하는 짓은
절대 내켜지지 않아서다
뭣이 되던지 하늘의 뜻이겠거니
이게 내 운명이요 팔자니 이대로 살다가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살리라는 식이다
딸애는 다른 가 보다
가끔 동료들과 철학관에 가서 이것 저것
물어보고 주의사항 듣고 와 조심도 하고
식구 중 누가 아프면 혼잣말로 이달엔
조심하랬는데 우환이 있다고 하던데 하며
종알거리는 걸 들었다
제 엄마가 혼자 잘 다니는 걸 보고는
지금은 같이 가주겠다는 소리 대신
“엄마 나도 같이 가면 안되요? 부탁조로 묻는다
혼자 장바닥을 이리저리 사람 흐름에 밀려다니다 보면
역시 사람은 사람 속에 있을 때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에 대해 너그러워진다는 것을 느낀다.
단오 장에는 으례
각설이패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강릉 시내 남대천 강을 사이에 두고
저쪽에 한패 이쪽에 한패
저쪽과 이쪽의 거리가 꽤 먼데도 나는
이쪽이 재미 적으면 저쪽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공연 값으로 파는 칫솔이니
허리 안마 띠나 엿 같은 것을 사 준다.
예전 각설이 엿장사들 의상은 될수록 더럽고
낡은 것을 걸치고 짚신 신고 공연을 했다면
요즘은
시대에 걸맞게 화려한 의상이 기본이고
무대 화장한 젊고 이쁜 각설이 여자도 있고
그들 개개인들의 펜카페도 있어 공연마다 찐 펜들의
환호가 대단하다 한마디로 지방 연예인들이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상스런 소리와 진득한 성적인 소리
예사로 해도 구경꾼은 와! 하고 웃는다
전통 마당놀이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고
각설이 엿장사가 조직적으로 분포되니
거기에 맞는 엔터테이먼트가 생겨 각설이
교육을 따로 연습시킨다니 뭐든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하고 그렇게 해야 돈벌이가 되는 거 같다
잊지 못할 기억 하나
예전 어느 장마당에서 봤던 젊은 각설이의
춤은 굉장히 쇼킹 했었다
낡은 바지와 잠뱅이를 걸친 장골인 젊은
각설이가 천막도 치지 않은 맨바닥에서
뜨거운 여름 해를 고스란히 받으며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데
양손에 꽹과리 한 채 든 그의 힘찬 몸놀림
무릎까지 걷어 올린 다리에 울퉁불퉁한 장딴지가
요동치듯 땅을 박차고 하늘로 치솟듯 힘찬 춤사위
물건을 팔 생각도 어줍잖은 사설도 없는 그냥
춤만 추던 그 젊은 사내
머리띠 질끈 동여맨 더벅머리 아래 얼굴은
아무리 보려고 해도 끝까지 고개를 들지 않던
오직 춤에 빠져 춤만 추던
한참을 보던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
그냥 가슴이 콱 막히고 전신에 감동이
설움으로 녹아 눈물로 흐르던
나도 저렇게 미친 듯 넋을 놓아 버리고
춤 한 번 춰봤으면 원이 없겠다에서
저이는 무슨 한이 많아 저렇게 광적인
춤사위를 지치지도 않고 겅중겅중 뛰는가
그날의 감동은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 곁에 붉은 한복을 입은 빈약해 보이는 여자가
작은 소리로 얼쑤 얼쑤 하는 소리조차
내 슬픔에 보태던 그 시간 그 장소
그 뒤 그 각설인지 장돌뱅이인지를 찾아서
유툽으로 전국 품바 명단이나 공연을 뒤졌지만
그 어디에도 없었다.
왜 눈물이 났을까?
대하소설 장길산에 나오는 사당패들
사당패들과 공연하는 길산의 신들린 듯한
춤에서 눈물이 났었는데
혹여 그날 그 춤사위에 소설 속 고단했던
사당패들의 인생이 오버랩 되어서 그랬을까
나는 장마당이든 축제든 엿 파는 각설이
품바들 공연이 좋다.
춤추고 노래하는 연예인들 보다
난장 공연이 내 취미에 딱 맞다
난장공연이란 어휘가 주는 묘미도 좋고
흥청망청 요란하던 강릉 단오제
사람 구경 장마당 구경 각설이 구경
인생의 굽이굽이 장마당만 같어라~
첫댓글 장마당 구경을 해본지 언제였던지요
혼신을 다해 춤추고 썰푸는 각설이님의 무아지경 아마도 그상태가 각설이에겐 최고의 선물일테지요
울운선님 정서가 저와 많이 비슷 하십니다.
질펀하고 흥겨운 각설이 타령 듣기에 재미도 있지만 그렇게 각설이 장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각고의 노력이 있었을까 헤아리다 보니 눈물이 나지 않으셨을까요. ^^~
[ " 나는 장마당이든 축제든 엿 파는
각설이 품바들 공연이 좋다" ]
얏호~
어쩜~ 나도 그래요~😆
각설이 품바를 참 좋아라 합니다.
어차피~
내 능력으로는
누가 노래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구별하지도 못합니다.
각설이 품바들이
공연하는 장소와 그 풍경을 좋아합니다.
각설이 공연에서 눈물을 흘려본 적은 없음,
나는 거의~ Tv를 가까이 하지 않는데,
열린 음악회,
팬텀싱어,
두 개의 음악프로는 좋아하고,
특히, 팬텀싱어는 매우 좋아합니다.
저두요
시장어서의 각설이타령 ᆢ
보는거 좋아힙니다
강릉 단오제가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열렸다가 막을 내렸구랴.
단오풍경을 어찌나
맛깔스럽게 표현하셨는지~
잼나게 책 읽는 기분으로 후딱 읽고 갑니다
노후가 좋아보이는 운선 선배님 늘 축복이 함께하시길요♡♡
와 소설 읽은 것 같아요.
단오명절을 크게 치르나 봅니다~~~ ^^
저도 기독교인 이라서 사주팔자 토정비결 이런거 안보고 안 믿습니다만 ~~ ^^
우리들 어린시절 명절풍경은 참 정도많고 운치가 있었지요~~~
요즘엔 너무 상업적으로 치우치지 않았나 그런생각이 들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