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동과 쪽지
부모가 이혼하면서 소년은 아버지의 손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빠듯한 살림이었기에 달랑 전구 하나 달린 단칸방 연립주택에서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소년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시간에 출근해서 한밤중에야 퇴근하였습니다.
부자가 같이 지내는 시간은 아주 짧았습니다.
그래도 소년은 아버지와 언제나 마음이 통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매일 아침, 밥상 위에는 소년이 도시락 대신 가져갈 빵과 아버지가 쓴 쪽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다카시, 잘 잤니? 오늘은 유난히 춥구나.
감기 걸리지 않도록 따듯하게 입고 가거라. 씩씩하게 잘 지내라.”
삐뚤삐뚤 적혀있는 짧은 메모였지만, 매일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쪽지는, 언제나 무거운 분동(分銅)밑에 놓여 있었습니다.
천칭저울 추로 쓰이는 그 분동입니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원통형의 쇳덩어리,
아직 어린 소년의 손에 그것은 묵직하면서 흔들림 없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 분동이 바로 소년에게는 아버지의 모습 같았습니다.
지금 그 소년은 훌륭하게 성장해서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정말 그때는 가난하고 궁핍했어요. 비뚤어지고 엇나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지요.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와 언제나 마음이 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열심히 살아가고 계신다. 그리고 나를 지켜주고 계신다.’
그런 커다란 안도감 속에 싸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씩씩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겁니다.”
분동과 아버지, 그것은 지금 그가 목표로 삼는 아버지상입니다.
스즈키 히데코-행복을 발견하는 시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