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는 작은애가 소파파우치의 뒷공간에 콘솔을 하나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 그냥 나사로 박고 목심박아서 박스하나 만들어 주면 될 것을 무슨 작품 하나 만드나 싶게 이리 뛰적 저리 뛰적하더니 컴퓨터로 스케치하고 나무만 고르니라고도 한참 걸린다. 저런 꼼꼼이랑 수십년을 살아왔다는 것을 실감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믹서기나 청소기 고쳐주라고 세 번쯤은 말해야 손을 대더니 근 십년 전부터는 모든 것이 자기 일인줄 깨달았는지 인자 말안해도 알아서 한다. 이사와서 집안의 가구들을 만들어 넣는걸 보고 영감에게 이런 재주가 숨겨져 있었는지 알았다. 그 전에는 그냥 투닥거리면 만들어져 둘째 신혼집에 넣어주는 줄 알았는데 오다가다 흘끔거리며 보니 상당히 연구를 많이 하면서 만드는 기색이 보였다. 밤마다 컴퓨터 앞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살더니 갈수록 예술작품 비스드무리하게 작품이 나온다. 이번에도 역시 신경 좀 쓰는가 싶더니 그냥 평범한 콘솔은 아니다. 드르륵거리며 열리는 문을 만들어 달았다. 제법 보기도 좋고 특별해 보이니 집안에 분위기 메이커로 자리 잡고있다.

“저기 보조탁자는 삼방연귀였는데 이건 다리를 내려야해서 이방연귀라는 것으로 했네”
컴퓨터를 가르키며 말하는데 그러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고... 그냥 잘 만들기만 하면 봐주지 뭐...

“서양애들 빵박스 만들 때 쓰는 스타일의 문인데 우리 옛날 흑백TV도 이런 문을 달았어. 양옆으로 열리게. 보통은 쫄대에 헝겊을 붙여서 만드는데 난 좀 더 고급스러운 작업으로 특별히 만들었네.” 또 안해 본 작업을 했단건데 그래봤자 돈만 더 썼단거 이상 아니것제...

“저 아래 나무는 하드메이플인것 같은디 위에는 뭔 나무다요?” 맨날 원목으로만 만든통에 나도 서양나무 몇 개정도는 알고 있는데 저 나무는 본 것도 같은데 기억이 안나서 물어봤다. “응, 체리여, 산벚나무.. 세월이 흐르면 구리빛으로 감도는 매력이 있는데 무늬를 잘고르면 때깔이 겁나 좋게 보여. 글고 책장도 만들어 주라는데 인자 나무도 없네?” 내가보니 선반위에랑 바닥이랑 나무 천지구만 뭐 하나 만들어 주라믄 꼭 나무가 없다네. 난 몰라라우...

“우리집에도 하나 만들어 둡시다?” “응, 저렇게 큰 것 말고 작은걸로 탁자위에 올려놓고 잡다한거 넣으면 괜찮을거야” 저렇게 말해놓고 언제 또 만들지 모른다. 아니 만들어도 또 특색있게 만든답시고 꽤나 낑낑댈거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이게 작업장 선반위에 올려져 있었는데 그간 내 눈에 전혀 안띄었다. “왜 저렇게 그냥 놔두요?”“응, 부속품이 바다건너 오고 있다네” 전에도 밀대에 저 켈틱무늬를 넣더니 나무가 값어치 없는 것으로 만들어졌다고 구석에 박혀있드만 이번에는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다 무늬가 조금 비틀어졌다 한다. 그러든지 말든지 내게는 한눈에 보이는 색감만 좋구만...

콘솔만들고 남은 체리로 하나 더 만들었단다. 무늬가 살아있고 빨간 줄무늬로 액센트를 주어선지 이것도 예쁘다. 일단 만들어 주는 것은 모두 디자인도 좋고 이쁘다고 해줘야 하니까네.

“송곳자루 만든다더니 병마개 만들었네?” “집성자투리가 가늘고 짧아서 이걸 만들었제” 얼마전에 두어개 만든 것을 보았는데 어느새 여섯 개를 만들어 놨다. 저것들을 각목에 꽂아 두었길래 이쁘게 좀 놔두게 받침대 좀 만들랬더니 역시 짠돌이 창고를 뒤지더니 저렇게 받침대를 만들었다. 저거이 전에 커피그라인더 만들면서 파내고 남은 바깥쪽 테두리 부분이라는데 잘도 써먹는다. 예전같이 헤프게 쓰지 않고 알뜰해지니 대견하기도 하고 어쩔땐 짠하기도 하고...


저번에 벤딩인가 뭣인가 한다고 한창 수증기 꽤나 뽑아내더니 몇쪼가리 구부려 놓고 그 뒤로 손도 안댄다.
“너무 추워서 증기박스에서 내자마자 식어버려 제대로 작업을 못하겠네.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할꺼시여...” 그러더니 그때 구부린 것으로 이런 커피드로퍼를 만들어 놨다. 위에 나무도 요상한 무늬가 있어 전체적으로 색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보이네. 이 영감이 갈수록 간단한걸 어렵게 만들어 가는데 시간 보낼라고 그러나?
아님 진짜 예술할라고 그러나? 머리도 몇 달씩이나 안자르고 꽁지묶드만 아트하게 보일라고 그랑가?
< 올해는 아내의 사주 덕으로 살아야 한답니다 >
첫댓글 백마님 댁은 예술품공방이네요~
부럽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연이어 색다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꽤 힘드네요.
집안에 진열할 공간도 마땅치 않아요. 오다가다 보면서 흡족함으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간답니다.
봄건강 잘 보살피시고라~^^
오호라, 이제 백마마눌이 글을 쓰시는 화볍으로다가!! 읽기에 더 잼있어요.ㅋㅋ
월권을 좀 했다요. 그나저나 요즘은 봄타나 보우다. 감기기운이 떨어지질 않으니 입맛도 없고 손맛도 없어서 영화와 미드로 휴식중임다. 건강 잘 챙기시구랴^^
@빛가람마 저도 중드삼매죠.요즘은 < 미자무강>.최신작이라 돈도 솔찬히 받음.미래는 문화콘텐츠란말을 실감합니다.
집안전체에 나무향이 그윽할듯. 치톤피드마시러 숲으로 갈 필요도 없고오.
그나저나 어느새 조회수가 150을 넘어부렀을까. 놀라워욤.
재주의 끝은 어딜까요? 손재주, 글재주..ㅎㅎ
그리봐주시니 고맙쥬~^^. 그나저나 요즘 작품구상중 머리가 막혀서 쉬는중입니다.
봄날 잘 즐기시구랴.
아내의 사주덕으로 살아야한다는 사랑스런 앙탈?까지 ㅎ 손끝에서 마술처럼 나오는 작품이 그저 부럽습니다.
아프진마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