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어린 수녀님이 속세의 친구에게 하는 소리가 문득 내 관심을 끌었다. 수녀원에 들어오기 전 얘기였다. 남동생이 어찌나 고약하게 구는지 집안이 편할 날이 없었다고 한다. 왜 하필 내 동생이 저래야 되나? 비관도 되고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세상엔 속썩히는 젊은이가 얼마든지 있다. 내 동생이라고 해서 그래서는 안되라는 법이 있나?' '내가 뭐관대....' 라고 생각을 고쳐먹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동생과의 관계도 호전이 되더라고 했다.
'왜 내 동생이 저래야 되나?' 와 '왜 내 동생이라고 저러면 안되나?'는 간발의 차이 같지만 실은 사고[思考]의 대전환이 아닌가.나는 신선한 놀라움으로 그 예비 수녀님을 다시 바라보았다. 내 막내딸보다도 앳되 보이는 수녀님이었다. 저 나이에 어쩌면 그런 유연한 사고를 할 수가 있을까? 내가 만약 '왜 하필 내 아들을 데려 갔을까? 라는 집요한 질문과 원한을 ' 내 아들이라고 해서 데려가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 로 고쳐먹을 수만 있다면, 아아 그럴 수만 있다면, 구원의 실마리가 바로 거기 있을 것 같았다.
어려서 무서운 꿈을 꾸다가 흐느끼며 깨어난 적이 있었다. 꿈이었다는 걸 알고 안심하고 다시 잠들려면 옆에서 어머니가 부드러운 소리로 말씀하셨다. "얘야 돌아눕거라, 그래야 다시 못된 꿈을 안 꾼단다." 돌아누움, 뒤집어 생각하기, 사고의 전환,바로 그거였다.
그러나 막상 혼자가 되고 나니 그게 아니었다. 바로 거기서 거기 같던 사고의 차이가 나로서는 절벽 끝에서 다른 절벽 끝을 향해 심연을 건너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첫댓글 자식 잃은 참척의 고통과 슬픔 글 감사합니다^^
왜 하필 내가 라는 생각을
고쳐먹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더라는 글이
마음에 와 닿네요
참척의 고통과 슬픔의 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처음에는 저도 그랬지요
왜 하필 내 딸인가
죄 짓고 못된짓 하는 인간들 잡아가지.....
하지만 나보다 더한
사람들이 주위에 많은 걸 보기전까지이지요.
적어도 내 친구 두명이
그렇더라구요.
힘내서 열심히 살아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