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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자 「또 왔어?」
남자 「예.」
여자 「벌써 몇 번이나 말한 것 같은데 말이야…」
남자 「네.」
여자 「이제 더는 쓸 수 없어.」
남자 「선생님 마음은 이해하지만 저도 이게 일이라서요.」
여자 「그런 건 안다고. 하지만 말이야,」
남자 「…」
여자 「나와 주질 않아, 말이. 단 한조각도 말이야.」
남자 「선생님이라면 쓸 수 있어요. 지금은 컨디션이 안 좋은 것뿐입니다.」
여자 「…위로할 생각 하지마.」
남자 「죄송합니다.」
여자 「…미안하지만, 이제 가.」
남자 「실례했습니다.」
5
여자 「또 왔어?」
남자 「일단은 이게 제 일이니까요.」
여자 「…그렇구나.」
남자 「…예.」
여자 「미안한데,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
남자 「감기 걸리셨어요?」
여자 「음, 그런 것 같아.」
남자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여자 「응, 미안해요.」
7
여자 「…몸이 안 좋다고 말했을 텐데?」
남자 「예. 그래서…」
여자 「…?」
남자 「감기약이랑 이온음료를 사왔습니다.」
여자 「당신도 참 사람이 좋네.」
남자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자 「…단 한 줄도 쓸 수 없었어.」
남자 「쓰려고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자 「…그래.」
남자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몸조리 잘하세요.」
8
여자 「또 왔어?」
남자 「예. 왔네요. 비가 많이 와서요.」
여자 「…어쩔 수 없지, 들어와. 잠깐만 기다려봐.」
남자 「네?」
여자 「자, 수건. 물기 좀 닦아. 감기 걸리겠어.」
남자 「죄송합니다, 수건 좀 빌리겠습니다.」탈탈탈…
여자 「…커피랑 홍차, 뭐가 좋아?」
남자 「커피 주세요.」
9
여자 「블랙인데 괜찮아?」
남자 「네.」
여자 「자.」탁
남자 「감사합니다.」꿀꺽
여자 「….」꿀꺽
남자 「따뜻하고 맛있습니다.」
여자 「…그래, 다행이네.」미소
남자 「….」
10
주륵주륵 쏴아…
여자 「비 너무 지독하게 내리네.」
남자 「예.」
여자 「…오늘은 안 물어보네?」
남자 「척 보면 아니까요.」
여자 「…그래.」
남자 「제가 그런 것도 모르고 선생님을 몇 년이나 담당하겠습니까?」
여자 「미안. 회사에서 재촉할 텐데.」
남자 「…별 거 아닙니다.」
여자 「….」
남자 「제가 너무 오래 있었네요.」
여자 「…가려고?」
남자 「예, 실례했습니다. 커피 감사했습니다.」
여자 「아니야, 뭘.」
남자 「그럼 다음에 뵙죠.」
12
여자 「따, 딱 좋은 타이밍에 왔네!」
남자 「무슨 일 있나요? 어째 오늘은 환영 모드네요.」
여자 「됐으니까, 빨리 들어와.」
남자 「네, 실례합니다.」(…?)
여자 「…저기 있어. 부탁이야, 저것 좀 없애줘.」
남자 「아~ 바퀴벌… 앗! 날았다.」
여자 「끼, 끼야아아악-!」
남자 (선생님이 소리 지르는 건 처음 보네.)
13
퍽
남자 「죽였어요.」
여자 「사, 살아날지도 모르니까 나한테 벌레 으깨진 거 보여주지 말고 처리해줘.」
남자 「…끝났습니다.」
여자 「벌써…?」
남자 「예. 비닐 봉투를 두 장 겹쳐서 넣고 단단히 묶어서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여자 「…그래. 살았다.」
14
남자 「그러고 보니 방은 여전히 책으로 꽉 차 있네요.」
여자 「이래봬도 소설가니까.」
남자 「슬럼프로 고민하는 젊은 여성 소설가군요.」
여자 「형용사를 늘린다고 다 좋은 게 아니야.」
남자 「아, 바퀴벌레.」
여자 「꺅!」깜짝
남자 「아하하, 농담이에요.」
여자 「나 지금 좀 화났거든?」
남자 「그럼 저는 이제 회사로 돌아가겠습니다.」
여자 「응, 오늘은 고마웠어.」
남자 「아닙니다, 그럼 실례했습니다.」
15
여자 「또 왔어?」
남자 「오늘도 푹푹 찌네요.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 왔습니다.」
여자 「…들어와. 마실 것 좀 내올게.」
남자 「…실례하겠습니다.」
여자 「블랙인데 괜찮아?」
남자 「네, 감사합니다.」
여자 「자.」탁
남자 「…잘 마시겠습니다.」
여자 「….」
남자 「아, 맛있다.」
여자 「…그래, 다행이네.」미소
남자 「아이스크림 드세요. 어떤 맛으로 드려요?」
여자 「바닐라 맛을 먹을까?」
남자 「여기요. 그럼 저는 녹차 맛을 먹을게요.」
16
여자 「….」덥석
남자 「….」넙죽
여자 「…맛있어.」덥석
남자 「녹차 맛도 괜찮네요.」넙죽
여자 「나 한입만 줄래?」
남자 「예, 여기요.」
여자 「고마워.」
남자 「….」
18
여자 「녹차 맛도 맛있다.」미소
남자 「다행이네요.」
여자 「바닐라 한입 줄까?」
남자 「…아니요.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자 「…그래.」
남자 「커피 잘 마셨습니다.」
여자 「…벌써 가게?」
남자 「예, 일이 많아서요.」
여자 「…그래.」
남자 「그럼 실례했습니다.」
19
이런 식으로 조용하게 흘러갈 거야.
no에로 no모에
미안해요. 으히히.
20
상관없으니까 계속 해.
21
여자 「또 왔어?」
남자 「예, 잠깐 비 좀 피하려고요.」
여자 「당신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남자 「깜빡했네요, 일 때문에 온 겁니다.」
여자 「…어쩔 수 없지, 들어와.」
남자 「실례하겠습니다.」
여자 「뭐 마실래?」
남자 「아니요 전 신경 쓰지 마세요.」
여자 「나 마시는 김에 당신도 마시라고. 오늘은 아이스 레모네이드야.」탁
남자 「저 레모네이드 좋아해요. 잘 마시겠습니다.」꿀꺽
22
아~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23
여자 「……어때?」
남자 「정말 맛있습니다. 선생님이 만드셨어요?」
여자 「그냥 시간 좀 때울 겸.」
남자 「오~ 그럼 선생님도 요리 같은 거 하세요?」
여자 「한계까지는.」
남자 「…한계라니요?」
여자 「일주일동안 먹어도 안 질릴 만큼만 한다고.」
남자 「…역시.」
여자 「레모네이드 더 있는데 마실래?」
남자 「아니요, 이제 슬슬 일어나야죠. 빗줄기도 약해졌고.」
여자 「…그래.」
남자 「레모네이드 잘 마셨습니다.」
여자 「…아니야.」
남자 「그럼 실례했습니다.」
25
여자 「또 왔어?」
남자 「잠깐 화장실 좀 써도 돼요?」
여자 「…다음에는 좀 더 그럴듯한 변명을 생각하고 와.」
남자 「선처 부탁드립니다.」
여자 「들어와. 우리집 문 앞에서 오줌이라도 싸면 곤란하니까.」
남자 「네, 실례하겠습니다.」
27
쏴~아
남자 「화장실 쓰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 「붕어빵 있는데 먹을래?」
남자 「아, 먹겠습니다.」
여자 「다시 데워 줄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남자 「네.」
여자 「….」
28
남자 「선생님은 라벨 곡도 들으시네요.」
여자 「…뭐, 그렇지.」
남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입니까?」
여자 「…의외로 잘 아네. 예전에 악기 다룬 적 있어?」
남자 「학교 다닐 때 조금, 발만 살짝 담갔다 뺐죠.」
여자 「흠~ 어떤 거 연주했는데?」
남자 「……호른입니다.」
여자 「…의외네.」
남자 「아하하,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여자 「자, 붕어빵 다 됐다.」
29
남자 「녹차도 있네요. 맛있을 것 같습니다.」
여자 「당신은 매번 우리집에 차만 마시러 오는 것 같아.」
남자 「죄송합니다.」
여자 「됐으니까 따뜻할 때 먹어.」
남자 「네, 잘 먹겠습니다.」넙죽
여자 「…어때?」
남자 「맛있습니다. 속에 팥이 꽉 찼네요.」
여자 「…그래.」덥석
31
남자 「저, 선생님 그런데 말이죠…」
여자 「뭐가?」
남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니… 평일 낮부터 듣기에는 너무 슬픈 노래 아닐까요?」
여자 「…어쩔 수 없어.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이미지랑 가까우니까.」
남자 「뭐라고요?」
여자 「뭐야, 왜 여우한테 홀린 것 같은 얼굴이야?」
남자 「…아닙니다. 그럼 지금 쓰시는 글을 곧 받을 수 있는 겁니까?」
여자 「…이래봬도 나는 소설가라고.」
남자 「그거 여기서 며칠 동안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쁜 뉴스네요.」
여자 「그래. 잘됐네.」
33
남자 「…그 원고 보여 주시면 안 될까요?」
여자 「 아직 누구한테 보여줄 단계는 아니야. 미안.」
남자 「아니요, 선생님 글을 받을 수 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여자 「게다가….」
남자 「…네?」
여자 「…아니야. 언젠가 완성되면 읽어줘.」
남자 「감사합니다. 한명의 독자로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자 「…그래, 고마워.」
남자 「그럼 이제 실례하겠습니다. 집필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
여자 「지금 이 시간이 내 집필의 원동력이라면?」
남자 「…네?」
여자 「…농담이야. 조심해서 가.」
남자 「아, 네. 그럼 실례했습니다.」
34
담배 연기를 내뱉는 여자 작가라든가 그런 것도 좋은데.
39
여자 「또 왔어?」
남자 「예, 뭐 그렇죠.」
여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니 가여워라.」
남자 「집에 안 계셔서 좀 당황했습니다.」
여자 「그래.」
남자 「쇼핑 다녀오셨어요?」
여자 「…응.」
남자 「들어가도 될까요?」
여자 「그래.」
남자 「감사합니다.」
41
여자 「그건 그렇고 점심은 먹었어?」
남자 「아, 아뇨. 아직.」
여자 「지금 밥 할 건데 …먹고 갈래?」
남자 「당연하죠, 제가 부탁드리고 싶네요.」
여자 「…그래.」
남자 「저번에도 요리 하신다는 말은 들었는데…」
여자 「….」
남자 「뭘 만드시려고요?」
여자 「밥에 물 말아 먹을 건데.」
남자 「네?」
여자 「…싫어?」
남자 「아니요, 좋아하는 거예요.」
여자 「….」
42
여자 「많이 기다렸지?」
――탁
남자 「어…?」
여자 「…밥에 찬물을 말았어.
그리고 밥 위에 참치회랑 마즙이랑 차조기랑, 김가루랑, 고추냉이를 올린 거야.」
남자 「몰랐습니다. 밥에 물을 말아먹는 게 이렇게 뭔가 있어 보이는 요리가 될 줄은…」
여자 「여기 향신료도 있는데 칠래?」
남자 「엇…써도 돼요?」
여자 「응.」
남자 「잘 먹겠습니다.」
47
남자 「잘 먹었습니다.」
여자 「별것도 아니었는데 뭘.」
남자 「어쩐지 행복합니다.」
여자 「…그래. 다행이네.」
남자 「예.」
여자 「….」
남자 「….」
여자 「저기, 있잖아.」
남자 「…네.」
52
여자 「쓰다가 글이 막혔어.」
남자 「…그렇습니까.」
여자 「……미안.」
남자 「선생님이 기분 내키실 때 다시 쓰시면 돼요.」
여자 「…고마워.」
남자 「…뭘요.」
여자 「….」
남자 「그럼 이제 가보겠습니다.」
여자 「…으응.」
남자 「밥에 물 말아 먹은 거, 정말 맛있었습니다.」
여자 「에이 뭘. …다음에 또 봐.」
남자 「네. 실례했습니다.」
54
여자 「또 왔어?」딸꾹
남자 「…선생님, 술 마시고 계셨습니까?」
여자 「응―?」
남자 「옛날부터 선생님은 취하면 위험했잖습니까. 제 경험이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여자 「몰라, 됐어, 들어오기나 해.」딸꾹
남자 「……실례하겠습니다.」
55
여자 「너도 마실래? 좋은 위스키를 받았거든.」
남자 「아니요, 업무중이라서요….」
여자 「아~ 뭐야아~」쳇
남자 「눈이 맛이 갔어요, 선생님.」
여자 「혼자 술 마시는 게 그렇게 외로운 일이야?」
남자 「그럼 집에서 혼자 마시지 말고 밖에 나가서 마시면 되잖아요.」
여자 「차갑구나, 너는.」
남자 「…여기 바닥에 무참하게 흩어진 원고지 더미는 뭐예요?」
여자 「전부 실패작이야.」딸꾹
남자 「…그렇습니까.」
여자 「미안.」
61
남자 「선생님~」
남자 (…부재중인가?)
남자 「선생님?」
남자 (…?)
남자 (어라, 문이…)
철컥
남자 (열려있네….)
――끼익
남자 「선생님? 전데요, 들어갑니다~?」
남자 (…?)
62
남자 「…아.」
여자 「쌕…쌕…」
남자 (소파에서 잠든 건가.)
여자 「…쌕」
남자 (…자는 얼굴… 깨우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여자 「우응…음냐…」
남자 「선생님, 락글래스 좀 빌리겠습니다.」
여자 「쌕…」
땡그랑 꿀렁꿀렁꿀렁…
64
남자 「….」꿀꺽
여자 「…쌕…으응」
땡그랑~
남자 「음, 맛있다~ 로얄샬루트…굉장해, 21년산이네. 이거 좋은 위스키잖아.」
여자 「…쌕」
남자 「…선생님. 이제 당신이 오늘 마신 술은 혼자 마신 술이 아니에요. 알겠어요?」
여자 「쌕…」
65
남자 「….」
여자 「쌕…쌕…」
남자 「…당신 눈 밑 다크써클이 짙어진 것 정도는 저도 이미 눈치챘거든요?」
여자 「……」
남자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이면서까지 집필하지는 마세요.」
여자 「…」
남자 「…나는 글 쓰는 것이 즐거워 어쩔 줄 몰랐던 무렵의 당신에게….」
여자 「…쌕…음냐」
남자 「당신을….」
여자 「…우응…쌕…」
남자 「….」
여자 「…쌕.」
67
남자 「그럼, 실례했습니다.」
여자 「…쌕」
철컥
남자 「…안녕히 주무세요.」미소
――탁
70
여자 「또 왔어?」
남자 「예, 어쩐지 회사는 지내기가 불편해서요.」
여자 「…알 것 같아.」
남자 「오오, 이해해 주시는 겁니까?」
여자 「당신이 회사에서 동료한테 인사도 못 받는 정도라는 걸 충분히 상상할 수 있거든.」
남자 「…그렇습니까.」
여자 「…일단 들어와.」
남자 「실례하겠습니다.」
71
여자 「핫 와인 마실래? 따뜻해, 벌꿀이랑 정향도 들어있고.」
남자 「…또 술입니까? 저는 아직 일이 남았습니다.」
여자 「오늘은 조금 밖에 안 마셨어. 말 나온 김에, 저기 할 말이 있는데…」
남자 「네?」
여자 「저번에 말이야.」
남자 「아, 예.」
여자 「미안, 나 잠들었나봐.」
남자 「아니요, 귀한 구경을 해서 좋았습니다.」
여자 「…귀한 구경이라니?」
남자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여자 「…?」
76
남자 「아무튼 하실 말씀이란 건?」
여자 「…응, 나 있잖아,」
남자 「….」
여자 「…지금 쓰고 있는 글의 배경말이야, 가 본 적이 없거든.」
남자 「…흐음.」
여자 「그래서 한 번 현지에 가 보고 싶은데….」
남자 「괜찮은 것 같아요, 아직 시간도 있고.」
여자 「…응, 고마워.」
남자 「그래서 어디로 가시는데요? 홋카이도? 오키나와?」
여자 「……오스트리아.」
남자 「……헉!?」
여자 「……안되겠지. 미안, 잊어.」
77
남자 「….」
여자 「…왜?」
남자 「…아, 아니.」
여자 「…?」
남자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시간은 있습니다. 문제는 선생님의 어학 능력뿐 이겠죠.」
여자 「그런 거라면 괜찮아.」
남자 「…?」
79
여자 「당신 영어 할 줄 알잖아?」
남자 「네?」
여자 「잘 부탁드립니다.」
남자 「….」
여자 「……안돼?」
남자 「일단 회사에 건의해 보겠습니다.」
여자 「…그래.」
남자 「그럼, 회사에 좀 가보겠습니다.」
여자 「…응.」
80
남자 「그럼.」
여자 「…있잖아,」
남자 「네?」
여자 「…억지만 써서 미안해.」
남자 「웬만하면 「미안해」보다 「고마워」가 좋습니다.」미소
여자 「……고마워.」미소
남자 「맡겨 주세요. 어떻게든 편집장을 설득하고 올 테니까.」
여자 「…응.」
남자 「그럼 실례했습니다.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철컥 ――탁
남자 (……오스트리아 말이죠?)
81
――며칠 후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여자 「…여보세요.」
여자 「아, 수고했어.」
여자 「――응,――으응, 으응.」
여자 「――어, 진짜?」
여자 「응, ――응.」
여자 「――알겠어, 응.」
여자 「……고마워.」
여자 「――응, 알았어.」
여자 「응. 그럼, 나중에.」
달칵
83
여자 (…돼, 됐다!) 헤죽
여자 (~라니, 안돼, 일 때문에 가는 거니까…)
여자 (……그러니까 일, 일이라고.)
여자 (….)
여자 (…….) 헤죽
여자 (나는 바보얏…!)
84
――같은 시각, 출판사
남자 (…그럼, 자.)
남자 (일주일 분의 일, 처리해둬야겠지.)
남자 (――출발날짜까지 끝날까?)
남자 (….)
(여자 「……고마워.」)
남자 (읏샤, 해 보실까~)
남자 (…62초 안에 끝장내주겠어.) 간다아아아아앗!
* 62초 안에 끝장내주겠어
62秒でケリを付ける : 에반게리온 신지 명대사
92
여자 「또 왔어?」
남자 「예, 잠깐 땡땡이치러 왔습니다.」
여자 「….」
남자 「…일 때문에 왔습니다.」
여자 「…오랜만이네.」
남자 「네에, 그렇죠.」
여자 「……바빠?」
남자 「아니요, 회사에서 존재감도 없는 제가 바쁠 리가 있나요.」
여자 「…그래.」
남자 「예.」
여자 「…들어와.」
남자 「실례하겠습니다.」
94
여자 「…마셔.」탁
남자 「쟈스민차네요, 향기가 좋아요.」
여자 「미안. 하필이면 커피가 다 떨어졌지 뭐야.」
남자 「아니, 타이밍이 좋네요. 커피는 회사에서 너무 마셔서 질렸거든요.」미소
여자 「…그래.」
남자 「…예.」
여자 「……당신이 오는 날은 언제나 비가 내려.」
남자 「어쩔 수 없어요, 어릴 적부터 우남(*비를 몰고 다니는 남자)이었으니까.」
여자 「…그런 답답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남자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여자 「―딱 좋아, 비도 싫지 않고.」
남자 「…그거 영광입니다.」
여자 「….」
95
남자 「그리고 오스트리아 말이죠.」
여자 「응.」
남자 「제 일정을 조정했더니 예정대로 출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자 「…그래, 잘됐다.」미소
남자 「티켓이랑 호텔 예약은 제가 하겠습니다.」
여자 「휴, 살았다.」
남자 「숙박은 빈에 있는 호텔이면 됩니까?」
여자 「응.」
남자 「알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여자 「알겠어. 고마워.」
남자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여자 「…으응.」
남자 「쟈스민차 잘 마셨습니다. 실례했습니다.」
98
――신주쿠 모 백화점
판매원 「어서 오십시오.」
여자 「….」두리번 두리번
판매원 「…?」
여자 「….」두리번 두리번
판매원 「손님. 찾으시는 상품 있으세요?」
여자 「아, 아니요. 괜찮아요.」깜짝
판매원 「실례했습니다. 천천히 봐 주세요.」
여자 「…네.」
판매원 「…?」
여자 「…아, 저기요.」
판매원 「네.」
―.
――.
99
――같은 시각, 출판사
편집장 「그럼 나 먼저 들어가겠네.」
남자 「예, 수고하셨습니다.」
편집장 「요즘 야근이 잦군.」
남자 「손이 느려서 그렇죠, 뭐.」
편집장 「아~ 그건 그렇고 다음 주 회의 말이야.」
남자 「다음 주?……저는 다음 주부터 유급 휴가를 받았습니다.」
편집장 「휴가? 나는 못 들었는데?」
남자 「…네?」
100
편집장 「뭐, 됐어. 내일 다시 확인해 보자고.」
남자 「…부탁드리겠습니다.」
편집장 「난 먼저 퇴근하네. 문단속 잘 하고 가게.」
남자 「네. 들어가세요.」
철컥
――탁
102
남자 (….)
남자 (…분명 착오가 생긴 거겠지.)
남자 (괜찮, 겠지?)
남자 (일단은 일부터 처리해야…) 탁탁
남자 (….) 탁탁
남자 (…….) 탁탁
남자 「이런ㅅㅂ!」탁!
남자 「…후우」
남자 (….) 탁탁탁
103
여자 「또 왔어?」
남자 「예. 잠깐 저 좀 숨겨주세요.」
여자 「…?」
남자 「비밀 조직한테 쫓기고 있습니다, 출판사의 가면을 쓴 듣도 보도 못한 나쁜 놈들이….」
여자 「…호오.」
남자 「…네.」
여자 「….」
남자 「실례, 했습니다.」
104
여자 「뭐, 됐어. 들어와.」
남자 「네, 실례하겠습니다.」
여자 「적당히 앉아서 기다려.」
남자 「네. ―그런데 말입니다….」
여자 「…왜?」
남자 「방이 지저분해 졌네요.」
여자 「…시끄럽게 굴지마. 오스트리아 갈 준비 좀 하고 있었으니까.」
남자 「그렇다 쳐도…. 브래지어는 왜 저렇게 널브러져 있을까요?」
여자 「…윽! 보, 보지마! 눈감아!」
남자 「네, 네.」
여자 「……변태.」째릿
남자 「슬프지만 남자는 그런 생물이랍니다.」
여자 「….」
105
남자 「―이제 눈 떠도 됩니까?」
여자 「……아직 안돼.」두근
남자 「…흐음.」
여자 (…….) 두근두근
남자 「….」
여자 (―앞으로 10센치….) 두근두근두근
남자 「…?」
여자 (―5, 센치….) 두근두근 두근두근
남자 「선생님, 아직도요―?」
여자 「…읏!」깜짝
남자 「…선생님?」
여자 「―이제 눈 떠도 돼.」
남자 「…네.」
여자 「….」
남자 「…?」
106
여자 「…바보.」
남자 「…네?」
여자 「아무것도 아니야.」
남자 「…? 아~ 여기 오스트리아행 티켓입니다.」
여자 「…응, 고마워.」
남자 「가는 날은 제가 여기로 모시러 오겠습니다.」
여자 「…알겠어.」
남자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여자 「…응.」
남자 「그럼 내일 모레 봬요.」
133
여자 「어머, 빨리 왔네?」
남자 「남자는 여자를 기다리게 하면 안 되니까요.」
여자 「…그래그래.」
남자 「제 목표는 영국신사입니다.」
여자 「….」
남자 「그럼, 갈까요?」
여자 「…응.」
134
운전기사 「―손님, 짐은 이게 전부요?」
남자 「네.」
운전기사 「그럼 출발합니다~」
남자 「네.」
―부릉
136
남자 「나리타 공항으로 가 주세요.」
운전기사 「그러죠~ ―여자친구랑 여행 가시는 거요?」
여자 「…읏.」
남자 「아닙니다, 일입니다.」
운전기사 「아~ 재미없구만~」
남자 「뭐, 그렇죠.」
여자 「….」
운전기사 「좋잖아, 잘 어울리는데 이참에 결혼해버리라고~ 으허허허」
남자 「아하핫」
여자 「….」
남자 「…하…하.」
―부~웅…
137
안내방송
「―공항에 계신 손님께 안내방송 드립니다. 오스트리아 항공 14시 28분, 빈 국제공항 행 비행기에 탑승하시는 손님께서는 탑승구 앞에서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남자 「―그럼 갈까요?」
여자 「…응.」
따르르르 따르르르르…
남자 「제 전화네요, 죄송합니다.」
여자 「…그래.」
부시럭
남자 「….」
삑 ―탁 부시럭
여자 「…안 받아도 돼?」
남자 「네, 잘못 걸린 전화였습니다.」 미소
여자 「…그래.」
139
남자 「저 때문에 기다리게 했네요, 이제 가요.」
여자 「…응.」
뚜벅뚜벅뚜벅…
남자 (…여기가 마지막 장소였구나.)
남자 (―결국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지.)
남자 (…미안.)
여자 「…왜 그래? 괜찮아?」
남자 「네, 네에, 괜찮습니다.」 미소
여자 「…흐음.」
남자 「….」
뚜벅뚜벅뚜벅…
143
여자 「저기, ―자?」
남자 「…지금 딱 기분 좋게 잠들었습니다.」
여자 「……그래. 그럼 방해 하면 안 되겠네. 미안.」
남자 「…신경 쓰여서 못 잘 테니까 말씀하세요.」
여자 「…처음에는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어.」
남자 「…뭐가 말입니까?」
여자 「……그 날 부탁했잖아? 당신이랑 함께 가고 싶다고.」
남자 「저는 선생님 담당이니까요.」
여자 「…그렇, 겠지.」
남자 「…네.」
147
여자 「…그러고 보니 말이야.」
남자 「…네.」
여자 「우리 하늘 위에 있어.」
남자 「…예에.」
여자 「달은 저렇게 크구나.」
남자 「…네.」
여자 「구름이 꼭 양탄자 같아.」
남자 「…그러네요.」
여자 「…아, 미안. 졸려?」
남자 「…아니요,」
148
남자 「아닙니다. 자는 것보다 밤하늘 위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좋습니다.」
여자 「…건설적인 발상은 아니네.」
남자 「세상에서 가장 비건설적인 직업을 선택한 당신에게, 그런 말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자 「…그것도 그러네.」
남자 「…예.」
―.
156
시끌시끌…
여자 「겨우 도착했네.」
남자 「예에, 허리가 아픕니다.」
여자 「나도 그래. 우리도 이제 늙었구나.」
남자 「그 나이에 벌써 늙은 척 하지 마세요.」
여자 「어, 어떻게 알았어?」
157
남자 「여기는 Vienna International Airport, 빈에서 남동 20km정도 떨어진 공항이니까 일단 빈에 가서 호텔 체크인부터 합시다.」
여자 「역시 믿음직스럽네.」미소
남자 「빈에서 영어가 어느 정도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여자 「독일어는 못 해?」
남자 「거기까지는….」
여자 「…농담이야, 가자.」
남자 「…예.」
163
여자 「와아….」
남자 「아름다운 나라군요.」
여자 「응, 녹색이 가득해.」
남자 「아, 택시 승강장이 저기 있네요.」
여자 「와아아…」
남자 (…이런이런.)
여자 「아름다운 나라군요….」
남자 「선생님, 그거 제가 방금 전에 말한 건데요.」
168
남자 「Please go to Vienna city.」
운전기사 「Okay!」
여자 「정말로 영어로 말하네….」휘청
남자 「…요즘 이 정도는 중학생도 할 수 있어요.」
여자 「…무례하네.」
남자 「bekummert.」
여자 「…뭐?」
남자 「독일어로 「미안해요」입니다.」미소
여자 「…흐~응.」
―부~웅…
171
여자 「와아…」
남자 「거리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 같네요.」
여자 「…시내에 노면전차(路面電車)가 달려.」
남자 「마을 벽돌 색이랑 맞춰서 빨간 페인트도 칠했네요?」
여자 「…저기, 있잖아.」
남자 「네?」
여자 「마차가….」
남자 「네?…」
더그덕 더그덕 더그덕…
남자 「…아.」
여자 「…타고 싶지 않아?」
172
여자 「저기, 실례합니다.」
더그덕 더그덕…
남자 「아, 선생님. 호텔은 바로 요 앞….」
여자 「말이 참 귀엽네요.」미소
남자 「…뭐, 괜찮겠지.」
174
더그덕 더그덕…
여자 「…말은 있잖아,」
남자 「…네?」
여자 「눈이 참 착해 보여.」
남자 「아, 그렇죠.」
여자 「일본에서는 시내에서 말을 못 보잖아.」
남자 「제가 듣기로는 이건 그냥 관광객용인가 봐요.」
여자 「…내참, 왜 사람의 꿈을 그렇게 짓밟아?」
남자 「…미안합니다.」
여자 「…모처럼 빈에 왔으니까 불필요한 일은 전부 잊어버리고 싶어.」
남자 「그래서 지금 거리를 한 바퀴 돌고 있지 않습니까. 호텔에 짐을 두면 맛있는 맥주를 마시러 갑시다.」
여자 「…응.」미소
더그덕 더그덕…
177
남자 「…왜 우리가 카페에 들어온 것입니까?」
여자 「오스트리아 하면 토르테(독일 스폰지 케이크의 일종)잖아?」
남자 「뭐, 과자 문화는 함부르크가의 전통일 테니까요.」
여자 「게다가 이런 대낮부터 술 마시면 위험해.」
남자 「…선생님의 술버릇이 위험한 거겠죠.」
여자 「…일단 먹자.」
남자 「…네.」
여자 「…잘 먹겠습니다.」
남자 「…잘 먹겠습니다.」
179
남자 「…아, 맛있다.」
여자 「이거 우리나라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맛이네.」
남자 「식생활 문화의 차이죠. 나는 우리나라 음식도 정말 좋아합니다, 밥에 물 말아 먹는 것도요.」
여자 「…왜 오스트리아까지 와서 밥에 물 말아 먹는 얘기를 하는 건데?」
남자 「…돌아가면 또 만들어 주세요.」
여자 「……응.」
남자 「호텔에서 좀 쉬고 나서 밤에 마실 술이 기다려집니다.」
여자 「…그렇게 술을 좋아했어?」
남자 「그야 뭐.」미소
여자 「…흐~응.」
181
―호텔 복도
남자 「비행기에서 못 자서 그런지 눈꺼풀이 무겁습니다.」
여자 「…나도.」하아~암
남자 「조금 쉬죠.」
여자 「…응.」
남자 「그래도 너무 많이 자면 시차 때문에 고생하니까 조금 이따 깨우러 오겠습니다.」
여자 「…알았어. 잘 자.」
남자 「네.」
끼익 ―탁
185
여자 (빈은 거리도 멋지네.)
여자 (내일은 오스트리아 미술관도 가고 슈테판 대성당도 가고…)
여자 (보티프 교회도 가고 싶고, 빈 필도 들으러 가고 싶은데….)
여자 (함께인가.)
여자 (―쭉 함께인가.)
여자 (분명 즐겁겠지.)
여자 (이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여자 (조금 자자. …밤에는 둘이서 식사하는 거야.)
여자(……잘 자.)
―.
224
남자 (…졸리긴 한데.)
남자 (오스트리아에 오면 먼저 가보려고 했던 데니까.)
남자 (두 세 시간 만에 갔다 올 수 있으려나.)
남자 (돌아오면 선생님을 깨워서 맛있는 걸 먹으러 가야지.)
남자 (…설마 빈에 이런 식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남자 (…이것도 무슨 인연 같은 건가?)
남자 (…그럴 리가 없나.)
남자 (―좋아, 일단은 꽃집부터 찾고.)
225
남자 (여기인가….)
남자 (아름다운 곳이네…. 거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여.)
남자 (…역시. 너한테는 오스트리아가 더 어울려.)
남자 「…미안. 너무 늦게 왔지?」
남자 「…읏.」
남자 「…미안…읏.」
남자 「…….」
남자 「…여기는 바람이 참 기분 좋게 부네. ―그치?」
―.
226
여자 「그러니까 넌 왜 그렇게 앞뒤가 꽉 막혀있냐고?」딸꾹
남자 「…선생님, 과음하셨습니다. 이제 방에 들어가시죠.」
여자 「봐봐, 그렇게 다른 사람 눈치만 보고 말이야….」딸꾹
남자 「…뭐,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그래도.」
여자 「그렇지?」
남자 (……정말 선생님은 술만 취하면 이러신단 말이야.)
여자 「….」
230
여자 「그건 그렇고,」
남자 「…네?」
여자 「너 여자친구는 있어?」딸꾹
남자 「…없습니다.」
여자 「그래, 없구나.」
남자 「예에, 뭐.」
여자 「……흐~응.」
남자 「…선생님이야말로 남자친구 있으십니까?」
여자 「……내 남자친구는 만년필이야.」
남자 「역시.」
여자 「…아, 지금 「건어물녀」같은 거 떠올렸지?」
남자 「아니, 오해입니다. 선생님 눈이 또 풀렸잖아요.」
여자 「…에에이.」
232
남자 「 이제 들어가시죠.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여자 「…조금만 더,」
남자 「…아직 술이 부족합니까?」
여자 「그게 아니고.」
남자 「…?」
여자 「….」
남자 「그럼 조금만 더 어울려드리죠.」
여자 「…응, 고마워.」
남자 「…뭘요.」
233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여자 「응…으음.」
여자 (…전화?)
여자 (어? 여기… 어디지?)
여자 (…….)
여자 (…아~ 나 빈에 왔지.)
철컥
여자 「여보세요.」
234
여자 「―응, 좋은 아침.」
여자 「―응, 알았어. ―으응,」
여자 「응. ―30분 안에 준비할게.」
여자 「―응, 고마워.」
여자 「그럼 이따 봐.」
뚝
여자 (그랬지, 같이 왔지….)
여자 (모닝콜인가.)
여자 「…괜찮네.」
여자 (그런데……)
여자 (……머리가 깨질 것 같아.)
236
남자 「…아, 좋은 아침입니다.」
여자 「…좋은 아침.」
남자 「안색이 나쁜데 괜찮으세요?」
여자 「…으응.」
남자 「혹시 …숙취입니까?」
여자 「…괜찮다니까.」
남자 「잠깐만 기다리세요.」
여자 「…?」
237
남자 「―이거 약인데 드세요, 물도 마시고요. 혹시나 하고 가져왔는데 다행입니다.」
여자 「…고마워.」
남자 「뭘요.」
여자 「……있잖아.」
남자 「네?」
여자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
남자 「전에 도요?」
여자 「…내가 감기 걸렸다고 거짓말해서 당신을 되돌려 보냈을 때.」
239
남자 「…아~ 역시 꾀병이었습니까?」
여자 「어머, 역시 눈치 챘어?」
남자 「…예에, 뭐.」
여자 「그럼 그때 그 약은 뭔데?」
남자 「그건 급하게 약국에서 사온 감기약이었죠.」
여자 「…꾀병이라는 거 알았다며?」
240
남자 「그래도 혹시나 진짜 감기면 위험하니까요.」
여자 「…역시 사람이 좋네, 너.」
남자 「별말씀을.」미소
여자 「….」
남자 「어떻게 할까요? 조금 쉴까요?」
여자 「…괜찮아, 가자.」
남자 「네. 오늘은 지하철을 탈 겁니다.」
―.
244
여자 「우와아….」
남자 「…쉔브룬 궁전. ―굉장하네요.」
여자 「크네…. 금빛으로 빛나…….」
남자 「테레지아 옐로우라고 불리는 것 같습니다.」
여자 「…마리아 테레지아의 금빛?」
남자 「예. 원래는 진짜 황금으로 하려고 했는데, 마리아 테레지아가 재정 악화를 걱정해 황금과 비슷한 색을 선택했다고 전해진다는군요.」
여자 「…절약정신이네.」
남자 「…선생님이 말씀하시니 생활에 찌들어서 어쩔 수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느낌입니다.」
245
여자 「아무튼 크긴 크다….」
남자 「양옆으로 180m는 된답니다. 세계 유산으로도 정해졌고요.」
여자 「……저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남자 「어제 취해서 쓰러진 선생님을 방에 옮긴 다음에 시간이 좀 남길래 관광안내 책자를 읽었으니까요.」
여자 「…너 의외로 기대하고 있었구나?」
남자 「그거야 뭐.」미소
여자 「….」
247
남자 「―다음은 미술관에 갈 건데 ……안 힘드십니까?」
여자 「…괜찮아, 이래봬도 고등학교 때 육상부였거든.」
남자 「또, 또, 농담을 하시네요.」
여자 「응? 진짠데?」
남자 「…종목은 뭐였습니까?」
여자 「…창던지기.」
남자 「…뭐라고요?」
248
여자 「…농담이야. 장거리 달리기였어.」
남자 「아, 육상부였던 것은 맞군요.」
여자 「뭐, 유령 부원이었지만.」
남자 「…그럴 것 같았습니다.」
여자 「미술관 가자.」
남자 「…어, 아, 네.」
여자 「….」
남자 「아파요…, 선생님, 그렇게 세게 당기지 마세요.」
여자 「….」
267
―밤 호텔 라운지
남자 「오늘은 너무 많이 돌아다녔네요.」
여자 「으응, 역시 지쳤어.」
남자 「아~ 그러고 보니 숙취는 괜찮으십니까?」
여자 「…응, 나도 모르는 새에 나았네.」
남자 「다행입니다.」
여자 「…네 덕분이야. 고마워.」
남자 「…뭘요.」
여자 「슬슬 방에 돌아가야지?」
남자 「네. 오늘은 술은 자중하시죠.」
여자 「…뭐어, 그래.」
남자 「…네.」
268
여자 「…내일부터 글을 쓸 거야.」
남자 「…그래요? 오늘 간 곳 말고 달리 또 가고 싶은 곳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여자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관광 목적으로 온 게 아니니까.」
남자 「…그렇군요.」
여자 「…응.」
270
남자 「그럼 저는 이제 슬슬.」
여자 「…응.」
남자 「선생님은 좀 더 여기 계시려고요?」
여자 「조금만 더 있다가 자려고.」
남자 「…알겠습니다.」
여자 「…저기」
남자 「…네?」
여자 「내일은…8시에 깨워 줄래?」
남자 「…네.」
여자 「…응.」
남자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여자 「응, 잘 자.」
271
남자 (―그럼 목욕 좀 하고 잘까.)
끼릭
남자 「….」
쉬익 쏴아아…
남자 (…빈.)
남자 (역시 좋은 나라야.)
남자 (네가 말하던 대로야.)
남자 (…넓고, 하늘은 높고, 아름답고.)
남자 (….)
272
남자 (선생님은 내일 집필을 하실 테고, 나는 뭐 하지?)
남자 (….)
남자 (…여기 온 이후로는 비가 안 내리네.)
남자 (…이제 눈물을 거둬준 거야?)
남자 (…너무 깊이 갔나.)
남자 (….)
쏴아…
273
―다음날 아침
따르르릉 따르르릉…
여자 「…흐음…우응」
따르르릉 따르르릉…
여자 「으……으응?」
여자 (…전화?)
여자 (…아, 너냐.)
여자 (….) 스읍, 하~
여자 「…좋아.」
철컥
여자 「…여보세요.」
276
여자 「―아니, 일어나 있었어.」
여자 「―으응,」
여자 「그래, 아침 먹으러 가자.」
여자 「―응, 그럼 이따 봐.」
철컥
여자 「어떡해, 내가 왜 일어나 있었다고 말했을까…」
여자 「얼른 준비해야 겠다…」
―.
325
남자 「아침부터 테라스에서 커피라니, 역시 유럽이네요.」
여자 「…응.」
남자 「하지만,」
여자 「…응?」
남자 「너무 달아서 마음에 안 듭니다.」
여자 「아~ 이 커피 말이지?」
남자 「휘핑크림이 거슬립니다.」
여자 「그래? 난 좋은데.」
남자 「저는 레모네이드가 더 좋습니다.」
여자 「…그래.」
328
남자 「…선생님 오늘은 뭐하시게요?」
여자 「이제 방에 가서 글 쓰려고.」
남자 「그렇습니까.」
여자 「…너는 뭐하게?」
남자 「데이트요.」
여자 「…데, 데이트?」
남자 「예에.」
여자 「…흐~응.」
남자 「….」
여자 「그럼 난 이제 슬슬 돌아갈게.」
남자 「네. 이따가 뭐 사갖고 올 거 있습니까?」
여자 「…괜찮아, 나도 좀 혼자 밖에 나가보고 그래야지.」
남자 「그렇군요.」
여자 「그럼 이따 보자고.」
남자 「네.」
332
여자 (데이트라.)
여자 (….)
여자 (그냥 농담이었겠지만.)
여자 (….)
여자 (좋아, 그럼 시작해보실까.)
여자 (….)
여자 (아…) 쓱쓱
여자 (술술 풀리네…) 쓱쓱 쓱쓱
여자 (…즐거워.)
336
남자 「Pleare give me a bouquet.」
점원 「Okay!Is it present for your girlfriend?」
남자 「…sure.」 미소
점원 「Wao! I'll make beauteful one for your precious!」
남자 「…thanks.」
점원 「h~n~」
남자 (precious…겠지?)
점원 「n~」
남자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 꾸욱
점원 「…?」
남자 「…its beautiful.」
점원 「danke.」 미소
―.
337 ID:G66t9DnW0
번역을…
338 ID:n0YUWa7A0
번역하라고
339 ID:Y+uCHujs0
독일어랑 영어가 섞여 있어···
342 ID:vWkdVyCwO
어라? 독일어는 danke뿐?
343
아아, 뭐.
번역 필요하세요?
영어는 가끔 번역하면 촌스럽던데.
그리고 영어로 잘못 쓴 게 있다면 죄송해요.
>>342 맞아요.
344 ID:n0YUWa7A0
아니, 이대로도 좋아.
345 ID:vWkdVyCwO
번역하려고 해봤는데
>>1이 번역해 주는 게 낫잖아.
번역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니까.
349 ID:UWob0eel0
스스로 번역해서 읽는 사람 나름대로 받아들이는 게 제일 좋은 거 아니야?
347
여자 (―후우, 읏.)
여자 (…일단 여기까지 할까.)
여자 (꽤 썼네…)
여자 (이렇게 글이 잘 풀리는 건 참 오랜만이네.)
여자 (….)
여자 (걔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여자 (…앗,)
여자 (…비.)
투둑 투둑 투둑
350
남자 (―으아, 비 오네.)
남자 (어쩔 수 없지, 방에 돌아가서 옷 갈아입고 나올까.)
남자 (….)
남자 (……왜 우는 거야.)
남자 (….)
남자 (―내가 너무 늦어서 화 난 걸까.)
남자 (….)
뚜벅뚜벅뚜벅…
351
여자 「어라, 빨리 왔네?」
남자 「예에, 비를 맞아서요.」
여자 「아침에는 맑았는데.」
남자 「…네.」
여자 「…물기는 잘 닦았어?」
남자 「예에, 샤워 했습니다.」
여자 「…그래.」
남자 「네.」
352
여자 「…냉장고에,」
남자 「…네?」
여자 「…레모네이드 만들어 놨으니까 마시고 싶으면 마셔.」
남자 「…잘 마시겠습니다.」
여자 「…응.」
땡그랑 꿀꺽꿀꺽꿀꺽…
남자 「…역시 이거죠. 맛있습니다.」
여자 「…그래.」
남자 「예에.」
여자 「…있잖아」
남자 「네?」
353
여자 「내일 밤에 빈 필 연주회가 있는데 말이야.」
남자 「가시게요?」
여자 「…내일은 연주회 전까지 열심히 쓸 테니까.」
남자 「티켓이 다 안 팔렸으면 좋겠는데….」
여자 「…지금 우리 둘이서 사러 갈까?」
남자 「엇, 빈 악우협회 말입니까?」
여자 「빗발도 좀 약해진 것 같고, 응?」
남자 「…알겠습니다. 가죠.」
여자 「…응.」
남자 「….」
여자 「…고마워.」
남자 「…뭘요.」
357
남자 「―그런데 제일 가격이 비싼 자리만 남았을 줄은….」
여자 「좋잖아, 가끔씩은 비싸게 놀자고.」
남자 「…뭐, 전세계 순회 공연은 훨씬 더 비싸니까 그것 보다는 낫겠죠.」
여자 「…아는 곡이라서 다행이야.」
남자 「…그러네요. 다 유명한 곡이고.」
여자 「이번에는 두 곡 모두 러시아 작곡가가 만든 거래.」
남자 「…이번 정기 연주회는 그런 취지일지도 모르겠네요.」
여자 「기대돼.」
남자 「…예에.」
359
여자 「나는 글 좀 더 쓰다가 잘래.」
남자 「그렇습니까.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여자 「…응, 고마워.」
남자 「…뭘요.」
여자 「―그런데 말이야,」
남자 「…네?」
여자 「여기 오고 나서 왠지 글이 잘 풀려.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남자 「잘 됐네요.」
363
여자 「네 덕분이야.」
남자 「…저는 그냥 통역만 했을 뿐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선생님의 힘입니다.」
여자 「…그런 거 아니야.」
남자 「….」
여자 「…나 먼저 들어갈게.」
남자 「…네. 안녕히 주무세요.」
여자 「…응, 잘 자.」
369
똑똑
남자 (선생님인가…?)
여자 「잠깐 시간 있어?」
남자 「네. 들어오세요.」
―― 탁
남자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 있으십니까?」
여자 「…응.」
남자 「…?」
370
여자 「―이거 줄게.」
남자 「…열어봐도 됩니까?」
여자 「…응.」
부스럭부스럭…
여자 「….」
남자 「―넥타이 입니까?」
여자 「……내일 그거 매고 가자고.」
남자 「…네.」
여자 「미안. 나 어떤 게 좋은 것인지 잘 몰라서.」
남자 「아니요, 멋집니다. 감사합니다.」
여자 「…응.」
371
남자 「내일 들을 곡은 개인적으로도 추억이 있는 곡이라 기대됩니다.」
여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남자 「…아니, 차이코프스키 곡이요.」
여자 「…아, 유명한 곡이잖아.」
남자 「예에. 제일 좋아하는 곡입니다.」
여자 「나도 뭔가 악기를 다룰 줄 알았으면 좋겠어.」
남자 「좋아요, 악기는. ……벌써 몇 년이나 손대지 않았지만요.」
여자 「그만둔 거야?」
남자 「…예에.」
여자 「…그래.」
남자 「….」
373
여자 「―이제 가볼게.」
남자 「네. 넥타이 감사합니다.」
여자 「―사실은,」
남자 「…네?」
여자 「…빈 필은 꼭 가려고 했었어, 떠나기 전부터. 그래서 샀어.」
남자 「…그랬군요.」
여자 「그렇게 비웃지 마.」
남자 「아니, 너무 기뻐서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여자 「……네 앞에서는 방심을 못 하겠어.」
남자 「저 이래봬도 솔직한 사람입니다.」
여자 「…그래?」
남자 「예에.」
375
여자 「….」
남자 「―왜 그러세요?」
여자 「…저기. ―지금부터 딱 1분만,」
남자 「…어?」
여자 「……앞으로 딱 1분간만…, 잊어줄래?」
남자 「…?」
―와락
남자 「…!」
꼬옥
여자 「…안아줘.」
남자 「―읏.」
여자 「…….」
377
남자 「―죄, 죄송합니다.」
여자 「……그래.」
스윽
남자 「그건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여자 「……나야말로 미안해.」
남자 「…아닙니다.」
여자 「….」
남자 「….」
여자 「갈게.」
남자 「…예에, 안녕히 주무세요.」
여자 「…응, 잘 자.」
―탁
382
여자 (….)
여자 (―어쩔 수 없는 건가.)
여자 (그래, 그렇지, 나랑 걔랑은…읏.)
여자 (…작가랑 담당일 뿐인걸.)
여자 (일이니까 오스트리아도 데려와줬고.)
여자 (―나는 뭘 혼자 착각하고 있었던 걸까….)
여자 (이렇게 혼자 들떠서… 바보 같아.)
여자 (…바보 같아.)
여자 「…우웃……흐윽….」
384
남자 (―위험했다….)
남자 (안 되겠지, 껴안는 건.)
남자 (바로 근처에 그 녀석이…… 잠들어 있으니.)
남자 (―안 되는 거겠지.)
남자 (…선생님, 그건 반칙입니다….)
남자 (내일 선생님 얼굴을 어떻게 봐야하나….)
남자 (….)
남자 (―내일도 비가 올까.)
―.
392
―다음날 아침
여자 「…웅…흐응….」
따르르르릉 따르르릉…
여자 「…흐음…응…?」
따르르릉 따르르르릉…
여자 「으응…. ―전화.」
여자 (―네 전화겠지.)
여자 (어제는 나도 모르게 잠들었나 봐.)
여자 (어떻게 하지….)
394
따르르르릉 따르릇
여자 (―아, 끊어졌다.)
여자(……뭐, 됐어. 얼굴 보기도 껄끄럽고.)
여자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여자 「…나는 바보야.」
396
남자 (…안 나오시네.)
남자 (―어쩔 수 없지, 아침은 혼자 먹어야겠네.)
남자 (…잊으라고 한 건 선생님인데.)
남자 (―점심 먹으러 갈 때 한 번 더 전화해 볼까.)
남자 (….)
남자 (…나는 이제 앞으로 며칠 밖에 못 머무는데.)
398
남자 「이제 여기 오는 것도 일과가 되어 버렸구나.」
남자 「…저기. 매일 아침 내가 깨워 대서 기분이 안 좋다고 빈에까지 비를 퍼붓지는 마.」
남자 「아, 나 오늘하는 빈 필 연주회 들으러 가거든. 좋겠지?」
남자 「…뭐, 너 때문에 듣는 건지도 몰라.」
남자 「아, 나 말이야. 모레는 빈을 떠나야 돼.」
남자 「…한동안은 못 올 거야.」
남자 「―그럼 내일 또 올게.」
남자 「…잘 자.」
402
여자 「어, 왔어?」
남자 「어라, 선생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여자 「있잖아,」
남자 「…네?」
여자 「어떻게든 완성된 것 같아.」
남자 「…정말입니까?」
여자 「…으응.」
남자 「잘 됐네요.」
403
여자 「그러니까…,」
남자 「…?」
여자 「오늘 음악회 꼭 가는 거다? 나 열심히 했잖아.」
남자 「…물론입니다.」
여자 「…다행이다.」미소
남자 「…네.」
여자 「그럼 나 글 좀 더 다듬고 올게.」
남자 「네, 그럼 이따 봬요.」
여자 「…응.」
435
―그날 밤
똑똑
여자 「…네.」
남자 「준비 다 되셨습니까?」
여자 「…미안. 5분만 기다려줘.」
남자 「…네.」
436
철컥
여자 「…많이 기다렸지?」
남자 「아닙니다.」
여자 「…넥타이 잘 어울리네.」미소
남자 「…감사합니다.」
여자 「그럼 가자.」
남자 「예에.」
437
남자 「…선생님.」
여자 「…왜?」
남자 「드레스가 참 예뻐요.」
여자 「…이런 정장은 별로 안 입어봐서 좀 부끄러워.」
남자 「아니, 참 잘 어울리는데요?」미소
여자 「…그래? 고마워.」
439
―빈 악우협회 대연주회장
여자 「사람 진짜 많다….」
남자 「빈은 역시 음악의 도시군요.」
여자 「호오….」
남자 「역시 빈 필 공연은 다른 공연과는 비교할래야 비교할 수도 없으니까요.」
여자 「응, 두근두근해….」
남자 「자리로 갈까요?」
여자 「…으응.」
441
남자 「―선생님 화장실 안 다녀오셔도 되겠습니까?」
여자 「…무례하긴. 내가 어린애도 아닌데.」
남자 「농담입니다.」
여자 「…아, 진짜.」
남자 「….」
여자 「앗,」
남자 「…네?」
여자 「…넥타이가 느슨해졌잖아, 가만 있어봐.」
남자 「…네.」
여자 「….」
442
남자 「감사합니다.」
여자 「…응.」
남자 「….」
여자 「…있잖아?」
남자 「네.」
여자 「개인적으로 추억이 있는 곡이라고 했잖아.」
남자 「…네.」
여자 「그거….」
짝짝짝짝…
남자 「시작하나봅니다, 나중에 다시 말씀하시죠.」
여자 「….」 끄덕
444
남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남자 (피아노 협주곡은 2번이 제일 유명하지만…)
남자 (개인적으로는 3번이 좋아…)
남자 (…역시 빈 필이야. 굉장해.)
남자 (….) 흘낏
여자 (…….)
남자 (…그렇게 긴장하고 듣지 않아도 될텐데….)
남자 (…문제는,)
남자 (―휴식 후에 들을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인데….)
―.
445
짝짝…
여자 「….」
남자 「…굉장했어요, 그죠?」
여자 「…으응.」
남자 「…쉬는 시간인데 라운지에 뭐 좀 마시러 갈까요?」
여자 「…그래.」
남자 「네.」
446
남자 「―커피 괜찮으세요?」
여자 「…응.」
남자 「드세요.」
여자 「…고마워.」
남자 「….」
여자 「….」
남자 「…쓸데없이 제 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말았는데요.」
여자 「―괜찮아. …더 들려줄래?」
남자 「…네.」
447
남자 「학교 다닐 때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서 연주했던 곡입니다.」
여자 「…오, 멋있네.」
남자 「…아닙니다.」
여자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남자 「….」
여자 「…?」
남자 「…읏.」
여자 「…슬슬 쉬는 시간도 끝나 가는데 자리로 돌아갈까?」
남자 「…네.」
449
짝짝…
남자 (…시작한다.)
남자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
남자 (제1악장 …운명의 동기.)
남자 (….)
남자 (….)
남자 (너도…듣고 있어?)
남자 (…제2 악장.)
남자 (……호른 솔로 되게 잘 하네…)
―.
450
짝짝…
「브라보!」 「브라보!」
남자 (…멋있어.) 짝짝짝
여자 (….) 짝짝짝…
짝짝짝짝…
지휘자 「….」 꾸벅
지휘자 「….」 슥
남자 (어?)
여자 (…앙코르?)
453
여자 (…앗!!)
남자 (―하하하. 이쯤 되면 누가 짓궂게 장난치고 있는 것 같잖아…)
여자 (…라벨)
남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454
여자 (아름답지만 슬픈 곡….)
―언제까지 그렇게 혼자 구질구질하게 굴건데!
남자 (…어?)
―넌 항상 그렇게 남의 눈치만 보더라? 나는 그만 좀 잊으라고!
남자 (…어? 너… 너야?)
―좋은 사람이잖아. 옆에 있는 분. 착하고, 예쁘고.
남자 (…저기,)
―왜?
남자 (….)
456
남자 (…고마워.)
―응.
짝짝짝짝…
「브라보!」 「브라보!」
짝짝짝짝…
―.
463
―돌아가는 길
여자 「…굉장한 연주회였어.」
남자 「…예에.」
여자 「…왜 그래? 그렇게 얼이 빠져서는.」
남자 「…아닙니다.」
여자 「…?」
남자 「선생님.」
여자 「…네.」
남자 「잠깐 같이 가주셨으면 하는 곳이 있는데요….」
여자 「…그래, 좋아.」
464
여자 「멋지다, 거리에 등불 좀 봐~ 예뻐라…」
남자 「언덕 위에 묘지를 만들다니, 참 서양답죠?」
여자 「…응.」
남자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해보려고요.」
여자 「…응.」
465
남자 「…저는 학교 다닐 때 한 여자와 사귀고 있었습니다.」
여자 「….」
남자 「…사귀고 나서 한 달 후에 생긴 일입니다. 그녀는 바이올린으로, 저는 호른으로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서 대학교내 콩쿠르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여자 「….」
남자 「…그때 그 곡이 바로 조금 전에 들었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입니다.」
여자 「…응.」
466
남 「…그녀는 학교 안에서도 굉장히 유능한 바이올리니스트였습니다. 그리고 그 콩쿠르가 끝난 후에 바로 유학을 갔고요.」
여자 「….」
남자 「…빈으로 말이죠.」
여자 「…뭐?」
467
남자 「…콩쿠르 결과는 은상이었습니다. 그녀는 저더러 제가 호른 솔로를 맡아서 점수가 깎였다고 놀리더니 바로 빈에 가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여자 「….」
남자 「…그리고 한 일 년 조금 지나서였나.」
여자 「….」
남자 「대학 친구한테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여자 「….」
남자 「…그녀가 죽었다고.」
여자 「…읏.」
470
남자 「…사고였습니다.」
여자 「…세상에.」
남자 「…우리 사이를 알던 학교 친구나 선배들이 곧바로 저를 빈에 보내려고 했습니다.」
여자 「….」
남자 「…하지만 저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여자 「…왜?」
남자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서웠나봅니다.」
여자 「….」
남자 「…한심한 이야기죠.」
471
여자 「…미안. 그것도 모르고 오스트리아에 오자고 해서.」
남자 「…아닙니다.」
여자 「….」
남자 「…이미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여자 「….」
남자 「…이렇게 빈에 오게 되어서 이제야 겨우 그녀한테 인사를 했습니다.」
여자 「….」
남자 「…선생님, 감사합니다.」
여자 「…뭘.」
남자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여자 「…읏.」
472
남자 「…여기에 그녀가 잠들어있습니다.」
여자 「….」
남자 「…아니, 지금은 깨어나서 제 시시한 이야기를 들으며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자 「―혹시 그때 그 데이트라는 거….」
남자 「…부끄럽지만 여기였습니다.」
여자 「…그랬구나.」
남자 「…네.」
474
여자 「…나도 인사해도 돼?」
남자 「…저야 기쁘죠.」
여자 「…고마워.」
남자 「―아닙니다.」
여자 「….」
―그 녀석, 잘 부탁드려요.
여자 「엇…?」
남자 「왜 그러세요?」
여자 「…다정한 여자네.」
남자 「…어?」
여자 「…그렇지?」
남자 「…예에. 다정한 여자예요.」 미소
476
남자 「―아까,」
여자 「…응?」
남자 「…라벨 곡을 듣는데 그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여자 「….」
남자 「―남의 눈치만 본다고, 한심하다고요.」
여자 「…그래.」
남자 「―그래서 이제 결심했습니다.」
여자 「…?」
남자 「….」 후우~
남자 「선생님, 좋아합니다. 저랑 사귑시다.」
여자 「―어엇….」
―.
525
―그날 밤
남자 「―선생님, 주무십니까?」
여자 「…왜?」
남자 「…키스도 안 됩니까?」
여자 「…포옹도 안 해줬던 주제에.」
남자 「…죄송합니다.」
여자 「…아무것도 안 하기로 약속하고 같이 자기로 한 거잖아. 벌써 까먹었어?」
남자 「…그랬지요.」
여자 「…포기하고 자라.」
남자 「…네, 이제 자겠습니다.」
여자 「…응, 잘 자.」
남자 「…안녕히 주무십시오.」
526
여자 「….」
남자 「….」
쪽…
남자 「헉!?」
여자 「…잘 자.」
남자 「…어?」
여자 「…시끄러워.」
남자 「선생님, 지금….」
여자 「…뭐가.」
527
남자 「―앙코르는?」
여자 「…없어.」
남자 「…손만 잡고 잘게요.」
여자 「…어쩔 수 없지.」
―.
545
―아주그냥 네 뒤치다꺼리하느라 힘들다니까.
…미안.
―그동안은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는데, 학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어쩜 이렇게 조금도 성장을 못하고 있냐!
…사람이 다 그렇지 뭐.
―또 그렇게 구질구질한 변명만 늘어놓고!
…너도 그때 그대로야.
―뭐, 그렇지.
547
―그래도 뭐, 이제는 안심이야.
…그런가.
―그럼 이번에는 진짜로 안녕, 이야.
…가는 거야?
―응.
…읏…우읏…
549
―야, 야, 울지마! 이제 소중한 사람이 생겼잖아?
…아아~
―이제 내 임무는 끝났으니까.
…응.
―그럼, 갈게.
…아. ……고마워.
―안녕.
552
여자 「…저기, 괜찮아?」
남자 「…으읏」
여자 「저기. …야.」
남자 「…으응. 아~ 선생님.」
여자 「…괜찮아? 너 자면서 울었어.」
남자 「…그랬습니까?」
여자 「…응」
555
남자 「…실례했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여자 「…그래. 다행이다.」
남자 「…네.」
여자 「…잘 잤어?」
남자 「…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여자 「….」
남자 「─죄송합니다, 잠깐 안아봐도 되겠습니까?」
여자 「…그렇게 일일이 묻지마.」
남자 「…그것도 그렇네요.」
꼬옥
여자 「…바보.」
556
남자 「그럼 아침 먹으러 갈까요?」
여자 「…기다려.」
남자 「…네?」
여자 「…자기만 만족하면 그걸로 끝이야?」
남자 「…죄송합니다.」
여자 「…응.」
―.
560
남자 「…이렇게 달달한 비엔나커피를 마시는 것도 오늘로 마지막이네요.」
여자 「…뭐?」
남자 「…어떻게 해도 빠질 수 없는 회의가 있어서요.」
여자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는데.」
561
남자 「…조금 착오가 있어서요.」
여자 「….」
남자 「편집장한테 좀 억지를 썼더니 회의에는 참여하는 조건으로 이번에는 눈을 감아줬습니다.」
여자 「…그래.」
남자 「네. …죄송합니다.」
여자 「…오늘은,」
남자 「네?」
여자 「―오늘은 맑네.」
남자 「…예에.」
여자 「….」
남자 「―좋은 날씨입니다.」
567
남자 「그럼 선생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자 「이제 이삼일 정도면 완성되니까 다 마무리 지은 다음에 돌아가려고.」
남자 「혼자 올 수 있겠습니까?」
여자 「……여전히 무례하네.」
남자 「농담입니다.」
여자 「―오늘도 데이트 가?」
남자 「…아니, 그녀는 이제 거기 없습니다.」
여자 「…?」
남자 「그럼 잠깐 쇼핑 좀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여자 「…응. 이따 봐.」
남자 「…네.」
570
남자 「Please give me a bouquet for my precious.」
점원 「okay! ―do you present it every day?」
남자 「Yes. Everyday …of the future.」
점원 「…?」
남자 (…아니. 매일 그러면 질리려나.)
점원 「―sure, its my masterpiece!」
남자 「thanks.」
572
여자 (….)
여자 (…….)
여자 (―좋았어,) 탁
여자 (……끝났다.)
여자 (……지쳤어.)
여자 (…나중에 가볍게 교정만 하면 완성이야.)
여자 (…어떻게 하지? 같이 돌아가 버릴까.)
여자 (……일단은)
여자 (…오늘은 마지막 밤이니까 술 마시러 가자.)
583
―그날 밤
똑똑
남자 「선생님~.」
여자 「미안, 조금만 기다려.」
남자 「예약 시간까지 좀 남았으니까 괜찮아요.」
여자 (음~ 뭘 입을까…)
남자 「….」
여자 (어떡해…. 제대로 된 정장은 어제 입은 드레스밖에 없는데….)
남자 「…….」
584
덜컥
여자 「―많이 기다렸지?」
남자 「……여성의 준비를 기다리는 것은 남자의 운명입니다.」
여자 「…어쩔 수 없었어.」
남자 「…이거.」스윽
여자 「―어? 나한테 주는 거야?」
남자 「예에.」
여자 「…괜찮네.」
남자 「‘자신작’이라더라고요.」
여자 「…고마워.」미소
남자 「…가죠.」
여자 「…응.」
586
여자 「…레스토랑 굉장하다.」
남자 「개업한 지 550년이 넘어서 레스토랑 자체가 시를 기념하는 건물이라고 합니다.」
여자 「…여전히 잘 아는구나.」
남자 「…아닙니다.」
여자 「…아, 난로도 멋있어.」
남자 「…그렇군요, 르네상스 양식 같네요.」
여자 「…있잖아.」
남자 「…네?」
여자 「…저기서 계속 기다리는 웨이터한테 미안하니까 식전술만이라도 주문하지 않을래?」
남자 「…술 마시려고요?」
여자 「당연하지.」미소
남자 「……저는 셰리로.」
여자 「같은 걸로.」
남자 (괜찮을까….)
590
뚜벅 뚜벅 뚜벅…
남자 (결국은 제가 업고 가는 것입니까….)
남자 (…가벼운데.)
남자 (밥은 먹고 다니는 건가….)
남자 (…아무튼)
남자 (이제 자기 주량 좀 아시라고요….)
남자 (…그래도,)
남자 (―싫지는 않아.)
뚜벅 뚜벅 뚜벅…
―.
591
―다음날 아침
여자 (…아침이네.)
여자 (―폭신폭신하고…)
여자 (…따뜻해.)
여자 (…행복해.)
여자 (…)
여자 (…하지만,)
여자 (정말로…이것으로 됐어?)
여자 (이렇게 어리광부리면서…)
여자 (―좋은 거야?)
여자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여자 (…….)
592
여자 (하지만 안 돼……)
여자 (거스를 수가 없어….)
여자 (….)
여자 (…안돼,)
여자 (―일어나자.)
남자 「…쌔액…쌕…」
여자 「…좋은 아침.」
남자 「…쌕」
여자 「……잠깐 산책 좀 하고 올게.」
남자 「……쌕….」
여자 「……기다리고 있어.」미소
달칵
―탁
594
달칵
여자 「…어머, 일어났어?」
남자 「…예에, 방금.」
―탁
여자 「…그래.」
남자 「…이런 아침부터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여자 「…그런 게 있어.」
남자 「…?」
여자 「―오늘 몇 시에 가?」
남자 「…낮 비행기를 탑니다.」
여자 「…또 허리 아프겠네.」
남자 「…네, 우울합니다.」
여자 「…그렇구나.」
597
여자 「…나도 한 이삼일 후에 갈 거야.」
남자 「네.」
여자 「…도착하면 연락할게.」
남자 「네, 기다리겠습니다.」
여자 「―그럼 조심해서 가.」
남자 「…예에.」
여자 「……그리고 이거.」
남자 「…열쇠?」
여자 「….」
598
여자 「…우리집 열쇤데, 여벌로 만들어 뒀어. 저번에 너, 내가 집에 없을 때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잖아.」
남자 「…그런 일도 있었죠.」
여자 「…또 그러면 불쌍하니까. 일단 받아.」
남자 「……감사합니다.」
여자 「―그럼 슬슬 가.」
남자 「…네.」
여자 「그럼, ―나중에 보자.」
남자 「…네.」
달칵
여자 「……으읏.」
―탁
599
―며칠 후
따르르릉 따르르릉…
남자 「―여보세요.」
남자 「…아, 돌아오셨군요.」
남자 「―네,…네.」
남자 「…그럼 언제쯤 찾아뵐까요?」
남자 「…네. ―다음 주요?」
남자 「…네. 알겠습니다. 느긋하게 수정해 주세요.」
남자 「네, 그럼 다음 주 수요일에. ……네.」
남자 「―네. 알겠습니다.」
남자 「네, 그럼. ―실례했습니다.」
―삑
602
―같은 시각
여자 (―미안.)
여자 (그래도 지금은….)
여자 (….)
여자 (…그건 그렇고.)
여자 (일단은 이 지저분한 방을 정리해야지.)
여자 (….)
여자 (……바퀴벌레 나오면 어떻게 하지?)
여자 (―바퀴벌레 약부터 사올까….)
―.
613
―수요일
투둑 투둑 투둑…
남자 (이제 장마도 끝나 갈 때인데…)
남자 (잠깐 빗줄기가 약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가야겠네.)
남자 (―오랜만에 만나는 건데.)
남자 (간단히 먹을 거라도 사갈까….)
남자 (…양갱은 어떨까.)
남자 (그래. 역 앞 과자가게에 들렀다 가야지.)
남자 (―오늘은 선생님표 녹차를 마시고 싶어.)
614
띵~동 띵~동…
남자 (…?)
남자 「선생님-? 안 계십니까―?」
남자 (…또 쇼핑 가셨나?)
남자 (….)
남자 (―아, )
남자 (여벌 열쇠 받았었지.)
남자 (―그런데 이렇게 마음대로 들어가도 되려나?)
철컹
――끼익
남자 「―어?」
616
남자 (…방을 잘못 찾아 왔나?)
남자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남자 (……왜 가구가 하나도 없는 건데.)
남자 (마루에 뭔가 있어….)
남자 (―저것은….)
남자 (―원고랑……편지?)
617
우선 당신에게 사과하고 싶습니다. 미안해요.
이것이 제 나름대로 계속 생각해 온 결과입니다.
당신과 있는 시간은 매우 따뜻하고, 작게 반짝이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언제부턴가 그것을 진심으로 사랑스럽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 안에서 몽롱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디에도 견줄 수 없겠지요.
나는 분명 그 시간에 안주할 거예요.
619
빈에서 당신과 같이 있으면 있을수록 나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작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지만 더 소중한 것을 찾아내 버렸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작가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나한테 있어서 산소 같은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잃고 살아 갈 수 없습니다.
전부 제 어리광 때문이었습니다.
제 이기적인 행동, 정말로 미안합니다.
620
새로운 곳에서 저를 되돌아보고 싶습니다.
어디로 갈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쯤 우리 부모님은 갑자기 배달된 큰 짐 때문에 무척 놀라고 계실 거예요.
원고를 두고 갑니다.
교정은 했습니다만, 더 손볼 곳이 있다면 당신이 고쳐도 괜찮습니다.
처음으로 연애소설을 써 보았습니다만,
아주 잘 끝냈다고 자신할만한 글은 아닙니다.
언젠가 내가 자신감을 되찾았을 때,
만약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 때는 웃으며 당신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또 왔어?」라고.
628
여자작가 「또 왔어?」
written by the female writer
edit by the man
the end.
629 ID:ZO28XQDWO
왜 이렇게 가슴 아프냐…
630 ID:h1JHJ42yO
어쩐지 숨쉬기 괴롭다.
631 ID:C+c5t5tG0
가슴이 아파···
632 ID:LQWYyqt00
수고하셨습니다.
푹 쉬세요.
637
겨우 끝났습니다.
…불만스러운 분들도 계시겠지만
결말은 처음부터 정해 뒀습니다.
그리고 영어는 실수가 많네요.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compilation
○edit
643 ID:ZO28XQDWO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650 ID:HuHXgvGa0
수고하셨습니다.
그래도 해피엔딩을 보고 싶었습니다…
뭔가 덜 끝난 느낌이네요…
651 ID:NnvkA2d30
이별end는 싫어하지 않아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울고 싶어지네요···
652 ID:NnvkA2d30
짧게 말하자면
이 둘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떨려요.
655 ID:cfLVcZ580
수고하셨어요!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660
조금 사족을 달겠습니다.
처음에는 제 자신도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빈에 간 뒤로는 점점 촌스러워져서 아쉬웠습니다.
아무튼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럼 vip의 어딘가에서 다시 만납시다.?
669 ID:jLmlbh31O
정말로 깔끔한 문장,
정말로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670 ID:3nU1SUODO
마지막에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는데 눈물은 안 나더라.
예전부터 이런 글을 써 보고 싶었지만
이 글을 보고 있으니 작가의 괴로움을 알 것 같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냐면, >>1ㅅㄱ
672 ID:wBAydBoCO
ㅅㄱ밖에 해줄 말이 없네.
673 ID:MSAAQu6dO
파반느는 무곡인데 공작의 춤을 뜻해.
그 스텝은 지금은 결혼식에서 연주하는 「망설이는 발걸음」에 흔적이 남아있지.
*「망설이는 발걸음」위키참조
http://ja.wikipedia.org/wiki/%E3%83%91%E3%83%B4%E3%82%A1%E3%83%BC%E3%83%8C
죽은 왕녀를 죽은 여자친구라고 생각하면
파반느(망설이는 발걸음)는 여자작가와 남자의 관계 그 자체.
묘지 앞에서 나눈 이야기도 크로스오버해서 꽤 아슬아슬했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선택한 >>1에게 박수.
[2ch] 여자작가 「또 왔어?」~ 끝 ~
번역 : 행복한 마조히스트 (sweetpj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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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 왜 잠 안오지...
구덕 너 이런 거 좋아하면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읽어봐
제목도 같은데 느낌도 비슷하고. 아마 더 재밌을거야 (호흡은 길지만 그만큼 서사도 있으니)
난 박민규 소설은 다른 소설 더 좋아라 하지만 너 취향을 고려해서 이거 추천해봄
흠.. 딱히 무플에 슬퍼할까봐 달아준건 아니니까!
흠~ 감수성이예민하신 구더긔 님과 두람님이 좋아 합니다~
재미있게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