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 합창단 근황 518번째 글입니다. 공연 46일전이고, 연습 횟수로는 공연 전 10번째,
그러니까 9회의 연습을 남겨둔 날입니다. 오늘도 출석 인원은 20명을 넘어 섰습니다. 소
프라노는 4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앨토는 게스트 한명까지 포함해서 7명이었고, 테너 베
이스 각각 5명이었으니 모두가 21명이었던 셈입니다. 연습 내용은 미사곡을 <쌍투스>부
터 마지막까지 보고 [박쥐]합창곡 전체를 불러 본 것입니다. 나는 집에서 두 곡 전부를 M
R로 연습하고 있는데, 최소한 음정 박자와 딕션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
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오늘 연습에 그리 큰 어려움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개인연습
을 할 때 잘 안되던 부분들이 역시나 잘 안되고 있어서 나름 고충이 있었고, 파트 내부의
소리 어울림에도 문제가 좀 있어서 조만간 무슨 방책을 세워야 할 듯 합니다.
연습의 시작은 미사곡의 <쌍투스>부터였는데, 그 전에 간단한 발성 연습이 있었습니다.
발성 연습의 결과는 비교적 호평이었고, 실제 노래를 부를 때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을
주문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쌍투스>부터의 연습 상황에 문제가 좀 있었는데, 오늘은 지
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나 지휘자로부터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습니
다. 아직 파트 내부에서 일치된 소리를 끌어낼 수는 없었지만, 전체적인 평은 양호한 편
이어서, 소리를 너무 벌리지 말라는 주문 외에는 별로 큰 지적은 없었던 듯 합니다.
연습은 <쌍뚜스>이후의 <베네딕투스>까지 이어졌는데, 예전에는 이 부분도 혼동 그 자
체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좋아진 편입니다. 지휘자는 ‘역시 공부는 벼락치기가 최고’라
며 우스개 소리를 해대었지만, 공연 날이 임박해지니 각자가 개인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듯 하고, 나 자신도 거의 반복적으로 매일매일 연습을 하고 있으니 전체 연습이 그리 두
렵지가 않은 상태입니다. 차라리 이제 전체 연습에서 내가 평소에 쌓아온 개인 연습의 효
과를 한번 발휘하고 싶은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하는 상황이라 연습이 한결 즐거워집니
다.
지휘자는 각자 개인연습에 몰두하다보면 스스로 일정한 경지에 도달한 듯한 쾌감을 느끼
게 되는 시점이 온다고 했는데, 지금 내가 처한 경우도 그와 같은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
다. 연습이 <도나 노비스 파쳄>으로 이어졌는데, 여기서도 전에는 상태가 정말 두리뭉실
엉망이었던 것이 지금은 제법 또렷또렷하게 형체를 갖추어 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미
사곡은 지금까지 어느 경우보다 좋은 평을 받으며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방심
할 수 없는 것은 미사곡의 제일 난경이 <글로리아>와 <크레도>이고 특히 <크레도>의 Et
resurrexit 부분은 가사가 씹힐 정도로 복잡한 부분이어서 아직도 상당수 단원들이 힘들
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곡 전체를 한번 불러
보는 기회가 올 듯 한데, 그때 확연하게 괄목상대할 지경이 되도록 모두들 개인연습에 계
속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 개인 연습의 필요성이 더더욱 요구되는 것은 [박쥐] 합창입니다. 지휘자는 오늘부터
[박쥐] 합창 연주의 성격을 좀 바꾸겠다면서 이곡을 왈츠라는 생각으로 춤추듯이 부르려
는 방식을 버리고 오페라라고 하는 관점에서 오페라 아리아 부르듯 부르는 방식으로 방
향 전환을 하겠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곡이 기회 음악적인 왈츠곡이 아니라 오페라 아리
아를 기반으로 하는 것임에 상도해 볼 때 그런 방식이 훨씬 더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박쥐] 합창은 무엇보다 먼저 독일어 가사를 어떻게 구현하는가가 문제입니다. 지휘자가
말하기를 가사가 정확하지 않다보니 음정 박자도 틀리게 들리는 것이라며 사실상 가사를
제대로 구현 못함은 노래를 잘 못 부르는 것으로 보고 지금부터는 가사 하나하나에 엄밀
성을 기하자고 합니다. 실제로 연습을 시켜 보더니 ‘가사가 독일어는 아니고 체코어쯤 되
는 것 같다’는 둥, 저음부 파트를 보고는 ‘마치 독일 시골풍의 가사같다’는 둥 하며 아직
도 가사 구현에 문제가 많음을 지적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나는 지금 원어 가사 밑에
한글 발음을 붙여두고는 원음과 그 발음을 일치시킨 상태에서 이제 원음만 보고 부르는
연습을 매일 하고 있는데, 빠른 왈츠곡이 아니 느린 왈츠곡 풍으로 오페라 분위기를 내겠
다는 지휘자의 방침에 의거해서 가사를 천천히 짚어가다 보니 그리 어려움 없이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과는 아주 판이한 양상으로 이 연습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 아직도 파트 내부에서의 소리 불균형은 심각할 정도이고, 나 개인
으로 보아서도 개인 연습 때 잘 안되던 부분은 전체 연습에서도 역시 안되는 듯 해서 좀
더 연습에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휘자는 우리가 개인 연습을 할 때, 곡의
맨 처음부터 시작하다가 맨 마지막은 해 보지도 못하고 연습을 마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 지적하면서 연습을 시작할 때 아예 잘 안되는 부분부터 거꾸로 연습을 하라고 하던데,
경험상으로 나온 말인 듯 합니다. 내 경우로 말하면 전에 연습을 할 때 왈츠 4번의 가사와
부르기가 제일 안되는 것 같아서 아예 연습 순서를 왈츠 4번, 3번, 2번, 1번으로 하고 왈
츠 연습을 한 뒤에 미사곡을 <글로리아> <크레도>, <쌍투스>, <베네딕투스>, <도나 노비
스 파쳄>, <키리에> 순서로 하는데, 대략 전체 연습시간을 1시간 30분 가량으로 잡고 매
일매일 연습을 하다 보면 곡이 저절로 익혀지는 것 같습니다. 그 나머지 문제는 전체 연
습에 와서 지휘자의 지도에 따라 하면 될 것이고요,
지금 소프라노는 파트 연습을 하고 있는 듯 하고 다른 파트 구성원들도 오늘 연습 상황을
보면 아마 개인적으로 상당히 열심히 개인연습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 파트 연습이
라는 것은 개인연습이 완료된 상태에서 서로간의 소리를 맞추어 보는 것인데, 만약 개인
연습만 철저하게 잘 이루어진다면 전체 연습에서 소리 블렌딩을 시도해도 괜찮을 듯 합
니다. 나처럼 실업자(?)인 경우는 문제가 안되지만 각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이 모두 모이는 자리를 한번 만들기도 어렵고, 베이스 구성원들은 대부분 개인기량으로
보아 MR이나 음반으로 개인연습을 할 수 있는 수준이고, 개인연습만 철저하게 되어 있다
면 구태여 따로 시간을 낼 필요도 없는 듯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전체 연습
에 나와서 서로의 소리를 맞추어가는 노력을 하면 될테니까요. 그런데 지금 상태처럼 음
정 박자에서 심각한 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은 아무래도 개인 연습의 미비때문인 듯 합니
다. 공연 날짜도 임박해져 있는데 각자의 분발이 요청되는 지점입니다.
그래도 음정 박자 가사 모든 면에서 오늘은 예전과는 다른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앞
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 범했던 잘못을 더 이상 저지르지 않게 다시금
개인 연습에 만전을 기한다면 다음 연습 때는 좀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요? 내
나름의 개인연습과 오늘의 전체 연습이 상당히 행복하게 만났음을 고백하며 모두들 각자
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오늘의 연습일지를 닫습니다.
좋은 공연 & 소중한 만남은, 언제나 [뮤클]과 함께 ^^ http://cafe.daum.net/muk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