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김행숙
이 공장에서 흘러나간 구름이 당신의 검은 머리를 끈질기게 벗겨낸다. 구름은 쉬지 않는다. 한 줌의 머리카락이 매일 저녁 푸른빛이 되어 어디론가 흩어졌다.
콘크리트 지붕에서 솟구친 기둥이 구름의 발생지다. 나는 아무것도 여과하지 않았다. 나는 부분적으로 800도씨다. 나의 현실은 썩지 않는다. 비닐은 과자의 옷이며 오늘 입은 당신의 옷이다. 어느 새벽에 개죽음들은 검은 비닐봉지로 완성된다.
나는 맑은 물을 믿지 않는다. 드디어 물고기가 돌아왔다고 낚싯대를 드리울 때 나는 사라진 것들을 믿는다.
강력한 비가 내리고 기계의 나르시시즘이 공장을 돌린다. 비 맞은 나무들은 강해진다. 곱게 자란 아이들이 나뭇가지를 분지르지 않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원숭이는 없었다. 기계의 나르시시즘 속으로 사라진 아이들은 놀라운 속도로 순순해졌다.
대머리의 두 사나이가 박치기를 한다. 무용한 짓이므로 나는 감정적으로 고양된다. 대머리는 단단하다. 이 공장에서 당신은 전체적으로 노동이며 전체적으로 유희다. 이 공장에서 흘러나간 참치와 꽁치와 소녀들의 손가락은 분홍색이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을 배신하며 피는 피를 부르지 않고 나는 당신을 부르지 않는다. 나는당신과 교체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주장하지 않는다. 전기를 감정에 비유해서는 안 된다.
나는 사라지면서 비명 따위를 지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