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예찬
아침뜨락-유지상 단양향토문화연구회장
2013년 09월 29일 (일) 18:51:28 지면보기 14면 중부매일 jb@jbnews.com
가을입니다. 요즘 아침, 저녁으로 워킹'walking'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단양은 아침보다 초저녁 고수대교에서 양백 폭포 쪽으로 가면 야경이 환상적입니다. 호수에 비치는 야간조명은 데칼코마니같습니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고향부터, 유명한 작가의 수채화같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서쪽 하늘에는 주먹만한 별이 보이고 동쪽 고수재에서 내려오는 불빛이 희망처럼 달려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누리센터에 설치된 대형 쏘가리 조형물 옆에 대리석 의자에 앉아봅니다. 한낮에 달구어진 온기는 고향집 아랫목같이 따스하여 기분이 어찌 좋은지, 아~좋다는 환성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며칠 전 손자와 쏘가리 조형물 옆 광장에서 산책하던 중 눈깜짝할 사이에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제 33개월 짜리 손자가 물을 보자마자 뛰어들었지요. 순식간에 옷은 젖었지만 그냥 두었지요. 좋아서 물장구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세월 따라 연륜이 늘어가듯 단양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이곳에 함께 살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사고력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자연과 어우러지는 단양의 밤 풍경은 말 그대로 장관입니다.
지인 중에 별명이 '한 대령'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든 일을 긍정적이고 받아들이되, 신념은 확고한 사람이라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눈은 정확합니다. 과거보다는 미래, 오늘보다는 내일을 생각하면서 지역의 일을 처리하는 분입니다. 그 사람과 오늘 따뜻한 대리석 의자에서 캔 맥주 하나 마시며, 좋은 마을 만드는데 노력했다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일에 대해, 지나고 보면 후회도 하고 아쉬움도 느낍니다. 저부터, 칭찬하는데 인색하면서 잘한 일까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욕을 한 경우는 없는지 반성합니다. 단양에는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 작품으로 멋진 모습 보이는 사람, 좋은 환경을 만드는 사람, 훌륭한 분들이 많습니다.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입니다.
최근 결혼식장에서 어떤 사람에게 인사를 받았습니다.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겸연쩍기도 하고, 약간 놀라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더 크게 다가오는 생각은 "그래 이제는 더 좋은 글을 써야지"하는 마음입니다.
걷다 보니 어느덧 대명리조트 앞에 왔습니다. 상휘루(翔輝樓)에 오르면서 이 누각이 들어선 연유를 알아봅니다. '상휘루는 단양 관아인 이은당의 문루로서 단양군수 조경진이 정조 18년(1794) 지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에 군수 이준홍이 놋재 정상에 옮겨 세웠다가 1962년 군수 정범구가 남한강 변으로 옮겼는데 1972년 대홍수 때에 유실되었습니다. 신단양 이주 때에 소금정 공원에 복원했습니다. 이명재(1837-1905)의 기행문과 조두순(1796-1870)의 시가 남아 있습니다.
상휘루에서 나와 다시 남한강 물이 넘실대는 강변을 걷다 집으로 돌아옵니다. 반추해 보면 저도 단양에서 40년을 살면서 요즘처럼 지역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한적이 없습니다.
단양(丹陽)은 연단조양(鍊丹調陽)이라는 말에서 유래가 됐습니다. 연단은 신선이 먹는 환약을 뜻하고 조양은 빛이 골고루 비친다는 뜻인데요. 얼마나 살기 좋으면 신선이 다스리는 빛이 좋은 고장이라는 지명을 얻었을까, 거기에 살고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이좋은 땅, 단양을 우리의 후세들에게 아름답게 물려주는 일에 부족한 힘이나마 보태보겠다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