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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1호선 도보여행 일곱번째 이야기[2011년 8월 05일-06일] - 충남 공주시에서 논산까지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온다.
7월 한달내내 비가 오더니 8월이 되어서는 태풍이 몰려온다고 한다.
사람들 말 맞다나 이 나라의 기후가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나보다.ㅠㅠ
어쩨든, 나는 여름휴가를 내었고, 또 아이와 일곱번째 여행을 출발한다.
휴가를 이용하여 좀 길게 여행을 하려고 작정하고 있었지만,
태풍 '무이파'란 놈의 방해와 생각보다 턱이 높은 폭염의 장벽으로 이번 휴가에도
이틀동안만 여행하기로 했다.
대신, 폭염을 피하기 위해 아침일찍 출발하여 점심식사 후에는 어디에서든 휴식을
취하고 저녁나절에 조금 더 여행을 계속한 뒤에 잠자리에 들기로 한다.
지난번 여행을 통해 폭염의 큰 벽을 확실히 느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아이와 나를 위해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8월 삼복 폭염 속 여행도 한번 정도는 괜찮겠다 싶어서
병이 나지않을 정도만 해야지하는 다짐과 함께 아이의 손을 붙잡고 수원역으로 향한다.
■ 오늘의 여정 : 논산역 - 숙소(1박) - 논산시 은진면 - 연무대 - 그린호텔(사우나) -
전남 익산시 여산면 - 숙소(1박) - 익산시 왕궁면 - 왕궁온천 - 전주우석대학교
(완주군 삼례읍) - 전주역(귀가)
수원역에 도착 셀카로 인증샷 한방!
여기까지는 여유있었더랬다.
논산, 용산?
기차시간이 얼마남지 않아 표를 급하게 사고
기차에 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터넷을 검색했을 때는
이 시간에 논산행은 새마을호였었는데 무궁화호란다.
약간 의아하긴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표를 구입하고
플랫홈으로 갔다. 인증샷 한장 찍고 기차탑승!
기차에 앉아 집사람이 챙겨준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데
방송이 나온다.
"다음 정차역은 영등포역입니다."
헐! 기차를 잘 못탔다.
표를 확인해보니 논산행이 아니라 용산행이다.
역무원의 실수와 더불어 나의 부주의로 상행선 열차를 탔다.
ㅋㅋ 그래서 이번 여행은 수원에서 용산찍고 논산으로 간다.
8시! 이번 여행의 출발지 논산역에 도착한 재환!
내일 아침 일찍 여행에 나서기 위해 저녁에 논산에 왔다.
조금이나마 폭염을 피해 여행하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
인터넷에서 봐 둔 속소에 도착하여 잠자리에 든다.
전주를 향해...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고
연무대를 거쳐 익산, 전주를 향해 길을 나선다.
깨를 말리는 모습
재환이에게 깨를 말리는 것이라고 했더니
거짓말인 줄 알고 믿지 않다가
떨어져 있는 깨와 일하는 아저씨의 말을 듣고서야 아빠의 말을 믿어준다.
평소에 여행하며 허황된 거짓말로 장난을 많이 쳤더니 쩝...
졸지에 양치기 소년이 되고 말았다. ㅎㅎ
어느 시골 초등학교에 수령이 꽤 높은듯한 나무들이 모여있다.
은진면 버스정류소
이렇게 가게와 같이 있는 버스정류장은
상당히 이용객이 많고 규모가 큰 버스정류장이다.
이런 버스정류장이 나오면
예전 여행에서 본,
책속에서, 드라마에서 나오는
버스정류장이 생각나서
카메라 셔터에 손이 가게된다.
하늘, 과실, 산, 논, 밭 그리고 길
하늘은 잦은 눈물과 웃음으로 변덕을 더해가고
풍성한 과실이 영글고
논과 밭이 한껏 제 구실을 할 즈음,
아이와 아빠가
거무스래한 웃음으로
서로를 기대 맞보며 걷고 있다.
논산 연무대 도착
연무대에 도착했다.
대학시절 수없이 많은 선후배와 동기들을 떠나보냈던 곳.
아이에게 연무대가 뭐하는 곳인지 설명해줬고,
재환이도 한 10년 후에는 군대에 가야한다고 말해줬다.
꼭 군대에 가야하느냐는 아이의 물음에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다고 말해줬다.
아마도 우리아이는 군대에 가야하지 않을까?
10년후? 후후
한여름의 뙤약볕이 보통을 넘는다.
정오가 다 되어가는 시각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연무대를 지나 한 작은 호텔의 사우나에서 쉬기로 한 우리는
사우나의 찬물에 풍덩할 상상을 하며 땡볕을 웃으며 받아낸다.
얼음물도 먹어보고 쮸쮸바도 빨아보지만
덥다!!
오아시스인 줄 알았던 나무그늘! 에버그린 관광호텔
오후 1시가 다 되어서야 오후의 더위를 피해
목욕을 하기로 한 관광호텔에 도착했다.
헉!! 이게 웬 날벼락!!
사우나는 여름에 영업을 하지 않는단다.
카페에라도 좀 앉아 있겠다고 했더니 카페도 영업을 하지 않는단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콜라 한 캔을 건낸다.
안에 있는 오전 모임 손님들이 빠지면 에어콘을 끄고 문을 닫을 기세다.
이 땡볕에 이일을 어찌하나?
(사진에 주위가 보이지는 않지만 길과 논밖에 없다.)
음료수를 마시고 밖에 나와서 주위를 기웃거리다가
호텔 구석에 있는 정자를 발견한다.
이 호텔이 오아시스는 아니지만 나무그늘은 되어 줄 모양이다.
특별히 좋아 보이는 정자는 아니지만 아이와 나에게는 사막 한 가운데에서 찿은 나무그늘이었다. 여기 올때까지는 옷을 벗고 냉탕에 있는 꿈을 꾸며 왔지만, 이 그늘도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꿈꾸는 아이
정자에서 준비해 온 간식을 먹고 앉아있으니
에어콘 바람은 아니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나와 아이는 불어오는 바람에
스르르 졸음에 빠져든다.
이 여행을 하기전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땀흘린 뒤 찿아든 그늘에
불어오는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의 느낌을...
(울아들 너무 씩씩하게 걸었나보다. 양말에 빵꾸났다.ㅎㅎ)
살랑거리는 바람속에서 낮잠을 자고 눈을 떳더니 정자의 기둥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그대로 카메라를 들어 기둥사이의 하늘을 찍어본다.
잠에서 깨어나 갈 준비를 마치고 셀카를 한장!
낮잠도 늘어지게 잤고,
장기도 한판두고
오후 4시가 넘어서 오늘의 목적지인
익산시 여산면을 향해 다시 출발!
여름은 깊어가고 열매들은 그 몸을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55년된 구멍가게
그냥 보기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가게.
이 가게에는 가게만큼이나 세월이 느껴지지는 주인어른이 계셨다.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땀투성이의
어린 부자가 신기하셨는지 선풍기의 방향을 내어주시며
이것저것 물으신다.
왜 걷는지? 힘들지는 않는지?
몇 학년인지? 몇 살인지?
나에게는
역시 몇 살인지? 직업은 무엇인지?
어떤회사에 다니는지?
그리고,
소시적 당신의 이야기까지...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일어서서
이것도 인연인데 사진 한 장 찍자 말씀드렸더니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신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비록 세월의 때와 먼지가 묻어있기는 했지만
단정하게 빗어넘긴 어른의 머리만큼이나
나름의 단정함을 가진 가게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드디어 전라도땅에 발을 딪다.
여행을 시작하고 일곱번째 여행,
일수로 열흘만에 드디어 전라도 땅에 도착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재환이는 도경계를 지나는 기쁨을 만끽한다.
엄마! 익산이에요. 하하! 전라도요. 지금 밥먹으려고 해요^^
여산읍에 도착했다.
식당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힘들다며 오만상을 긋던 녀석은
삼겹살 한차림과
엄마에게 전하는 으쓱함으로 모든걸 해소해 낸다.
집사람과 통화를 끝낸 녀석은
저 넘 앞의 삼겹살을 더 내 입에 넣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게눈 감추듯 한상을 먹어치우고 툭 튀어나온 배를 만져댄다.
재환이의 원칙
식사를 하고나니 7시가 훌쩍 넘어서 숙소를 잡아야만 할 시간이 되었다.
식당에서 물으니 근처에는 인터넷에서 본 대로 여산읍에서 3km 떨어진 곳에 모텔이 딱 한군데 밖에 없단다. 이 더위에 더 이상 걷는 것도 무리이고 내일 전주 우석대 역시 만만치 않은 거리이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모텔로 이동하여 내일 모텔에서 다음 일정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내 계획을 설명해 주고 택시를 타려고 하는데 요녀석이 좀 쭈볏쭈볏한다.
이유인 즉,
우리는 도보여행을 하는데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건 먼가 잘못된 것 같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걸어가거나 내일 여산읍으로 와서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아이의 돌발 의견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파악한 그대로 이야기 해 주기로 한다.
재환아, 너의 의견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시간과 아빠와 재환이의 상태로는 오늘 더 걷기는 힘들고 길도 어두워서 위험하다.
그리고 내일 모텔에서 자고 이 자리로 돌아오는 것도 쉽지 않다.
차편도 곤란할 뿐더러 내일 걸어야할 거리에 너무 무리가 따른다.
그리고, 우리는 내일 전주에서 예약된 기차시간에 맞추어 도착하여야 한다.
녀석은 수긍하는 듯 하지는 않았지만
여행하면서 문화재나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우회한 길도 많지 않았느냐는 나의 변명아닌 변명에
일단, 아빠의 의견에 따라 택시에 오른다.
(아- 힘들다. 정말 원칙을 지킨다는 건 어디에서나 쉽지 않군.
아이야, 부끄럽지만 어른들은 이런 걸 융통성이라고 한단다.><)
요 녀석의 성격상 예상되었던 반응이었지만,
모텔의 위치가 어정쩡하여 계획을 짜면서부터 이렇게 되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어쩨든, 원칙을 지키려는 아이의 마음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기는 하지만,
아빠인 나에게는 아이에게 너무 무리하지 않게,
그리고 위험하지 않게 여행을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기에...
이렇게 우리가 도착한 여산읍의 유일한 모텔 "선너머 모텔"
도대체 뭔 선을 넘는다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에휴...
특별히 볼 성 사나운 일은 없었지만 TV채널에 어찌나 성인방송이 많은지...
(여행하면서 난 여관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를 샤워시키고 잠시 나와서 TV채널을 확인한다.ㅎㅎ)
밤새 TV리모콘을 아이의 손에 주지 않으려고 내가 쥐고 있어다는...ㅠㅠ
전전주를 향해 고고씽
이른 아침,
평소같으면 자고 있을 시각이지만
한여름 땡볕을 피하기 위해 일찍 길을 나선다.
유일한 식량
이날 아침 우리에게 있었던 유일한 식량이었다.
이때까지도 멘토스를 빨며 조금 가다보면
가게나 식당이 나올거라고 생각했었다. ㅠㅠ
이때의 시간이 오전 7시
이날 재환이는 10시가 넘어서야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마을 어귀에 이렇게 커다란 나무가 있는 것을 보곤한다.
여정에서 커다란 나무들을 많이 봐왔지만
저넘이 우리가 본 나무 중 가장 두꺼운 넘인것 같다.
요렇게 동네 소로를 따라...
요렇게 논둑길을 지나...
울 아들은 씩씩하게 가고
있는것 같지만,
이때 시간이 10시
일어난지 4시간이 지났고,
걷기 시작한지 3시간이 넘었다.
거리도 10km는 걸었을 것이다.
아침을 굶은 체로...
식당은 고사하고 동네 구멍가게도 없다.
중간에 들른 마을에서 가게나 식당이 없느냐고 물어도
모두 고개를 젓는다.
익산시 여산면 탑리에 있는 구멍가게
탑리라는 마을 입구에서 지나가는 어른께
근처에 식당이 있는 마을이 없느냐고 여쭈었더니
식당은 없고 탑리에 가면 가게는 있는데,
부탁하면 라면은 끓여줄거라고 말씀하시며,
근데 오늘 문을 열었을라나 모르겠다고 말씀하신다.
헉...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여 기도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결과는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문이 열려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상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상
탑리의 조그만한 가게에 들어갔다.
아침도 못 먹고 10km를 걸은 10살짜리 초딩이 얼마나 배가 고팠겠는가?
아침에 눈 뜨면 바로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아들넘의 배를 못채워 준 애비의 마음...? ㅋ
가게는 몇가지 과자와 음료수 몇 병 그리고 세제등이 전부인 곳이었다.
그리고 가게 안쪽에는 학교에서 쓰다 버린듯한 책상과 걸상이 식탁으로 쓰여지고 있었다.
안집의 옆에는 작은 텃밭과 화단, 그리고 토종 똥개가 몇마리 짖어대고 있었다.
이 소박한 집의 주인은 얼굴에는 마마자국이 선명한 우리 어머니처럼 풍성한 풍채의 아주머니셨다.
가게에 들어가서 최대한 불쌍하고 배고픈 얼굴로
'여행중인데 혹시 여기서 식사도 할 수 있나요'라고 물으니
잠깐 고민을 하시더니 앉으라고 말씀하신다.
다소 무뚝뚝한 아주머니는 밥과 몇가지 반찬을 내 놓으셨다.
재환이와 내가 밥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계란후라이를 부쳐서 가져오시더니 찬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며
밥은 많으니 더 먹으라 말씀하신다.
옆에 앉으셔서 재환이와 비슷한 또래의 손자이야기며 우리의 여행이야기를 잠깐 나눴다.
밥을 다 먹고 커피까지 타 주셔서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재환이에게 맛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빠, 여행시작하고 먹었던 모든 밥 중에서 오늘 먹은 이 밥이 가장 맛있어요'라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뒤에서 이 말을 들으신 아주머니는 아이에게 고맙다며 밝은 웃음을 지어주신다.
민생고도 해결했고 휴식도 취했으니 다시 출발하기 위해 가방을 메고 일어서서
식대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주머니께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식대로 만원을 건넸다.
아주머니는 약간 굳은 얼굴로 내가 건넨 돈을 받으시더니(속으로, 좀 적었나라고 생각했더랬다.)
재환이의 손에 그 돈을 쥐어주시고
'아빠와 여행하면서 맛있는거 사 먹어라'
내 얼굴을 보시면서는
'내가 돈을 받을 요량이었으면 들어 왔을때 밥을 주지도 않았을거야. 아이하고 여행이나 잘 해요'하신다.
멋적고 감사한 마음에 정말 감사하다고, 너무 맛있는 식사였다고 말씀드리고 있는데...
방으로 급히 들어가시더니 냉장고에서 물이 얼려져있는 음료수병을 두개 꺼내시더니 가지고 가라고 건네주신다.(아마도 밭에 나가셔서 일하실때 가지고 가려고 얼려놓으신 것이리라 짐작해 본다.)
황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깊히 인사드리고 나온다.
정성어린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아이와 내 가슴에 품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상을 받았습니다.
요즘은 흔치 않은 도정공장
익산시 왕궁면 왕궁온천
너무, 너무 더웠다.
더운거 보다 몸이 좀 안 좋아졌다.
낮이 되면서 쉬는 시간을 점점 길게 가져가는데도
아이도 많이 힘들어 가고 나도 걷는게 쉽지 않다.
1시가 다 되어서 익산시 왕궁면 왕궁온천에 도착한다.
후다닥 옷을 벗고 냉탕에 입수.- 아... 살 것같다.
삼복더위에 별 말없이 걷던 아이와 나는
벌거벗고 탕속에 몸을 맞긴 채
검어진 서로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지어본다.
온천에서 달콤한 낮잠도 자고
간식도 좀 먹으며 더운 한낮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이제 얼마 남지않은
오늘의 타겟 전주 우석대학교를 향해 고고!
내 젊은날의 추억 우석대학교
오늘 우리의 종착지인 우석대학교에 도착했다.
우석대학교는 나에게는 추억이 묻어나는 곳이다.
화려한 축하폭죽과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생일축하케잌
지금부터 20년 전 1991년 어느 여름날
우리학교는 전라북도 정읍에서 농촌활동을 마치고
서울 동부지역 농촌활동학생들의 집결지인 전북대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별 생각없이 전북대학교를 향하던 우리는 전주진입로를 막고 있는 전경들을 피해 버스에서 내려 우석대학교를 향해 뛰기시작했다.
주위가 허허한 시골마을에 갑자기 20대청년 수백명의 달음박질이란 놀라움과 함께 장관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예상하지도 못한 공간에서 예상하지도 못한 상황을 맞이했다.
그렇게 우리는 우석대학교에서 전투경찰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이 긴박한 상황에서 뜬금없이 내 대학동기이자 짝패인 친구가 "나 오늘 생일인데..."라고 말하는 것이다.
옹기종기 모인 상태에서 그 말을 들은 동기들은 킼킼대며 웃어대기 시작했고 긴장감은 폭소로 바뀌었다.
그리고 난 우리가 모인 곳 옆에 있는 구멍가게로 가서 초고파이 6개와 커다란 하얀 양초를 구입했다.
한여름의 해가 어스름하게 질 시간!
우석대학교 근처의 벤치에서
초코파이 6개에 커다란 양초를 꼽고
내 친구 도근이는 그렇게 스무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양초의 불을 끄자마자...
전경들은 폭죽(페퍼포그의 지랄탄)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도근이와 우리들은 최루가스를 피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뜀박질과 최루가스의 매운 연기에 켘켘대며
녀석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쳇! 내 생일이라고 전경들도 폭죽을 쏴준다. 대단하지 않냐!"
뜀박질을 계속하며 우린 눈물과 웃음을 번갈아 해대고 있었다.
오늘 아이와 우석대학교의 교정을 보니
그 날, 스무살 시절 어느날의 추억이 스쳐가,
한참동안을 서서 생각에 잠기다 웃다를 반복해 본다.
지금도 가끔 얼굴을 보는 이 친구는
그날만큼 화려한 생일은 아직 보내지 못했으리라...
이친구!
지금 태풍이 와서 모두 난리인데
제주도의 텐트 속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태풍과 맞서 싸우고 있단다. ^^
또깡아. 이넘아... 시간이 참 잘도 가는구나.
자 이제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위해 버스를 타고 전주로...
전주 시내의 객사
전주비빔밥으로 유명한 전주의 한 식당
전주비빔밥
성미당이라는 이집의 비빔밥은
기본양념의 비빔밥을 비벼서
각종 재료들을 엊어주는것이 특징이다.
전주에 오면
비빔밥 한그릇에 모주한잔은 기본
오늘따라 모주의 맛이 기가 막히다.
비빔밥 한그릇을 끝으로 오늘의 여행을 마감.
삼복더위의 대단함을 새삼 느꼈던 여정이었다.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었고 두번째날은 몸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고생하기도 했다.
한여름 삼복의 여행은 오늘로 마지막.
여행을 하며 각 계절을 전부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한 여름 삼복에도 여행을 진행했지만, 열살 초딩과 마흔이 넘은 배불뚝이 아저씨에게 조금은 무리가 되는 여정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아이와 아저씨는 나름 성공적으로 여정을 마무리했고 뿌듯한 마음으로 기차에 몸을 싣는다.
덜컹거리며 움직이는 무궁화호 차창을 바라보며,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시던 가게집 아저씨,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상을 선물해 주신 탑리의 어머님, 20년 전 추억으로 내 걸음을 멈춰놓았던 우석대학교.
그리고 3일동안 아빠와 오빠를 보고 싶다고 칭얼댔을 우리 딸 재희, 아이를 달래며 삼복여행을 하는 남편과 아들래미 걱정이 한아름이었을 아내를 생각해 본다.
다음 여정은 9월에 정말 날이 좀 선선해 지면 하고 싶다.
다음 여정은 삼례 우석대학교에서 전주를 거쳐 정읍까지...
오늘도 내리쬐는 태양에 맞서,
불같은 더위에 맞서
용기와 끈기를 보여준
나의 아들에게 감사한다.
사랑한다. 내 아들아!
총이동거리 : 199KM
오늘이동거리:38.6KM
총도보수 : 354,746보
오늘의 총 도보수 : 67,459보
[지도:42]
원본 : http://blog.daum.net/jeaflee/13180579
첫댓글 열살 초딩과 마흔살 아빠의 국토종단 도보여행기 입니다. 저희의 최종목표인 목포에 도달할 수 있게 응원 부탁드립니다.
좋은 아빠시네요~저도 이런 남편 만나고싶다능....화이팅입니다요^^ 그리고 여자끼리 이런 여행 같이 할 분 있음 낼이라도 당장 떠나고프당
울 집사람이 댓글을 보면 많이 웃겠는데요 ^^;; 어쩨든, 감사합니다.
그렇겠군요ㅋㅋㅋ 그래도 한가지만은 칭찬 들을만하다는 거~~~사람은 자신이 이미 가진 것에는 감사하기가 어려운 법이죠.....부인에게 써먹으삼
아아니이?! 연무대 오랜만에 보네요. ㅎㅎㅎ 저 터미널이 제가 갔던 터미널인지 긴가민가 하긴한데...ㅎㅎ 예전에 부사관지원한다고 저기까지 시험보러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쳐서 평균나이 25세! 파이팅하세요~~
그러보니... 아이와 저의 평균나이가 25세네요...넘 멋진 표현 감사합니다.
와~~~벌써 2/3정도 여정은 마치셨네요ㅋㅋ 장형님은 그간 턱선이 조금 날렵해지신 듯도 하고...ㅋㅋ 어린 아드님이 정말 존경스럽네요!!! ㅋㅋ 계속 안전여행하세요. 응원합니다^^*
깜순이님 오랜만입니다. 이제 전라도에 진입했네요... 응원감사합니다.^^
아드님에게 정말 값진 유산을 주시는 겁니다. 끝까지 도보여행 성공하시길 빌어드릴께요. 홧팅!!
댓글 감사합니다. 끝까지 해야지요... 사실 좀 힘들긴 하지만 아이와의 약속때문에라도 끝까지 해보겠습니다.
제가 꿈꾸던 아빠와아들의 여행이었는데 애석하게도 꿈으로만 남게 되었는데
훌륭하신 아빠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