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닐 블롬캠프가 만든 영화 ‘엘리시움(Elysium, 2013)’에서는 상위 1% 재력가만이 살 수 있는 호화로운 우주정거장 ‘엘리시움’이 등장한다.
엘리시움에는 인체를 자동으로 스캔해서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는 인공지능(AI) 의사가 있다. 집집마다 구비된 첨단 의료 캡슐에 한 여성이 눕자 AI 닥터가 암(trace amount of cancer)이라고 즉시 진단을 내리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엘리시움’에서는 캡슐침대에 누우면 병명을 자동으로 진단하고 치료해주는 의료머신이 등장한다. ⓒ sonypictureskr
영화 속 한 여성이 캡슐침대에 눕자 AI 닥터는 암이라는 진단명을 즉각 내린다. ⓒ sonypictureskr
그런데 영화 속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AI 의료 솔루션이 실제 현실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미 국내 병원에도 도입된 IBM의 AI 의료 솔루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그것이다.
‘왓슨’은 지난 2016년 12월 5일 인천 가천대길병원을 시작으로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계명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 보훈병원 등 국내 병원에 차례로 들어왔다.
왓슨이 도입된 지 2년. ‘AI 의사’의 대명사가 된 ‘왓슨’은 지금 어떤 단계에 와있을까.
AI 닥터 왓슨, 어디까지 왔을까
왓슨은 의사의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을 돕는 의료지원시스템이다. 특히 암 진단에 높은 적중률을 보이며 의료계에서 신뢰를 쌓고 있다.
왓슨은 병원에서 구조화 혹은 비구조화 된 데이터를 모두 분석하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를 진단하거나 치료방법을 강구한다. 치료방법은 강력추천, 추천, 비추천 3가지로 구분하여 의료진에게 제시된다.
최근 왓슨은 새로운 의료 시스템 영역에 발을 들였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신약개발 영역이다. IBM은 ‘AI To Optimize Drug Development Cycle’을 통해 신약개발 주기를 줄이는데 AI 왓슨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신약개발과정에서 AI의 활약이 점점 커지고 있다. ⓒ Pixabay.com
신약개발 과정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무려 14년 가량의 시간과 평균 26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초기임상실험과 초기신약발굴과정이 중요한데, 특히 중요한 것은 발굴 과정이다. AI는 이 과정에서 가장 최적화 된 답을 찾아줄 수 있다.
AI는 다양한 논문을 읽고 각종 컨퍼런스 결과와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후, 컨셉을 발굴하고 해당 영역과 앞으로 개발해야할 영역을 연결해준다. 가설을 만들고 새로운 질병에 대한 신약개발 경로를 정리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예를 들어 ‘왓슨 포 드럭 디스커버리(Watson for Drug Discovery)’는 유전자, 단백질, 제약 등의 연관관계를 발굴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왓슨은 비구조화 된 데이터와 논문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들의 연관관계를 파악해 신약개발을 돕고 있다.
신약개발, 정밀의료 영역에도 도전
왓슨은 정밀의료 영역에도 도전 중이다.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 사례가 대표적이다. 왓슨은 해당 환자에게 게놈 시퀀스, 분석 시퀀스, 종양 관련 시퀀스 정보가 들어가면 어떻게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는지 살펴본다.
이와 관련된 논문, 제약 데이터 등 모든 정보를 찾아보고 환자의 유전자 변이를 유발하는 원인을 파악한다. 이에 따라 원인에 맞는 최적화된 치료법, 케어 요법을 찾아내 추천한다.
‘AI 닥터’는 신약개발, 정밀의료, 의료시스템 개선, 헬스케어 등 다양한 의료 영역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 pixabay
AI는 임상실험에도 활용될 수 있다. 임상실험의 프로토콜은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어떤 환자가 적격인지 환자를 분류하는 작업도 AI 왓슨을 통해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는 AI의 자연어 처리 능력(natural language processing)이 기반이 된다. 기존의 텍스트 구조 위주 의료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연어 처리를 통해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기 때문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단시간에 입력할 수 있다.
왓슨은 환자들의 의료 서비스 개선에도 한 몫 한다. 가상 간호사 시스템을 만들어 환자들이 집에서 수면 시간을 제대로 지키는지 체크하고 적절한 식단을 유도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의료서비스 사용량을 기준으로 자동으로 의료보험 등을 알아봐주는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IBM AI 왓슨 시스템을 총괄하는 앙쉼맨 뎁(Angshuman Deb) IBM Executive Architect는 지난달 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18 지식서비스 국제컨퍼런스’에서 “의료시스템에서의 AI는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툴 박스”라며 “자신에게 맞는 AI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AI는 사람들의 지능을 돕는 보조수단”이라며 “앞으로 ‘AI 닥터’는 신약개발, 정밀의료 영역, 헬스케어에 이르는 방대한 의료시스템에서 지식산업 종사자들의 결정에 확신을 주고, 보다 정확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AI 닥터의 미래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