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지리산 둘레길 기행, 제13구간 서당 - 대축 걷기
1. 하동 섬진강변에 울려 퍼지는 봄의 교향악
야외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은은한 교향악은 어떤 울림으로 가슴에 와닿을까? 일찍이 노산 이은상 선생은 백합 하얗게
피던 때의 청라언덕을 두고,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이 된 사우(思友. 동무생각)에서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진다' 고 했다.
그 후, 혹자들은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 꽃대궐을 차리는 곳을 두고 모두들 따라 그렇게 노래했다. 지리산 남쪽 산협
의 섬진강 강변마을들은 지금 모두가 하얗게 핀 매화가 천지다. 백합처럼 하얗게 핀 매화꽃들이 마치 눈이 내린 듯 마
을마다 언덕마다 하얗게 덮었다. 하얀 매화에, 간간이 산수유와 목련이 더해 차린 꽃대궐, 하동 섬진강 기슭은 지금 봄
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고 있다. 한낮엔 벌들이 찾아와 웅웅 거리고, 달 밝은 밤이면 달빛에 날리는 향기가 세레나데가
되어 잠 못 이루는 청춘들의 창문을 두드린다.
2. 봄꽃과 눈꽃 핀 산들을 보며 걷는 하동 산협 지리산 둘레길
지난 주말, 하동군 우계리 산촌 서당마을을 찾았다. 지리산 둘레길 제13번째 가는 날이다. 춘분을 이틀 앞둔 날, 때 없
이 꽃샘추위가 찾아왔었다. 한반도 중북부 산간 지방은 50cm의 폭설이 내리고, 전국적으로는 봄비가 제법 내렸다. 섬
진강에 연한 지리산 남쪽 산록에는 지금 매화가 한창이다. 매실 농원 많은 서당마을 산골에도 물론. 뿐만 아니다. 담장
마다엔 목련과 산수유가, 밭두렁 길섶엔 파릇파릇 찔레순이, 산비탈엔 막 피어난 진달래가 붉은 볼살을 바람결에 흔들
고 있었다. 우계저수지를 지나 괴목마을을, 신촌마을을 지나 신촌 재를 넘었다. 신촌 재는 지리산 남쪽 낙남정맥에서
분기한 삼신 지맥을 넘어가는 재로, 적량면 우계리와 하동읍 흥룡리의 경계를 이룬다. 흥룡리 먹점마을을 찾았다. 산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아름다웠다. 멀리 광양 백운산이 마주 보이는 깊은 산협 마을에 붉고 흰 매화들이 꽃대궐
을 차렸으니 그림처럼 더욱.
먹점마을 뒤 임도를 따라 구재봉 활공장으로 오르는 산고개를 넘었다. 구재봉 아래 바위능선의 먹점 재는 우뚝한 자연
전망대였다. 숲이 없는 훤한 능선에서 서쪽을 향해 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거대한 산수화였다. 지리산 남부 능
선 외삼신봉에서 흘러내린 산줄기에 우뚝한 형제봉은 천봉(天峰) 답게 밤새 내린 눈에 덮여 잿빛 구름 속에 아슴거리고,
성제봉을 내린 신선대도 눈꽃으로 하얀데, 경상도와 전라도를 아우르는 섬진강 물길은 고소산성을 휘돌아와 더욱 강폭
을 넓혀 피아골과 쌍계사 계곡에서 싣고 온 은모래를 가득 펼쳐 놓았다. 강안 오른쪽은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 무대인 평사리 들녘, 이른바 악양동천의 초입이다. 발치엔 매화 꽃대궐 차린 악양면 미점리 언덕 마을, 지척엔 봄의
풍경 화사하고, 산록엔 상록 대숲이 푸른데, 산상에는 밤새 내린 눈이 쌓여 설산이다. 봄과 겨울이 함께 빚는 산하가 낭
만적이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하였다.
미점리 개치마을을 내려 악양 삼거리, 그 옛날 이순신 장군이 걷던 백의종군길을 따라 잠시 걸었다. 악양천 변 미서 마
을을 지나고, 축지리 아미산 자락 문암송을 찾았다. 수령 600년 노거수인 문암송(文巖松)은 그야말로 청송군자절(靑松
君子節)의 표상이었다. 이 고장 선현들은 이 나라에 상서로운 큰 기운이 날 때, 그 기운이 꺽겨지지 않게 하늘을 받쳐
줄 나무라 했다 전한다. 그래서일까, 문암송이 있는 대축마을 동구의 유난히 큰 표지석은 악양동천 입구를 지키며 위
엄 있게 서 있었다.
촬영, 2022, 03, 19.
▼ 하동군 적량면 우계리, 서당마을
▼ 서당마을-우계 저수지-신촌-신촌 재-먹점마을- 먹점 고개- 악양면 축지리, 대축마을
▼ 우계 저수지
▼ 우계 저수지에서 본 서당마을
▼ 우계리, 괴목마을 - 1
▼우계리, 괴목마을 - 2
▼ 우계리, 신촌마을
▼우계리 머위밭에서 본 신촌
▼신촌마을 동구에서 본 우계 저수지
▼ 개울가에 핀 찔레 순
▼ 활짝 핀 산수유
▼우계리, 신촌마을 회관
▼신촌마을 뒤 고개로 가는 임도
▼ 신촌 재 / 하동 적량면 우계리와 하동읍 흥룡리 경계 삼신 지맥 고개
▼ 신촌 재 구재봉 들머리
▼ 흥룡리, 먹점마을 가는 길
▼흥룡리 임도 솔숲
▼하동읍 흥룡리, 먹점마을 - 1
▼ 하동읍 흥룡리, 먹점마을 - 2
▼ 먹점마을 매화꽃 길
▼ 흥룡마을에서 조망한 광양 백운산
▼ 백매(白梅) 가지에 접목(椄木)한 홍매(紅梅)
▼먹점마을 혜광사 갈림길
▼먹점재로 가는 임도에서 본 먹점마을
▼ 먹점 고개
▼악양면 미점리, 먹점재 임도의 편백나무 숲
▼ 먹점재에서 본 섬진강과 악양 평사리
▼ 치자나무
▼ 악양 미점리
▼ 미점리, 개치마을과 섬진강
▼ 필자의 인증
▼ 매화 옛 등걸에 핀 매화꽃
▼평사리 아래 섬진강
▼ 돌담에 핀 수선화
▼악양면 미점리, 개치마을 동구
▼ 하동 악양 삼거리 / 악양동천 입구
▼ 악양 삼거리의 '이순신 백의 종군로'
▼악양면 미점리, 미서마을 동구
▼ 악양 축지리, 대축마을의 문암정과 문암송(文巖松. 수령 600여 년)
▼문암송
▼ 문암송 방문 필자의 인증
▼ 대축마을에서 본 지리산 남쪽 형제봉 능선
▼ 대축마을 날머리
▼ 대축마을 동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