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필요로 한다. 바로 그 필요성이 발명을 낳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엉뚱하기 짝이 없는 아주 작은 아이디어가 낳은, 세계적인 발명품 종이컵도 '필요'라는 인간의 기본 욕구가 자극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바쁜 현대생활에서 어느 장소에서든지 볼 수 있는 음료 자판기, 이 음료 자판기 시대가 가능했던 것은 종이컵의 발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음료 자판기 시대가 가능했던 것은 종이컵의 발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음료 자판기 시대를 꽃피운 종이컵의 발명가는 과연 누구이고 어떤 사람일까?
미국 캔자스에서 태어난 휴그 무어는, 1907년에 하버드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발명과는 전혀 관계없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종이컵을 발명하게 된 것은 발명가였던 형 때문이었다. 휴그 무어가 대학에 갓 입학했을 무렵, 한 살 위인 형 로렌스 루엘랜은 생수 자동판매기를 발명하여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그런데 형의 발명품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생수 자동판매기에 사용되는 컵이 도자기 컵이라는 점이다. 이 도자기 컵들이 너무 쉽게 깨졌기 때문에 형은 늘 고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신기함 때문에 불티나게 팔렸던 이 자판기는 차츰 인기가 떨어져서 나중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되자 하루가 다르게 형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휴그 무어는 자연히 형의 고민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도자기 컵이 쉽게 깨지는 단점이 있다면, 깨지지 않는 컵을 사용하면 간단할 텐데…….
정말 간단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만 간단할 뿐 실용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연구는 쉽지 않았다. 하버드대학의 학생답게 논리적으로 차례차례 차근차근 생각을 거듭했다.
문제점을 검토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깨지지 않는 것? 종이, 그래, 종이로 컵을 만들면 좋겠다. 가볍고 깨지지도 않을 테니까…….' 그러나 종이는 물에 젖으면 그대로 찢어져버리지. 찢어지는 종이, 그것을 어떻게 하면 찢어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그는 생각을 거듭했고,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했다. 모자라면 책을 보고 연구했고, 실험을 되풀이하며 자신의 생각을 현실화하기에 골몰했다.
마침내 그는 물에 쉽게 젖지않는 종이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그것이 바로 태블릿(tablet) 종이였다. 일단 보통 종이의 단점을 수정 보완할 재질이 해결된 이상 그 뒤의 일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저 태블릿 종이를 컵 모양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물에 젖지 않는 종이컵을 발명해낸 휴그 무어는 그 뒤 대학을 그만두었다. 형이 발명한 생수 자판기를 다시 곳곳에 설치하고, 그 자판기에 도자기컵 대신 자신이 발명한 종이컵을 사용했다.
형과 자신이 동시에 성공을 이루게 될 화려한 앞날을 꿈꾸던 휴그 무어에게 다시 시련이 닥쳐왔다. 생수 장사만으로는 회사 운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려움이 겹쳐 회사는 쓰러질 위기에 직면하였다.
그 무렵 W.T. 그래험이라는 한 자본가가 휴그 무어에게 반가운 제안을 해왔다.
'20만 달러를 지원하겠으니 종이컵만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어떻겠소?'
쓰러질 위기에 빠진 휴그 무어는 그의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였고, 그때부터 휴그 무어의 종이컵은 간편하고 안전하다든 슬로건을 내걸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일반인에게도 건강 컵이라는 이미지로 종이컵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호기심 많은 소수의 소비자 층에게만 팔렸지만 점차 소비자 층도 확대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는 말처럼, 휴그 무어에게 뜻밖의 엄청난 행운까지 겹쳤다. 민간보건연구소에서 연구에만 전념하던 사무엘 크럼빈 박사가, 휴그 무어의 종이컵을 다시 위대한 발명으로 못박는 연구를 발표했던 것이다.
'인간을 바이러스로부터 구하는 길은 오직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뿐이다'고 강조하여, 그 뒤 엄청난 호응을 얻으며 종이컵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 휴그 무어의 종이컵은 광고 한번 없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종이컵으로 큰돈을 모으게 된 휴그 무어는 다시 1920년 아이스크림을 담을 수 있는 일회용 종이그릇을 발명했다. 그리하여 휴그 무어는 종이 그릇 발명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