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서(茶書) 1 – 한국 최초의 다서(茶書)『다부(茶賦』
한국의 다서(茶書)를 생각하면 어떤 다서(茶書)가 생각나십니까? 많은 분들께서 초의선사의 ‘동다송(東茶頌)’과 ‘다신전(茶神傳)’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 때는 ‘동다송(東茶頌)’이 한국 최초의 다서로 알려지기까지 하였습니다. 이 후, 사료의 발굴과 함께 몇 가지 다서가 발굴이 되어 한국에도 여러 종류의 다서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에 차가 도입된 신라시대 이후 조선시대까지 사대부들이 남긴 다시(茶詩)와 함께 몇 권의 다서들이 있는데, 오늘은, 그중에서 ‘한국 최초의 다서(茶書)’로 알려진 『다부(茶賦)』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다부(茶賦)』의 저자는 ‘한재(寒齋) 이목(李穆 1471∼1498)’이란 분이십니다. 그 분은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 돌아가셨지만, 천재적 재능과 기개로 많은 역사를 이루었던 분이셨습니다.
1489년 19세의 나이로 진사시에 급제해 성균관에 입학했으며, 24세에 대과 장원으로 급제하여 관직 생활을 하게 된 이목 선생님은, 1490년 성종이 병환이 있을 때 대비가 성균관 벽송정(碧松亭)에 음사(淫祠)를 설치하고 굿을 하자 유상들과 함께 제단을 부수고 무당을 쫓아내니, 대비가 대노해 성종에 고했으나 얼마 뒤 성종은 유생들을 처벌하지 않고 성균관 대사성을 불러 "그대가 학생들을 인도해 사습(士習)을 정도(正道)로 돌아가게 하니 내가 가상하게 여기노라."고 하며 어주(御酒)까지 하사하였다 합니다.
또한 1492년 정사를 농단하는 영의정 윤필상을 간귀(奸宄)로 지목하고 극형에 처할 것을 상소했는데 이 일로 인해 성종으로부터 노여움을 사게 되면서 공주로 유배를 가게 되고, 대과 장원에 급제한 이후에도 1495년에는 승하한 성종을 위한 수륙재(水陸齋불교에서 물과 육지에서 헤매는 영혼과 아귀를 달래며 위로하기 위하여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종교의식) 개최를 비판하다가 연산군의 노여움을 사 다시 유배를 가게 됩니다. 결국 1498년 무오사화 때, 지난 날 극형을 처할 것을 상소 올렸던 대상인 윤필상의 모함을 받아 사형에 처해져 28살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치게 됩니다.
그 와중에도 1493년 장인 김수손의 명나라 사행 때 수행원으로 명나라를 가게 되었는데 그때 중국의 다성(茶聖) 육우의 ‘다경(茶經)’과 마단림(馬端臨)의 ‘문헌통고(文獻通考)’ 등을 탐독한 뒤 명나라 내 차 산지와 유적 등을 둘러보고 귀국 후 ‘다부(茶賦)’를 지었는데, 이는 초의선사의 ‘동다송(東茶頌1837)’ 보다 약 340여년 앞서 기록 된 것입니다.
* ‘한국 최초의 다서(茶書)’ 『다부(茶賦)』 의의
여기에 대해서는, 차(茶)학자 정영선씨의 다부에 대한 평가 한 마디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8세기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이 ‘세계 최초의 차(茶) 경전’ 이라면, 한재의 ‘다부’는 ‘세계 최초의 다도(茶道) 경전’이다.”
‘다부’의 특성을 말할 때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바로 다도(茶道)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의 다성 육우의 다경뿐만 아니라, 다경 이후에 중국과 한국, 일본의 다서 대부분이 ‘다경’이나 ‘대관다론’ 등 기존의 다서들을 참고로 하여 차를 마시는 행위를 중심으로 기록된데 반해, ‘다부’는 명칭이나 시구(詩句)·산지(産地) 등의 일반적인 내용을 제하면, 차의 외향적인 면을 다룬 육우의 다경과는 달리 차 생활의 심오한 경지와 차를 마시는 행위가 마음과 하나가 되는 것이라하여 다도(茶道)의 길을 열었다는데 있습니다.
그러한 연유로 ‘내 마음속에 이미 차가 있거늘 어찌 다른 곳에서 또 이를 구하려 하겠는가(是亦吾心之茶又何必求乎彼耶)’라는 이목 다부의 핵심 사상인 '오심지차(吾心之茶)'는 같은 시대에 살았던 중국 왕양명의 '양명학(陽明學)'에서 이야기하는 '앎과 행함의 공부는 분리할 수 없다'는 '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과 일맥 상통하여, 실재(實在)의 차에서 오심(吾心)의 차로 승화한 경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다부'외에 이목이 저술한 '허실생백부(虛室生白賦)’가 있는데,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나오는 구절로서 공자와 수제자 안회 사이의 문답을 통해 유가를 풍자한 대목의 “저 빈 곳을 보면 마음(虛室)이 저절로 환해지니 길상이 머물고 머문다(瞻彼者 虛室生白 吉祥止止)”에서 따 온 제목으로, '마음 비우기'의 수양 과정에 대한 설명을 보여주고, 이의 실천의 모습으로 '다부'가 짝을 이룬다고 합니다.
조금 더 설명하면, 유교사상이 지배하는 조선시대의 이목이 도교의 '무위(無爲)' 사상 위에, 융합이 안될 것 같은 양명학의 '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을 융합시켜 '다도(茶道)'의 길(道)을 열었다 할까요?(이 단락은 순전히 저의 생각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해 주세요^^)
“차의 공(功)이 가장 높은데도 아직 칭송하는 이가 없음에랴. 현인을 내버려 두는 것과 같으니 또한 잘못이 아닌가, 이에 ... 부로 짓는다”(최성민, 신묘. p.238)로 시작하고, "기꺼이 노래로 이르리라. 내가 세상에 나오니 풍파가 모질구나. 양생의 뜻을 좇을진대, 너를 버리고 무엇을 구하리오. 나는 너를 지녀 마시고 너는 나를 따라 사귀느니, 꽃피는 아침 달뜨는 저녁에 좋아하리라. 천군을 모시고 두려움과 경계로 말하리니, 삶은 죽음의 밑이요, 죽음은 삶의 뿌리이매…"로 마무리 짓고 다도(茶道)의 길을 열었다는 ‘다부(茶賦).’
'다부'에 수록된 다섯 가지 공로(五功)와 여섯 가지 덕성(六德)을 옮기고 마치겠습니다.
* 다(茶)의 五功(오공)
1. 若斯之味 極長且妙 而論功之 不可闕也 當其涼生玉堂 夜闌書榻 欲破萬卷 頃刻不輟 董生脣腐 韓子齒豁
이 같은 맛이 아주 뛰어나고 신묘하니 이 공덕 논함을 빠뜨릴 수 없네. 그 서늘함 이는 옥당 지키며,밤새 책상에서 만권의 책을 읽고자, 잠시도 멈추지 않고자 ,董生의 입술이 썩고,韓子의 이가 금갈 때에
靡爾也 誰解其渴 其功一也 너 없이 누가 그 목마름을 풀어주랴. 그 공이 첫째요.
2. 次則讀賦漢宮 上書梁獄 枯槁其形 樵悴其色 腸一日而九回 若火燎乎腷臆
다음은 漢宮에서 글을 읽고, 梁의 감옥에서 글을 올린 鄒陽이 그 형체는 마르고 그 안색은 초췌하며, 창자가 하루에 아홉번 뒤집혀 답답한 가슴 불타듯 할때
靡爾也 誰敍其鬱 其功二也
너 없이 누가 그 울분을 풀겠는가? 그 공이 둘째요.
3. 次則 一札天頒 萬國同心 星使傳命 列侯承臨 揖讓之禮旣陳 寒暄之慰將訖
다음은 천자의 한 조칙을 온 나라가 합심하여,칙명을 전하고 제후가 임하여 받들때에 상전의 예를 차리고 ,한훤지례로 위로 할 때에
靡爾也 賓主之情誰協 其功三也
너 없이 손님과 주인의 정을 누가 따르겠는가? 그 공이 셋째요.
4. 次則 天台幽人 靑城羽客 石角噓氣 松根鍊精 囊中之法欲試 腹內之雷乍鳴
그 다음 天台山의 신선과 청성 선인이 돌 모서리에 천천히 숨을 불어내어,송근련정 하며 ,낭중의 법으로 시험하고자, 뱃속에 천둥소리 울릴때,
靡爾也 三彭之蠱誰征 其功四也
네가 없으면 三蟲의 독을 누가 다스리랴. 그 공이 네째요.
5. 次則 金谷罷宴 兎園回轍 宿醉未醒 肝肺若裂
다음은 금곡의 잔치가 파하거나 토원 잔치에서 돌아 오니 숙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간과 폐가 찢기듯 할때
靡爾倻 五夜之酲誰轍 其功五也
네가 없으면 깊은밤 누가 술을 깨어 그치게 하랴. 그 공이 다섯째라.
(* 안리지님 블로그 인용)
* 다(茶)의 六德(육덕)
1. 使人壽修(사인수수)-堯舜之德(요순지덕),
사람으로 하여금 요임금과 순임금과 같이 덕이 있어 오래 살게 한다.
2. 使人病已(사인병이)-兪附扁鵲之德(유부편작지덕),
유부(황제 때의 의원)와 편작(주나라 때의 의원)과 같은 덕이 있어 병을 낫게 한다.
3. 使人氣淸(사인기청)-伯夷楊震之德(백이양진지덕),
백이와 양진(관서의 공자라는 후한의 학자)과 같은 덕이 있어 기운을 맑게 한다.
4. 使人心逸(사인심일)-二老四皓之德(이로사호지덕),
두 늙은이(백이와 태공망)와 머리 센 네 늙은이(진시황 때 상산으로 피난 간 동원공, 기리계, 화황공, 녹리)와 같은 덕이 있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5. 使人仙(사인선)-黃帝老子之德(황제노자지덕),
황제나 노자와 같은 덕이 있어 신선과 같게 한다.
6. 使人禮(사인례)-姬公仲尼之德(희공중니지덕),
희공(주나라의 문왕과 무왕)과 공자와 같은 덕이 있어 예의롭게 한다.
[출처] 한국의 다서(茶書) 1 – 한국 최초의 다서(茶書), ‘한재(寒齋) 이목(李穆)의『다부(茶賦)』 (보이창꼬 (보이차 상식, 문화, 정보, 친목)) | 작성자 청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