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대구 중구 포정동의 한 영화관. 할머니, 할아버지 관객들이 하나둘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역시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구성된 직원들이 표를 나눠주고, 자리를
안내했다. 대구시내 곳곳 극장의 상영관이 영화 ‘명량’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가운데 이곳은 1955년 작 할리우드 영화 ‘모정’을 상영하고 있었다. 당시 할리우드
스타 윌리엄 홀든과 제니퍼 존스가 출연했고, 1956년 아카데미상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주제가상, 의상상, 음악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명작이다. 그런데 관람료는 단돈 2천원. 55세 이상이면 365일 연중무휴 이 가격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55세 이하는 7천원. 어르신 동반 시는
할인율이 적용된다.
대구에도 실버영화관이 생겼다. 지난달 23일 개관한 ‘그레이스 실버영화관’이다. 건물 1, 2층에 모두 138석의 객석을 보유하고, 노년 세대를 대상으로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다. 물론 연령 제한은 없다. 모든 세대가 와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이 영화관을 만든 사람은 조미견(46) 씨다.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평범한 40대인 그는 평소 옛날 영화를 좋아했고, 언젠가는 옛날 영화만 모아 상영하는 영화관을 세우겠다는 막연한 꿈을 꾸게 됐다. 그러면서 그 당시의 영화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지금의 노년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의 꿈은 자연스럽게 실버영화관 문을 여는 것으로 정해졌다.
“서울에서 먼저 문을 연 실버영화관인 ‘허리우드 클래식’의 김은주 대표를 무작정 찾아갔어요. 대구에도 실버영화관을 세우겠다는 얘기를 했고, 서로 마음이 통했습니다. 김 대표는 영화관 운영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영화 필름도 공급해주기로 했어요.”
본격적인 실버영화관 설립 준비는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됐다. 장소를 물색하던 중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경상감영공원 인근의 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경상감영공원과 불과 걸어서 1, 2분 거리였어요. 또 인근 교동시장까지 포함해 어르신들의 이동이 많은 거리에 건물이 있었어요. 실버영화관 자리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실은 서울 허리우드 클래식 실버영화관도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탑골공원 바로 옆 낙원상가에 있거든요.”
영화관으로 쓸 건물을 확보하고, 상영관`휴게실`스낵 코너 등 시설을 갖췄더니 남은 것은 영화관을 운영할 인력이었다. 조미견 씨는 60대 이상 어르신들로만 직원 7명을 채용했다. 노년을 위한, 그리고 노년에 의한 영화관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현재 임시 개관해 운영되고 있는 그레이스 실버영화관은 이달 26일쯤 정식으로 개관할 예정이다. 상영 시작은 오전 10시 30분. 낮시간만 상영하고 밤에는 문을 닫는다. 053)431-1571
첫댓글 문의 하시는 어른들이 좀 계시네요.
많은 분들이 찾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