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당신이 지금 행복하지 않은 이유 (자기 효능감)
앞 장에서 설정했던 사무실의 비참한 일상에 머물러보자. 사장은 다시금 당신의 업무를 두고 불평을 일삼았으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프로젝트를 떠맡겼다. 그것도 모자라 가장 중요한 고객이 당신을 두고 항의를 해왔다.
저녁에 완전히 지쳐 소파에 앉은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까?
- 사장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게 분명해, 언제나 다른 직원만 선호하거든. 그거 틀림없이 ‘후광 효과’일 거야.
- 보아하니 보름달이로군. 그래서 내 날이 아니었나봐. 어쩐지 요즘 모든 게 짜고서 나를 골탕 먹이려는 거 같더라.
- 주된 원인은 바로 나에게 있어. 내일은 뭐든 다르게 해야겠다.
마지막 답을 골랐다면 아무래도 좀 속이 쓰라렸으리라. 이 저녁에 소파에 홀로 앉아 오늘 겪은 참극의 책임을 온전히 혼자 떠맡으려니 말이다. 그러나 그 덕에 몇 년 더 살 수 있는 기횔르 얻었을지 모른다. 앞의 두 대답들 가운데 어느 하나를 고른 것보다 앞으로 훨신 더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
인생의 만족도는 그 사람의 이른바 통제 확인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통제 확신’이란 내 인생에서 이러나는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우리는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원인을 외부 조건 탓으로 돌리는 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은 바로 우리 자신이 조종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남에게 맡겨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불행을 느끼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한 가지 동일한 원인이 있다. 바로 자신의 인생을 다스릴 통제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것. 당신도 알 것이다. 그 무기력하고 답답한 느낌을.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종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 막막한 기분을 말이다. 이런 상실감은 인간을 불행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심장마비와 우울증 같은 병까지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염려하지는 말자. ‘내 인생을 만들어가는 사람은 바로 나야’, ‘내 자신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하는 자기 효능감(Selficacy)이 우리의 통제 능력을 되찾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거창한 변신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아주 사소한 변화일지라도 당신 인생에 만족감과 자신감을 되돌려주기에 충분하다. 얼마나 작은 변화여도 되는지는 요양원에서 벌어진 흥미로운 실험에서 알 수 있다. 그곳 사람들은 특히 아무것도 자신이 결정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연구진은 한 그룹의 환자들에게 화분을 키워도 좋은데 식물을 돌보는 일은 전적으로 혼자 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다른 그룹에게는 그저 화분을 주면서 보호와 관리는 요양원 직원들이 맡을 거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환자들에게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화분 관리와 같은 사소한 일을 직접 결정해서 움직인 그룹이 다른 그룹에 비해 훨신 더 만족도가 높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1년 반 뒤 이 작은 결정권을 가진 그룹의 사망률은 15%였던 반면, 다른 그룹은 30%에 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두 배나 높았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에게 추천한다. 매일 습관처럼 굳어진 일상과 규칙들을 깨부수자. 처음부터 큰일에 덤비면 실패할 수 있으니 우선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매일 올가미를 벗어던지고 조금식 자기 인생의 통제권을 회복하자.
예를 들어 직장 회의에서 언제나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다면 이렇게 말해보자. “그거 제가 해볼게요.” 사장은 당신의 적극성에 기뻐하리라. 늘 자신의 문제로 조잘거리는 애인 때문에 매일 몇 시간을 허비한다면, 이렇게 말해보자. “이제 나를 위한 한 시간을 가질게.”
물론 바꾸려 수천 번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는 사례도 있다. 그럴때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예를 들어 사장이 사무실에 무조건 7시 반까지 출근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하자.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든 당신은 ‘할 일도 별로 없는데 왜 꼭 그 시간에 출근하라는 걸까? 한 시간 더 자고 나오는 게 업무 능률에 훨씬 나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사장에게 여러 차례 물어봤지만, 그때마다 “안 돼!”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럴 때는 일주일에 하루만 그렇게 하자고 해보면 어떨까? 통계에 따르면 이런 부탁은 95% 승낙을 얻어낸다. 일주일에 한 번 시도해보자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작은 일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핵심은 당신이 저녁에 침대에 누우며 맛보는 행복감이다. 작은 조각이나마 인생의 통제권을 회복했다는 행복감, 이 행복감을 가짐으로써 당신의 수명은 몇 년 더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