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레스보스(Lesbos)섬의 이주민 및 난민이 납치나 강제 ‘밀어내기(pushback)’, 임의 구금, 식량이나 안전한 거처 박탈 등의 폭력에 노출되었다는 문제 제기 및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그리스 당국이 수백 명의 실종된 이주민에 대한 신고를 철저히 조사하고, 섬에 남은 이주민이 안전하고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길 촉구한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2022년 10월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긴급 의료구호 전개 중 발견한 수갑을 찬 상태의 신규 이주민 ©MSF
수많은 실종자들에 대한 보고
국경없는의사회는 2022년 6월부터 레스보스섬에 도착하는 이주민을 위해 긴급 의료지원을 제공했습니다. 현재까지 신고된 지점에서 찾을 수 없던 실종자는 약 940명입니다.”_니할 오스만(Nihal Osman) / 국경없는의사회 레스보스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여러 환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리스로 입국하려다가 가로막혀 강제 송환돼 심리적 외상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
신규 난민 신고가 들어와서 적게는 몇 시간부터 많게는 며칠 동안 수색작업을 펼치다 보면 숲에 몸을 숨기고 있는 난민을 발견하곤 합니다.”_니할 오스만 / 국경없는의사회 레스보스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마스크를 쓴 남성이 신뢰를 얻기 위해 의사로 위장해 접근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심지어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임을 사칭하고 접근한 남성들도 있었다고 한다.
대형 난민 캠프의 난민 억압 전략
2022년 9월 그리스 사모스섬 접근통제센터 안의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 차량 ©MSF/EVGENIA CHOROU
레스보스섬에 도착하는 이주민과 망명신청자는 어디에 도착하느냐에 따라 마브로부니(Mavrovouni) 혹은 메갈라 테르마(Megala Therma) 캠프로 보내진다. 마브로부니 수용센터는 유럽연합이 자금을 지원하는 폐쇄된 접근통제센터 여러 곳 중 하나인데, 2023년 기준 2,700명이 수용돼 있다. 접근통제센터는 이주민이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곳이라 홍보되고 있지만, 실상은 이주민의 이동을 심각할 정도로 제한하고 감옥과 같은 시설에 구금하기 위해 고안된 곳이다. 5월 17일, 그리스 당국은 접근통제센터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은 난민 및 국제보호를 거부당한 난민에게 식사 제공을 중단하고 이들을 퇴거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국제보호를 거부당한 난민 가정의 자녀는 사회보장번호를 부여받지 못해 필수 예방접종을 받을 자격이 박탈된다.
접근통제센터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진료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 줄을 서야 하고 식사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리스 당국이 식사를 무기로 사람들을 시설에서 몰아내고 있습니다.”_니할 오스만 / 국경없는의사회 레스보스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식량을 볼모로 삼아 이주민을 시설에서 쫓아내려 하는 행위 자체를 강력히 규탄한다. 대안 없이 식량과 안전한 거처 접근성을 차단해 수백 명의 기본권을 박탈하면 이들의 신체 건강 및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열악한 환경의 메갈라 테르마 캠프
메갈라 테르마 캠프는 레스보스섬 북부에 위치해 있는데, 국경없는의사회는 2020년부터 이곳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정부가 운영하는 코로나19 격리 센터였던 이곳은 현재 이주민이 마브로부니 접근통제센터로 이송되기 전 거쳐가는 곳이다.
메갈라 테르마 센터에 오는 난민 및 이주민은 정식 등록이 되지 않은 이들이라 마브로부니 캠프로 이송되기 전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2주 이상 임의 구금되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곳의 생활 수준은 매우 열악하다. 침대조차 없는 과밀한 난민거주동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5인용 거주공간에 14명씩 수용된다. 또한 이 시설은 격리되어 있어 의료구호단체가 시설에 접근해 응급 상황에 대응하기 상당히 힘들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가 일주일에 두 번씩 방문하긴 하지만,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대처할 수 있는 인원이 없고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는 최소 한 시간이 걸린다.
메갈라 테르마 캠프는 유럽연합국과 유럽연합이 지원하는 접근통제센터의 운영방식이 얼마나 잔인하고 기형적인지를 보여줍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와 같은 가혹한 정책의 도입을 강력히 비판하고 규탄해 왔습니다.” _니할 오스만 / 국경없는의사회 레스보스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는 그리스 당국 및 유럽연합에 다음을 촉구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96년부터 그리스의 망명신청자, 난민 및 이주민에게 의료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 2015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주민의 인도적 지원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스에서의 활동을 확대했다. 특히 레스보스섬, 사모스섬, 카오스(Chios)섬 및 도데카니사(Dodecanese) 제도, 아테네 및 이도메니(Idomeni)에서 긴급구호활동을 개시, 이주민에게 의료서비스, 정신건강 지원, 거처, 식수위생 서비스, 구호품 등을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사모스섬에서는 2021년, 레스보스섬에서는 2022년에 보트로 도착하는 난민을 위해 긴급의료지원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특히 1차 의료서비스, 만성질환 치료, 성생식 보건서비스, 개별 및 집단 임상 심리적 치료, 심리적 지원, 정신과적 치료, 사회적·법적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활동을 전개 중이다. 또한 진료소와 캠프 안팎에서 인식제고와 보건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