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을 빙자한 엄마, 아빠의 출장길에 따라 나섰다 입맛을 잃은 딸아이가 셋째날 점심으로 먹은 것은 짜파게티 용기면입니다. 원해루의 간짜장이 맛있다는 소문을 쫒아 진해까지 갔었건만 하필이면 그 집도 여름휴가중이었습니다. 암튼 도로 마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예까지 와서 문신미술관을 안 보고 가기가 참으로 거시기 해서 되돌아 온 것입니다. 덕분에 딸아이는 비 내리는 문신미술관 주차장에 세워둔 비좁은 차안에서 짜파게티를 먹게 됐습니다. 엄마, 아빠는 어젯저녁에 이어 오늘 점심까지 연달아 오동동에서 건아구찜을 먹었다나 뭐라나...흠냐...
문신미술관 2층에서 바라 본 풍경/ 마산
여행중에 비를 만나는 것도 축복입니다. 세상을 서정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문신미술관/마산
무덥거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바깥보다 실내가 쾌적합니다. 더군다나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갑판장이 즐겨찾는 여행지입니다. 마산을 조망할 수 있는 추산동 언덕에 문신미술관과 창원시립마산미술관이 서로 이웃해 있습니다. 입장료는 각각 5백원씩입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놀이터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받는 돈이랍니다. 공짜라면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 종일 진을 치고 있을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문신미술관/마산
문신예술골목, 문신길, 문신미술관 등 마산을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문신'이란 이름과 마주치게 됩니다. '문신이 대체 뭐라고 사방팔방으로 쓰인담?'이란 의문은 문신미술관에서 속 시원히 풀었습니다. 문신은 마산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조각가의 이름입니다. 현재 올림픽공원에 전시된 '올림픽-화합'이란 25m 높이의 대형 스테인레스 스틸 조각물이 그의 작품입니다. 프랑스와 한국, 일본 등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1980년 영구 귀국한 이래로 마산을 기반으로 활동을 하며 14년간 공을 들여 1994년 마산만이 내려다 보이는 추산동 언덕에 문신미술관을 개관했습니다. 1995년 故 문신 선생이 타계한 이후 미술관을 관리하던 미망인 최성숙 여사가 2003년에 문신미술관을 마산시에 기증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 '문신'으로 검색을 하면 '문신(文身, tattoo)'이 나옵니다. '조각가 문신'이나 '마산 문신' 등으로 검색을 해야 '故 문신(文信,1923~1995)' 선생에 대한 정보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문신미술관/마산
현재시각 토요일 오후 2시 41분,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여행을 하루 더 연장을 하느냐 아니면 여기서 마감을 하느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좀 멀지만 장흥과 변산에 들려 바지락회무침과 바지락죽을 먹고는 싶은데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할 것이라는 소식에 마음이 뒤숭숭합니다.
2014년 8월 2일 토요일, 오후 9:55:38/가산동, 서울
떠날 때는 갑판장이 운전을 도맡았지만 돌아올 때는 아내가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딸아이도 얼른 운전대를 나눠 잡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한 명이 운전을 담당하면 다른 두 명이 띵까띵가 신나게 놀 수 있으니까요. 마산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길에는 도처에 별미가 깔려 있습니다. 옥천에서 잠시 내려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에 진땡이라도 한 잔 걸치면 딱인데 말입니다. 아무 계곡에나 들어가 탁족을 해도 도끼자루가 썩는 줄 모를겁니다.
현재시각 오후 21시 55분 38초, 서울하고도 가산동의 고깃집에서 아내와 둘이 여행을 마무리 하는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마산에서 서울까지는 한 7시간 쯤 걸렸습니다. 운전하느라 애쓴 아내를 위해 고깃값 정도는 갑판장이 내야겠지만 종업원이 돈이 있간요. 슬며시 사장님(아내)에게 계산서를 떠밀 수밖에요. 잘~ 먹었슴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셧터맨을 꿈꾸다 얼떨결에 종업원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또한 일장춘몽이니 신기루처럼 사라지겠지요. 어찌됐든 한여름밤의 술은 달디 답니다. 캬~
첫댓글 디테일이 살아있으면서 위트 넘치는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여름휴가를 글로 대신 했습니다.
여행은 3일간이었지만 곱씹느라 달포를 보냈으니 피서가 따로 있간요. ㅎ
두루두루 잘 보았구만...
나도 울 딸기들하고 훌쩍 떠날 날이 있겠지 ㅎㅎ
딸기엄마도 델꾸 가시라